기름을 잘 쓰지 않는 나지만 예외적으로 가지는 기름에 볶는다.
토요일 두 주만에 서울집에 와서 또 한 번 냉장고 털이 요리를 했다. 엄마 장례식 기간 서울 빈집에서 시엄마를 돌본 시누이가 주고 간 풋고추와 가지가 냉장고에서 자고 있었다. 텃밭에서 바로 온 것들이지만 한 주가 지나니 풋고추는 살짝 무르려는 것도 보였다. 냉털 요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풋고추를 먼저 깨끗이 씻어 총총 썰어 통에 담아 냉동실에 갈무리했다. 우리 식구 중엔 매운 풋고추를 즐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래서 매운맛 풋고추는 무조건 얼렸다가 된장찌개나 요리할 때 매콤한 고명으로 조금씩 쓴다. 매운 고추를 써는데 훅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 매워~" 노래하던 엄마가 생각났다. 10년도 더 전에 시엄마와 친정엄마 두 분 함께 우리 집에 왔을 때 같이 불렀던 노래다.
가지는 잘 씻고 꼭지를 제거한 후 먹기 좋게 썰어 기름에 볶았다. 어지간해서 기름을 잘 쓰지 않는 내게 예외 식품이 몇 있는데 가지도 그중 하나다. 가지에 든 필수 지방산 리놀렌산과 세포 손상을 막아주는 비타민E는 지용성 성분이다. 날로도 먹고 쪄서 무치기도 하지만 기름에 볶으면 소화흡수가 잘 된다는 말이다. 찧은 마늘과 소금 살짝 넣고 마지막으로 냉장고에 있던 볶은 해바라기씨로 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