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벌 김화숙 Nov 29. 2024

코코, 리멤버 미, 우린 함께 있다는 걸 언제까지나

망자의 날 배경의 영화 <코코>를 다시 보며 엄마를 기억한다

 기억해 줘 Remember Me

     Kristen Anderson Lopez 작사, Robert Lopez 작곡


기억해 줘

지금 떠나 가지만 기억해 줘

제발 혼자 울지 마

몸은 저 멀리 있어도 내 맘은 네 곁에

매일 밤마다 와서 조용히 노래해 줄게

기억해 줘

내가 어디에 있든 기억해 줘

슬픈 기타 소리 따라

우린 함께 있다는 걸 언제까지나

다시 안을 때까지

.....

영화 <코코> OST




사랑하는 엄마!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를 다시 봤어. 7년 전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새롭고 깊이 본 거 같아.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며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이야기라 참 좋네. 멕시코의 시골 소년 12살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가서 고조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만나고 싶던 망자들을 만나게 돼. 죽은 사람들을 통해 이생에서 풀리지 않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고 돌아오는 내용이야.   


엄마 떠난 후 이 영화를 계속 다시 봐야지, 생각하게 되더라. 영화 내용그랬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란 게 뭔지, 내 안에 있던 질문이 자꾸 말을 걸어왔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죽음은 삶의 문제와 닿아있음에 틀림없잖아. 내가 죽는 순간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게 문제 같아. 그래서 죽음은 살아있는 동안의 질문으로 붙잡지 않을 수 없겠지.


영화에서 내 관심을 가장 끈 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었어. 멕시코의 '망자의 날'이란 명절인데  새롭게 보이는 거 있지. 우리나라 한식 비슷한 명절인데 거기선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이고 그중 11월 2일은 국가 공식 공휴일이야. 원래는 아즈택 제국 시절부터 있던 고유 명절인데 가톨릭이 전해지면서 11월 1일 '모든 성인대축일과 11월 2일인 '위령의 날'이 편입되어 망자의 날이 가톨릭 교회명절이 됐어. 이때 망자들을 위한 음식과 사진으로 제사상이 차려지고 추도의 제사를 지내는 식이지.

  



망자의 날이란 문화를 나는 폴란드에 살면서 처음 알게 됐어. 폴란드 첫해, 그곳에 온 지 겨우 2달도 안 돼서 11월을 맞았지. 과연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꽃을 들고 무덤을 찾아가는 거야. 낯선 물결에 실려 우리도 유명한 공원묘지를 방문했지. 그곳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기회였어. 가톨릭 나라인 폴란드에서 정말 큰 명절이란 걸 살면서 점점 알게 되었지.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맘엔 폴란드에서의 추억도 있었던 거 같아.


망자의 날이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 이면엔 엄마의 죽음이 있었어. 사랑하는 엄마가 바로 2024년 11월 1일에 세상을 떠났잖아. 엄마 장례 기간 내내 내가 <코코>를 떠올렸고 '죽은 자들의 날' 명절을 생각했던 거 알아? 이제 세상 곳곳에서 엄마 기일을 명절로 기념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엄마를 세계적인 명절과 함께 기억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어. 멕시코식이면 어떻고 가톨릭식이면 어떠리.


<코코>의 OST '기억해 줘'도 마침 416 합창단에서 이 가을에 배웠어. 12월에 '안산시민을 위한 합창' 때 첫 공연하게 될 거야. 기억해 줘. 잊지 마. 영화에선 음악을 따라 집을 떠난 코코의 아빠가 어린 딸에게 불러주던 노래야. 비록 떠나지만 사랑한다고, 곁에 있다는 거 기억하라고. 울지 말라고,  Remember Me. 엄마가 내게 속삭이며 부르는 노래로 듣고 있어. 내 삶의 정황에 따라 세상은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엄마!


코코가 노인이 되어 기억과 의식이 흐려갈 때 증손자인 미구엘이 이 노래를 불러주지. 코코의 기억을 살려내고 망자인 코코 아빠를 잊히지 않게 하는 노래였어. 죽음은 역시 살아있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어. 삶과 죽음은 딴 세상이 아니라 긴밀히 연결된 세계로 보여. 엄마는 사라진 존재가 아니라 내 가까이 있다는 걸 확인해서 좋아.


기억해 줘.

우린 함께 있다는 걸 언제까지나....

사랑해 엄마!

이전 08화 사람은 누구나 갑자기 죽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