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지는 계절에 떠난 엄마의 색깔 엄마의 목소리를 그리며
낙엽
이해인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 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보게 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사랑하는 엄마!
낙엽 지는 계절에 낙엽으로 떠난 엄마야!
온 세상이 엄마로 곱게 물들고
온 천지가 엄마로 가득 차고 있어.
엄마 손잡고 낙엽 밟으며 걷고 싶다.
온 세상이 낙엽이야 엄마.
온 세상이 엄마로 가득차 있어 엄마.
낙엽을 밟으며 걸어도
쌓인 낙엽 위에 누워 봐도
엄마가 보이고 엄마 목소리가 들려.
곱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 봤어.
노랗게 쌓인 낙엽 위에 누워
곁에 누운 엄마 목소리를 들었어.
그래, 사랑하는 내 딸
낙엽의 목소리를 듣는 내 딸아.
너는 너만의 색깔이 있지.
네 목소리를 잘 들으려무나.
너의 색으로 빛나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너만의 색깔로 물들어 가는 내 딸 보기 좋구나.
생전에 너를 더 많이 칭찬해 주지 못한 게 아쉽구나.
그래, 엄마 고마워.
내 엄마로 충분히 곱고 아름다운 엄마.
엄마의 색깔 엄마의 목소리를 이제야 알고 싶네.
엄마가 못다 한 것들은 내가 더 할게.
엄마 딸이 엄마 보단 더 잘 살게.
지금 살아 있음을 더 감사하며
나만의 색깔을 더 즐거워하며 물들어 갈게.
오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격하며 살게.
그리고 낙엽으로 떨어져 사라질 날을 예비할게.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보며 살게.
엄마 곁에 고요히 누울 그날
그날을 그려보며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