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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글쓰기 여행 첫날, 수다와 모방 시로 잘 놀았다!

글쓰기는 여행과 많이 닮았다. 준비도 신나고 현장엔 변수가 있어 즐겁다

by 꿀벌 김화숙

7월 1일(화) 10시 30분~13시까지, 함께크는여성 울림 교육장에서, "여성, 돌봄을 쓰다- 내가 쓰는 글이 나를 돌본다" 8주 강좌가 출발했다. 현장에 15명, 줌으로 6명, 그리고 유튜브 영상까지 나중에 공유하는 식이었다. 가 본적 없는, 멀티 멀티미디어와 함께하는 글쓰기 강좌 첫 날이었다.


이 여름 더위를 이열치열 글쓰기 강좌로 나게 되는 프로젝트다. 첫 강 긴장하며 마음 써서 준비했고, 잘 출발했다고 자평해 본다. 내가 날 때부터 글쓰기 강사도 아니고, 글쓰기 전공자도 전문가도 아니잖나. 나 혼자 글 쓰다 책 냈고 계속 글 쓰는 삶에 이어지는 강의 기회들. 고맙고 행복한 선물이라 고백한다.


신청자는 계속 이어져서 30명 가까이 되는 거 같다. 하지만 현장에 못 오는 분들 위해 줌과 유튜브를 계속 함께 가기로 했다. 참여자 구성이 아주 다양해서 더욱 설렌다. 글을 전혀 써 본 적 없는 사람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강좌로 이끄는 게 내 목표다. 하는 일도, 스펙도, 경험도 연령대도 다른 마흔부터 60대까지, 거기 내 짝꿍 덕이 청일점으로 끼어 있다. 우리는 점점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는 환상의 커플이다.


세상에 좋은 글쓰기 강의야 쎄고쎘는데 왜 김화숙이지? 그 질문을 붙들고 준비했다. 맘만 먹으면 필요한 강의들이 유튜브 등에 가득한 시대 아닌가. 나는 무엇으로 차별화하지? 내가 잘할 수 있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색깔과 스토리로 가는 것뿐이었다. 정보와 지식 전달이 아니라, 나 김화숙의 경험과 통찰이 녹아든 강좌로. 학위도 뭣도 없는 아줌마 작가의 선택이었고 참여자들과 마음이 통하는 시간이었다.


10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그중 첫 1시간은 "글쓰기 여행을 나서며"라는 제목으로 내가 준비한 PPT강의를 했다. 내가 경험한 글쓰기라는 여행, 작가로 살기까지의 여정을 나눴다. 그다음 40분은 '감정카드'를 이용해 글쓰기에 온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돌봄 주제 시 4편을 같이 읽고 모방 시를 1편씩 썼다. 가볍게 떠오르는 대로 자기 이야기를 입혀서 쓰고, 돌아가며 나누었다.


제한된 시간에 그 순간 떠오르는 대로 써 보기. 내가 좋아하는 놀이이자 연습이다. 돌봄 글쓰기 컨셉을 '여행'으로 잡기 잘했다. 여행은 준비도 신나고 현장은 변수가 있어 또 즐거우니까. 새로운 장소 낯선 만남, 그리고 새로운 언어와 대화가 풍성한 여행 첫날이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는 대화 자체가 목적이다.


참여자 중 꿈마 님이 쓴 첫날 후기를 공유한다. "지금이 기회다"라는 글이 내게도 울컥 꽂힌다. 그 느낌 아니까. 8주간의 여행이 모두에게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그리고 정끝별 시인의 '가스 밸브를 열며'로 내가 쓴 모방시도 붙여 본다. 내 삶을 글쓰기로 이끈 '독설'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지만 하나만 썼다.




여성, 돌봄을 쓰다 / 내가 쓰는 글이 나를 돌보다


나는 이제 글쓰기 동료들과 9월까지 8주간의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첫날, 안산까지 가고 싶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마음이 힘을 낼 수 없었다.

손발이 떨리고 정신이 집중되지 않았지만 손가락에 힘을 주고 마음을 모아 줌을 켰다.


"듣자.

들어야 한다.

이것이라도 해야 한다.

오늘 하루가 너무 길다.

뭐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들어간 줌 강의에 세 시간을 집중하여 참여했다.

와~~ 긴 하루 중 세 시간이 불안 없이 지나갔다.


김화숙 강사님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들으며 울컥 눈물이 올라왔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내 안의 슬픔이 ‘지금이 기회다’ 하고 터져 나 온 것이다.


나를 돌보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은 나를 돌보고,

내가 돌보았어야 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주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생각이 맞기를...

그리고 이것을 깨달음으로 해서 이 시간이 마쳐져

가을 즈음엔 웃으며 이야길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돌봄 글쓰기 강좌를 시작하며/ 김화숙


이십사 년 전 일이다 3살 막내를 이웃집에 맡기고

글쓰기를 배우고 다닐 때였다. 밥 먹는 자리에서 질문했더니

선교단체 최고 리더 남성 목회자가 독설을 날렸다

세 아이 엄마, 사모님 안녕?

사모님은 궁금해하지도 말고 알려고도 말고 조용히 기도만 하시라.

평생 밤낮없이 남 돌보고 헌신하는 그림자 노동에

질문 없는 침묵만이 내 할 도리라고?

그 말 듣지 않은 귀를 사고 싶었다

이젠 내 이름과 내 목소리로 살고 싶다고

불혹이 아니라 심하게 세상에 혹하고 있었다

맙소사 큰 애 둘은 대학생에

셋째가 고2 수학여행을 가려던 그 봄에

천돌에 봉인해 두었던 그 말을 꺼내 들었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날이 벼려져 있었다

날을 향해 기꺼이 달려갔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움직여도 돼

내 뜻대로 말하고 행동해도 돼 복종 따위

이제 그만 사모님이어도 돼!




가스 밸브를 열며/ 정끝별(1964~ )


이십 년 전 일이다 첫딸을 낳은 직후였고 강의를 마치고

강사실에 들어갔을 때였다 독신의 선배가 독설을 날렸다

오랜만 시인!

엄마는 절망할 수 없다는데

절망 없는 시인의 시는 안녕할까?

그때 나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할 일은 많았고 시 쓸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맙소사 둘째까지 낳고

둘째가 성년이 되는 날

천돌에 봉인해 두었던 그 말을 꺼내 들었다

나를 향해 있었다

눈부시게 벼려져 있었다

날을 향해 기꺼이 달려갔다

이제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절망 따위

이제 그만 엄마여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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