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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서진 마음을 달래준 것은

'함께크는여성울림' 돌봄 글쓰기 2주 차, "자전적 에세이를 쓰자"

by 꿀벌 김화숙

"내 부서진 마음을 달래준 것은 정신과 의사도, 처방약도, 위로를 건네는 친구도, 심지어 (내 남편처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배우자도 아닌 자전적 에세이 쓰기였다. 나는 자전적 에세이를 쓰면서 내 분노, 공포, 깨달음을 종이에 옮기고, 내 결혼생활을 정서적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고, 내 강점을 보되 약점도 인정하고, 내 자아에서 여전히 성장시켜야 할 부분을 찾았다. 내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삶의 주도권을 내어주고 인질이 되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이야말로 내게 필요한 치료제였고, 그런 치료제를 처방한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낸시 애러니 ,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서문에서


함께크는여성울림의 야심 프로젝트 '돌봄 글쓰기' 2주 차 강좌를 진행했다.


첫 주엔 글쓰기라는 '여행'을 안내했다면 이번 주엔 '자전적 에세이 쓰기'로 그 여행을 풍성하게 했다. 낸시 애러니의 고백처럼, 부서진 마음을 달래준 최고의 치료제, 의사도 약도 좋은 배우자도 아닌 나 스스로가 하는 처방약, '자전적 에세이 쓰기'의 힘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글쓰기라는 이 여행길에 함께하는 벗들이 스스로를 위한 치료제를 처방하는 시간이길 바라며 했다. 내가 부서지고 아프고 길 잃었을 때, 자전적 에세이 쓰기가 없었다면 어찌 됐을까. 고마운 맘으로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다.


"김화숙이 진행하는 글쓰기 강좌의 차별점이 뭐지?"


질문 덕분이었다. 지식 전달이나 글쓰기 비법 전수는 세상에 많으니까.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대신 "부서진 마음 그대로 함께 글쓰기"는 나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랬다. 내가 경험한 글쓰기의 힘이었다. 내가 통찰한 이야기로, 나를 치유하고 나를 발견하고 새롭게 한 자전적 에세이 쓰기. 그 다이나믹한 여행담을 나누었다. 딱 나처럼 느끼고 경험한 좋은 책과 작가들의 에세이를 소개하고, 그 목소리에 내 목소리를 얹었다. 자기 이야기를 용기 있게 쓰고 스스로를 치유하자고.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낯선가 하면 가 본 듯한 시간이었다. 공감하며 소통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를 더 알 수 있었다. 나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는 것, 그리고 돌아오는 목소리를 듣는 것, 이거야말로 무릉도원이었다. 함께 글쓰기라는 힘을 믿는 시간이었다.


2주 차 현장에 참여한 사람은 13명이었다. 글 쓰고 합평하기엔 솔직히 적지 않은 수다. 줌과 유튜브로 듣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앞으로 어떻게 글을 쓰고 완성할지 나도 다 모르겠다. 남은 6주간 각자 글을 쓰고 함께 읽고 고쳐 쓰는 수고를 잘할 수 있길 응원할 뿐이다. 내 PPT 강의 자료도 잘 쓰이길 바란다.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쓰인 게 없다면 당신이 써야 한다."- 토니 모리슨 (1931~2019)


내가 책을 내는데 용기를 준 토니 모리슨의 말을 가져오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때문에 자기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로 쓰는 거다. 돌봄 글쓰기 강좌가 끝났을 때, 자기 이야기로 책을 쓰고 싶다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 또는 몇몇이 함께 책을 쓰자고 의기투합하고 에세이집을 내는 것도 좋겠다. 설레며 꿈꾸며 한 주 한 주 가 보는 거다.




오늘 참여자들이 자기 소개하며 들려준 목소리를 옮겨 본다.

1. 나는 자발적으로 페미가 되었다. 심리학은 나를 다 설명하지 못하더라. 나를 이해하려다 보니 페미니즘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알아가는 글을 써야지 하고 왔다.

2. 나는 삶에서 돌봄 경험 있어서 그걸 글로 쓰고 싶었다.

3. 별생각 없었는데 와서 보니 생각해 보게 된다. 글 써 보고자 한다.

4. 사회복지 현장에 있다. 자기 돌봄에는 인색했던 거 같다.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목구멍이 막힌다.

5. '목구멍'이 확 다가온다. 엄마 돌봄 3년째 하고 있는데, 남자라서 그런지 규칙 중요시했다. 그런데 돌봄은 그때그때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 알겠다.

6. 글쓰기 책 읽기 시 쓰기 좋아했다. 작년 퇴임했다. 8남매 돌아가며 엄마 돌봄 한다. 글 쓰고 싶다.

7. 엄마가 90세다. 어쩌다 보니 돌봄에 휘말리는 삶 살고 있다. 글로 표현해 보고 싶다.

8. 요즘 돌봄 생각 많이 한다. 돌봄 못 받은 큰딸이라 억울한 생각 많다. 세월호 때 페북 글쓰기 시작했다. 눈물이 나고 돌봄 할 말이 많다.

9. 다른 사람 이야기 들으니 다 내 안에 있는 거란 걸 느낀다. 시아버지 아파서 남편이 돌본다. 남편 너무 힘들어한다. 왜 여기 있지? 이야기 드러내고자 한다.

10. 듣고 있으니 목이 매인다. 책 영화 너무 안 봤구나. 평생 돌봄 속에 살고 있다. 자신도 돌볼 수 있길.

11. 돌봄 글쓰기 참여하다 보니 알겠다. 내가 나가서 돈을 잘 벌어야 잘 돌보는 게 아니다. 부모님 건강 안 좋다. 속박에서 놓여나도록 돌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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