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여성 암 생존기를 내겠노라 맘먹다
내가 읽고 만나 본 남성이 쓴 암 생존기 몇 권을 먼저 소개한다.
<암과의 동행 5년>(홍헌표, 에디터, 2014)
그때 따끈따끈 신간이었다. 저자는 대장암 수술 후 항암 4회만 받고 병원이 가르쳐주지 않는 투병의 길을 걸었다. 2년 6개월간 휴직하고, 식이요법과 운동, 명상, 웃음 등으로 암을 극복하고 2011년 복직했다. ‘암 환자로 행복하게 살기’ 투병기를 연재하고 '웃음보따리' 동호회를 운영했다. 2013년 암 완치 판정(관해)을 받고 이 책을 냈다. 나는 후에 저자가 운영하는 웃음보따리에 참여하며 그와 함께 웃고 놀 수 있었다.
관해(寬解): 암 치료에서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부분 관해'와 '완전 관해'로 나뉜다. 부분 관해는 ‘암이 부분적으로 줄어든 상태, 적어도 처음 진단 때와 비교해 30% 이상 줄어든 상태다. 완전 관해는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완전관해 판정 기준을 '암 진단 후 5년'으로 잡는 이유는 통계적으로 대부분 암은 수술 후 5년 이내에 재발하기 때문이다. 보통 '완치'라는 표현은 '완전 관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완전 관해'가 다시는 암이 안 생긴다는 보장은 아니다. (국립암센터)
<나는 살기 위해 자연식한다> (송학운, 동녘라이프, 2009)
송학운 씨는 1992년 9월, 직장암으로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대수술 후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산골로 들어가 자연식을 했다. 1년 만에 건강을 회복한 그의 곁에는 남편 수발하며 자연식 전문가가 된 아내 김옥경 씨가 있었다. 30여 년 건강하게 살며 경북 영덕군 칠보산 '자연생활 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2015년 1월 그곳에 9박 10일 머물며 이 멋진 부부와 함께 자연치유와 자연식에 입문할 수 있었다.
<암, 투병하면 죽고 치병하면 산다>(신갈렙, 전나무숲, 2012)
안타깝게도 국내 여성 암 생존기는 없. 었. 다.
<3그램>은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의 난소암 진단과 수술 경험을 그린 얇은 만화책이었다. 강순남의 <밥상이 썩었다 당신의 몸이 썩고 있다>는 치유 경험보단 자연식 요양시설 이야기였다. 국내 여성 이야기가 없으니 외국책으로 넘어갔다. 이브 앤슬러의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가 그나마 내가 읽고 싶은 여성 암 생존기에 가장 가까웠다. 여성의 몸, 삶, 그리고 사회를 향한 저자의 솔직한 목소리가 있었다.
<암이란다, 이런 젠장!>은 암환자의 일상을 담은 만화고 <여자가 우유를 끊어야 하는 이유>는 암 환자가 된 호주 과학자의 우유의 폐해 분석이었다. <암에 걸렸다는데, 저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는 일본의 암 상담 전문의와 유방암 환자의 공저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는 암과의 사투 끝에 임사 체험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는 의사가 쓴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한 전문서였다.
2015년 말 국립암센터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남자보다 여자의 암 유병률이 높고 5년 생존율(전체 70.7%, 남자 62.8%, 여자 78.4%)도 여자가 훨씬 높았다. 그런데 왜 여성이 쓴 암 생존기는 없었을까? 2013년 한 언론사 조사가 말해 주고 있었다. 배우자의 간병을 받는 비율은 남자가(97%) 여자(28%) 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성암환자의 37%는 셀프 간병. 여성암환자의 68%가 자녀양육, 집안 살림 등 주부 역할을 도맡는 것으로 나왔다. 내 합리적 의심, 아줌마들은 밥하느라 바빠 책 쓸 시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