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합창단복을 입은 채 광주 전일빌딩 오일팔 사진관에서
260228. 토. 맑음. 17/2
썸네일 사진 표정을 가만히 읽어 본다.
여기는 어디? 광주 전일빌딩245의 9층이다.
광주에서 1박한 덕분에 숙덕은 아침에 공연장소인 전일빌딩 245에 좀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그동안 광주에 와서도 밖에서만 바라보기만 했던 건물 옥상까지 올라가 보았다. 구 전남도청과 분수대, 금남로, 그리고 동서남북 멀리까지 내려다보았다. 그 옥상에 '19800518 기념전시실' 입구가 있었다.
옥상에서 표시를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가 계단으로 내려가니 10층, 안내데스크를 지나면 공중에 총탄 조형물이 있고, 이어서 46년 전 헬기에서 전일빌딩을 향해 쏘아댄 수많은 총탄 자국이 방문객을 맞았다. 확인된 총탄 자국이 무려 245개. 공중에 헬기 조형물이 달려있고, 계단 아래 영상에서 헬기가 날고 있었다. 벽을 따라가며 촘촘하게 펼쳐지는 '518 상설전시'를 따라가다 보니 9층으로 이어졌다.
416합창단 공연이 4시부터지만 모이는 시각이 다가오고 있어 10층과 9층 전시를 한번에 다 보긴 불가능했다. 합창단 버스가 도착했을 때 내려가서 인사하고 11시부터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토크팀 리허설 할 동안 다시 올라가 12시 40분까지 전시를 마저 보았다. 합창단복 노란 리본 티셔츠를 입은 상태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 전시 마지막 코스인 '오일팔 사진관'에서 기념사진도 한장 찍었다.
너무 생각에 젖어 눈물 지으며 본 후라 도저히 웃는 표정이 안 지어졌었다. 눈물을 찔끔대며 다시 표정을 고쳐보려 애써봤지만 안 됐다. 어쩔 수 없이, 저 역사적인 표정으로 찍었다. 에필로그 영상 작품 제목이 '뼈와 꽃'인데, 진심으로 자리를 뜨고 싶지 않았다. 그 끝에 이어진 기획전시 제목이 '증인: 국경을 넘어', 518 당시 광주의 참상을 기록하고 알린 외국인들 이야기의 여운이 길고 길었다.
데이비드 돌린저David Dolinger, 제니퍼 헌틀리Jenifer Huntley, 아놀드 피터슨Arnold Peterson. 세 사람모두 읽고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한 자리 전시로 다시 보니 특별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얼마든지 모른척 할 수 있었고 떠날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현장을 기록하고 돕고 세계에 이 참상을 알렸다. 특히 그 중에 내가 읽은 어린 소녀 제니퍼의 기억을 쓴『제니의 다락방』을 다시 만나 기뻤다.
눈물과 상념에 잠긴 얼굴로, 노란리본 416합창단 티셔츠를 입고, 손에 '증인: 국경을 넘어서' 리플릿 하나 들고 앉은 나를 바라본다. "나는 증인이다."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증언하되, 국경을 넘어서, 보고 듣고 느낀 걸 말하고 쓰는 거야. 416세월호참사에 대해, 518광주에 대해,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중의 힘에 대해. 내 몸에 대해, 내가 경험한 폭력과 성차별과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불의에 대해.
나도 증인으로 살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써 왔고, 살고 있고, 그리고 죽는 날까지 그렇게 살리라. 이런 진지한 생각에 잠겨 표정이 저 모양이다. 그래, 화숙이, 위풍당당 쓰고 또 쓰는 거야.
아참, 부디 광주에 가서 전일빌딩245 옥상에 올라가 보시라. 거기 10층과 9층의 상설전시와 기획전시 '증인: 국경을 넘어'를 놓치지 마시길.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