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을게, 가만히 있지 않을게, 다섯 색깔 리본

막내가 안 입는다고 내놓은 맨투맨티에 다섯 색깔 리본을 그려 봤다.

by 꿀벌 김화숙

260409. 목. 비. 12/8


봄비가 촉촉이 오는 날, 서울에서 낮에 일기를 쓴다. 안산 집에 돌아가면 늦은 밤이 될 거라서다.


아침은 안산에서 맞았다. 공익 에디터 원고 '내 이름은 춤추는 나무'를 마감하고, 방앗간에 맡겼던 쑥가래떡 받아 갈무리했다. 어제 진보당에서 얻은 김밥과 떡 그리고 쑥떡까지 배불리 점심으로 먹었다. 덕이 운전해서 빗속을 달려 서울로 왔다. 어제 늦은 밤에 덕이 서울에서 안산 와서 자고 다시 혜화로 왔고, 그는 지금 탁구 운동하러 갔다. 저녁에 뉴스토마토에서 초대한 음악회에 숙덕이 함께 갔다가, 나는 밤에 안산으로 가는 일정이다. 내일 아침 울림 강의와 오후 복싱, 그리고 다시 토요일에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오늘 일기의 주인공은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맨투맨셔츠다. 거울 앞에서 찍은 사진을 썸네일로 사용했다. 옅은 회색의 평범하고 넉넉한 라운드 맨투맨티다. 이 옷으로 말할 거 같으면, 우리 막내 석이가 옷정리를 해서 안 입는다고 엄빠한테 준 거다. 품이 넉넉해서 덕이 입을까 하다가 내가 입기로 했다. 다만, 이런 단색의 밋밋한 옷에 알록달록 페인트마카로 리본을 그려 넣었더니, 제법 멋진 리폼 작품이 됐다.


4월 아닌가. 천지 사방에 벚꽃이 흐드러진 꽃놀이 철이지만, 누군가에겐 미치도록 가슴 아픈 달인 걸 안다. 그래서 옷을 입어도 자꾸 노란색을 입게 되고 노란 목도리를 하게 되는 달이다. 회색의 평범한 옷에 색색의 리본을 그려 넣으니 이달에 어울리는 옷이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어서 이런 장난이라도 해 보았다. 잊지 않을게, 가만히 있지 않을게, 곁에 있다고 옷으로 말하고 싶었다.


노란색 리본만 잔뜩 그리기엔 좀 시시하지 않겠나. 일반적으로 애도의 상징인 검은색 리본까지 그릴 필요는 없겠다. 대신 알록달록 고운 다섯 색으로 크고 작은 리본을 자유롭게 그리기로 했다.


노란색 리본은 2014년의 세월호 참사 상징이다. 벌써 12주기다. 잊지 않을게, 가만히 있지 않을게. 행동할게.

주황색 리본 은 2017년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다. 실종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손을 잡는다.

보라색 리본은 2022년 이태원 참사다. 세월호 세대가 이태원 희생자로 이어졌다. 가만히 있지 않을게.

초록색 리본은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다. 희생자를 추모하며 잊지 않겠다고 함께 하겠다고 고백한다

하늘색 리본은 2024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다. 비슷한 배터리 공장 화재가 끊이지 않아 더욱 마음 아프다.


아차, 숙덕은 왜 이렇게 안산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을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그랬던가. 방앗간에서 쌀 한말 맡겨 떡을 할 때마다 4층 계단이 문제였다. 단골 떡집이라 20년이 넘도록 계단을 올라와 배달해 주더니, 사장님도 나이가 드는 거다. 1층까지 배달 된 떡을 올리자고 덕이 안산으로 왔다. 그리고 오늘 저녁 어차피 둘이 함께 일정이 있으니 함께 차로 이동하는 거다. 기름 비싼 요즘에 말이다. 주중에 덕은 서울에서 나는 안산에서 각각 운동하고 활동하며 살다 주말엔 같이 서울 사람. 어언 7년 차 따로 또 같이 사는 중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