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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성 Apr 27. 2019

저성장 시대, 자존감을 쇼핑으로 구입하는 시대

진짜 나의 자존감을 찾아 줄 '우상'은 이 세상에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원하는 우상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고난과 힘든 시기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존재성을 확립할 수 있는 무언가에 의존하고 기대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돈'이 될 수도 있고 '명예', '보증증서'가 될 수도 있으며 좋아하는 '연예인'이 될 수도 있으며 '피규어나 프라모델'을 두고 우상으로 섬길 수도 있다. 이러한 자신의 존재가치를 올리기 위한 우상을 만드는 것은 세상이 고난해질수록 혹독해질수록 살기 어려워질수록 서로 투쟁이 많아질수록 자존감이 하락하는 시기에 더욱 많아진다.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고 기업이나 사회나 정부나 예산이 부족해지고 돈이 말라가자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파이를 뜯어와야 살게 되는 무한 전쟁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간 인류는 너무도 가파른 성장을 경험했고 빠른 과학기술과 자원개발로 분에 넘치는 부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결국 만들어진 부의 99%는 극 소수의 1%가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99%는 전체 부의 1%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양극화와 서로가 불신하는 사회문화로 부자가 밖에 나가기가 두렵고 가난한 자가 부자를 보면 폭력으로 달려드는 세상에서 서로가 신뢰를 구축하고 화합하여 많은 자가 나누어주고 부족한 자가 채워지는 세상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형국이다.


이렇게 서로가 자주 싸우게 되고 피해를 입게 되면 반드시 전쟁에서 이겨야 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자신의 힘을 만들어줄 무언가를 갈망하고 찾게 되는데 여기서 바로 각자의 우상이 만들어진다. 대게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책상에 다양한 힐링 도구들을 만들어 놓는데 고급 커피집의 텀블러, 인기 만화의 피규어, 귀여운 캐릭터 인형 등을 놓아두고 자신의 처지를 위로받는다. 한잔의 여유를 남기는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사람들의 좋아요 피드로 위로를 받고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여기서 텀블러, 피규어, 캐릭터, sns 등이 바로 우상이 된다. 


우상 자체를 만드는 것이 왜 문제인가? 그것을 갖다 두어도 의존하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내가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업무량이나 상사의 질타 그리고 고용의 불안정성 속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마침 점심시간에 날이 따듯하여 근처 공원에서 유명 카페의 텀블러를 마시면서 힐링하는 모습을 SNS에 올려 자존감을 회복하려 하였으나. 만약 아무도 피드를 해주지 않는다면?, 악성 댓글을 단다면? 내가 믿었던 우상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내가 믿었던 무언가 나에게 힐링을 준다고 생각했던 모든 물질적 비물질적 요소들은 대게 영속하지 않다. 왜냐하면 인형이나 피겨들은 어느 순간에 금방 질리거나 먼지가 쌓이고 볼품없어지기 때문이다. SNS의 경우에는 나에게 진실을 말해주거나 진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좌절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하고 유명 브랜드를 구입하고 자기 계발을 하고 이를 SNS나 공유 사이트에 공개하지만 오히려 자존감이 하락한다. 왜 그럴까? 나를 기준으로 무엇을 한다면 반드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나보다 낮은 수준의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의 기준은 세상 최고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이 어려워지고 저성장 시대가 찾아오고 서로가 불신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에 의존하려 무언가를 찾으면 된다는 생각을 잠시 접는 것이다. 무언가에 의존한다면 반드시 그 무언가가 세상에서 최고로 영속적이고 영원해야 하며 힐링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하지만 세상 그 어느 것도 그것처럼 될 수 없다. 그렇게 된다고 믿고 안내하고 광고하는 것들 치고는 모두 영업성 광고성 멘트일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라 당신이 자존심을 높이고 존재가치를 높이겠다고 힘들게 구한 고급 자동차, 유럽여행, 고급 호텔에서의 하룻밤, 10만 원짜리 스테이크, 50만 원짜리 원피스, 200만 원짜리 명품 구두와 백, 귀여운 강아지, 복권으로 당첨된 돈, 10년 모아 투자한 30평 아파트, 외로움에 사귀고 있는 애인 등 이러한 존재들이 영원한 것인가? 당장에는 힐링이 된다한들 100년 이상 가는 영원한 것들인가? 그렇다고 믿는다 하더라도 한순간에 사라질 위험성이 있는 것들 아닐까? 이러한 것들에 나 자신의 자존심과 힐링의 주제로 모신다면 반드시 그 이상의 배로 고통을 겪을 날이 온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따라서 누구나 자신이 믿고 있는 허황된 꿈이나 재물 욕심 등의 탐욕으로 자존감을 살리고 나 자신의 힐링을 이루어낼 수 있고 거친 세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위험하다. 오히려 이러한 것들을 덜어내고 진짜 내 삶을 살기 위한 진지한 성찰과 고백 그리고 나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보고 깊이 있게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맞다. 무언가 우상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20세기는 자본주의와 함께 쇼핑주의가 탄생한 시대이다. 지금 이 시기에 자급자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모두가 노동의 대가로 받은 금전으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한다. 이러한 것들은 어떻게 보면 편리하고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간단하게 구입하면 해결되는 게으름 주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것이 만약 내 삶의 가치관, 나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나는 내 자존감이 상실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진짜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라는 깊고 오래 걸리고 어려운 성취의 시간들은 귀찮아서 피하고 그저 편하게 돈으로 다양한 우상을 구입하여 해결하려는 자존감의 소비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돈을 버는 자는 소수의 자본가들뿐이고 가지고 있던 우상이 싱거워지니 다른 우상을 찾기 위해 또 소비하는 자는 결국 가난해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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