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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교사 Oct 20. 2019

편애라뇨?

편애에 대한 솔직한 심정 


그럴리가 있나! 어떻게 선생님이 학생을 편애하고 차별할 수 있겠어.

누구나 다 똑같이 예쁜 학생들이지!





자, 솔직해져볼까

사실 관심이 더 가고, 눈이 더 가고, 마음이 더 가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기준이 ‘성적’이 아니다. 무작정 ‘착한’ 학생도 아니다. 말을 ‘잘’ 듣는 학생도 아니다. 

그렇다고 ‘예쁘게 생긴’ 학생도 아니다. 흠, 적다보니 기준이 참 없다. 



그럼 조금 더 마음이 가는 학생들에 대해 적어볼까




수업시간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집중하는 학생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해)

내가 놓친 부분을 질문하는 학생 (시험에 나오냐고는 묻지 말아주었으면 해)

무거운 거 들고 갈 때 저 멀리서 달려와서 번쩍 들어주는 학생 (캔디를 바라는 건 아니지?)

복도에서 몇 번을 만나도 꾸준히 인사하는 학생 (학교 밖에서는 그냥 지나가도 괜찮아..... 아니면 호칭은 빼주겠니)

5교시에 노래를 시켰을 때 빼지 않고 바로 자동 발사하는 학생 (1절만 해주었음 해. 진도를 나가야 하니깍)

10번 약속 안 지켜도 마지막에 1번이라도 겨우 노력해서 지키는 학생 (첫번째 때 지켜주면 더 좋고)

모둠활동 때 자기 역할 다 하고 다른 모둠 도와주는 학생 (아예 다 해주지는 말았으면 해)

몇 페이지인지 한 번에 알아듣는 학생 (같은 언어도 못 알아듣는 거 아니지)

교실에서 다툼이 있었을 때 슬쩍 와서 알려주는 학생 (사소한 건 안 일렀음 해)

빈말이라도 선생님 사랑해요 감사해요 하는 학생 (듣기 좋은 말이 아주 듣기 좋다)

궂은 일 생기면 ‘제가 하겠습니다’하고 앞장서는 학생 (너무 좋아)

카톡이나 메시지 보낼 때 선생님 안녕하세요 쉬시는 데 죄송합니다.하고 정중하게 매너있게 보내는 학생 (시간은 지키자….)

눈치 안 보고 예의 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학생 (상황파악은 필수^=^)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학생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자신이 소중한 만큼 다른 친구들도 소중하다는 걸 아는 학생 (세상 혼자 사는 거 아니지)

서류 잘 챙기는 학생 (결석했음 결석계, 소풍가고 싶음 신청서 내…)

친구랑 싸웠을 때, 친구의 잘못은 잠시 넣어두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학생 (어른도 이런 분들이 그렇게 멋지게 느껴지곤 해)

잘못했을 때 변명 안 하고 인정하고 뉘우치는 학생 (쥅알)

혼이 났어도 꿍하지 않는 학생 (쿨내나는 너)

화장을 연하게 하는 학생 (안 하는 건 바라지도 않을게. 근데 나보다 잘하는 그 스킬 무엇)

말그릇이 예쁜 학생 (욕하면 사랑해 열 번 알지)

과자파티할 때 “샘 먼저 드세요” 하는 학생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학습지 모자랄 때 친구한테 양보하는 학생 (넌 나의 엔젤, 곧 뽑아줄게)

자꾸 뭘 흘려서 챙겨줘야 하는 학생 (내 손길이 필요하구낭)



그렇다. 

기준은 없고 상황만 존재한다. 

유명한 시처럼 우리가 서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 그 때부터 의미있는 한 송이의 꽃이 되었기에 

너는 존재 자체로 마음이 간다는 걸 알아주길. 

그리고 그 의미는 서로의 노력으로 이어지고 풍성해진다는 걸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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