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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Jul 12. 2021

[그림책 서평] 빅 피쉬

- 이기훈 지음 / 비룡소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921206?OzSrank=3


이기훈 작가의 작품인 빅 피쉬를 처음 보았을 때, 큰 판형과 그림책 무게에 놀랐다. 그리고 본문을 읽으면서 역시 이기훈 작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그림 컷을 세세하게 그릴 수 있는 작가는 드물다. 작가의 전작 [양철곰]과 이 책은 환경이라는 소재를 문명화된 사회와 비 문명화된 사회를 배경으로 동일한 주제로 연결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 빅 피쉬라는 제목이 좋았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와 같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도 성인이 된 아들에게 허풍을 늘어놓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인데도, 판타지 세계가 잘 그려진 영화이다. 제목도 동일하고, 판타지 이야기여서 영화가 많이 떠올랐다.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38792&videoId=66320


이야기에서도 상호텍스트성을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성경 속 이야기인 [노아의 홍수]다. 이 그림책에는 빅 피쉬를 잡으러 가는 길에 용사들이 커다란 방주를 만드는 노아를 만난다. 그들은 노아에게 해가 쨍쨍거리는 하늘을 가리키며 비가 오지 않는다고 비웃는다.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아마 이 장면이 인상적인 이유는 인간들의 어리석음 때문인 것 같다. 용사들은 인간들 시선에서 보면 다른 누구보다 지혜롭고, 용맹하다. 하지만 그들은 하늘의 뜻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들이 어리석다고 비웃었던 노아보다 더 어리석은 인물들이다. 이런 용사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책을 처음 읽고 나서는 빅피쉬의 존재는 무엇일까, 빅 피쉬를 잡은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인간이 빅 피쉬를 잡는 행위를 비난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빅 피쉬는 판타지 힘을 가진 상징물이기에 인간이나 동물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인간의 상위 존재인 메시아와 같은 존재로 생각되었다. 그렇기에 마을의 리더가 깊은 동굴 속 빅 피쉬의 존재를 꽁꽁 숨기고 있지 않았을까. 이것을 통해서 빅 피쉬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금기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빅 피쉬를 잡는 행위는 인간이 금기한 행위를 파괴하는 모습으로 여겨졌다. 마치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선악과를 먹는 행위와 동일하게 보였다. 메시아의 역할은 하느님과 인간을 연결 짓는 존재다. 빅 피쉬는 인간과 신을 연결 짓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런 빅 피쉬를 잡고, 동물과 나누려 하지 않고, 자신들만이 독차지하려는 탐욕을 보였으니 대홍수는 어쩌면 인간이 가져온 비극인지도 모르겠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조금 뒤 비가 내릴 것을, 비를 내린다는 신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으니까. 빅 피쉬의 대홍수는 자연재해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재해 역시 인간의 삶과 인과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스터 섬의 모하이상을 세우기 위해 산림이 훼손되고 결국, 자원 고갈로 인해 한 문명이 사라진 것처럼 대홍수가 일어난 이유에는 인간의 생활과 연결되지 않을까. 

이 그림책에서 시퀀스를 분석해 보았다. 이야기는 가뭄 즉 고난의 시작, 빅 피쉬를 잡으러 가는 여정, 그리고 잡는 과정, 돌아오는 여정, 빅 피쉬를 두고 동물과의 긴 전투, 그리고 대홍수로 나눌 수 있다. 이 과정 중 동물과의 갈등이 다른 시퀀스보다 굉장히 길게 그려졌다. 전투로 동물들과 인간들이 다치고 죽는 모습이 많은 장면으로 할애되어 그림책이 전반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그림책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작가는 왜 다른 이야기보다 동물과의 갈등을 더 길게, 여러 차례 보여준 걸까? 어쩌면 인간과 동물은 서로 갈등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함께해야 하는 존재임을, 갈등으로 인해 서로에게 죽음과 상처만 남길뿐이라는 걸 말하고 싶지 않았나 생각된다. 


[양철곰]과 더불어 환경을 지키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양철곰]을 보면서도 느껴졌지만, 인간들 시선으로 보아서는 가장 불필요한, 낮은 존재인 양철곰이 지구를 지키고 구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가장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노아가 지구를 구한다. 가장 어리석어 보이는 이가 가장 지혜로운 이가 되고 지구를 지키는 존재가 되는 것처럼,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은 동물과 함께 지구에 살아가는 작은 존재임을 깨닫고 환경을 지켜야 함을 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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