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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Aug 02. 2021

[책 정리] 피버 드림

- 사만타슈웨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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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인 구조 거리(Distancia de rescate)는 주인공 아만다가 딸 니나가 위험에 노출될 경우 딸을 구하러 갈 수 있는 최단거리를 가리키며,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거론되는 주요한 모티브이다. 이 작품은 병원에서 죽어가는 젊은 여자 아만다와 다비드라는 소년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배경은 아르헨티나의 어느 시골이다. 아만다와 그의 어린 딸 니나는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시골에 오자마자 이해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들에 직면한다.

그곳은 기형아로 가득하고, 동물들이 원인 모를 떼죽임을 당한다. 이 마을의 재앙, 즉 중독, 질병, 죽음의 원인을 탐색하기 위한 아만다와 다비드의 대화는 크게 두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다.

바로 벌레가 생기는 결정적 순간이 언제인지와 아만다의 딸이 어디에 있느냐다.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두 인물은 아만다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의 사건들을 되짚는다.


소설 속에서는 남자들이 드럼통을 옮길 때 생기는 듯한 '이슬'이 결정적 순간과 결부되어 있으리라는 점이 암시되지만, 등장인물은 마을의 비극이 초자연적인 힘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공포와 불안에 시달린다. 슈웨블린은 "문학에서는 말해지지 않는 것이 때로는 이야기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생각을 반영하듯 이 작품은 비극의 원인을 직접적인 방식으로 밝히는 대신 일련의 비극이 환경에서 기인하며, 환경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우리 삶의 위협하고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는 점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제시한다.


『피버 드림』은 2017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셜리잭슨상 중편 부문을 수상한 아르헨티나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의 대표작이자 국내 첫 출간작이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피버 드림』 외에도 소설집 『입속의 새』와 장편 『켄투키』(영어판 『작은 눈들』)가 2019년과 2020년 이례적으로 2년 연속해서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주요 작품 세권이 모두 영어로 번역되어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를 만큼 세계적인 젊은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작가이다.


오랜만에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작가의 이력에서 느낄 수 있듯이 소설이 흥미로웠다. 책을 잡은 순간부터 끝까지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 간의 대화만으로도 이렇게 긴장감을 일으키며 장편을 소화할 수 있음에 놀라웠고, 

결말에서도 비극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주술적인 치료법의 등장도 흥미로웠다.




[책 중에서]

벌레 때문이에요.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돼요. 그리고 기다리면서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순간을 찾아내야 해요.

왜 그래야 하는데?

중요하거든요,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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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몇 시간 후면 죽을 거야. 그렇게 되겠지? 안 그러니?

그런데도 마음이 이렇게 평온하다니 이상하지.

네가 말해주지 않아도 내가 이미 알고 있어서 그래.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그렇다고 말하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지.

이 중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실이잖아?

내가 죽을 거라는 건.

마당에서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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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아빠는 그이를 쳐다보지 않고 자기가 마실 마테를 한잔 더 따라.

"제 말은, 딸아이는 잘 있어요. 치료 중이고, 피부에 난 반점도 이제는 별로 아프지 않고요. 회복하는 중이죠. 그 애가 겪은 그 모든 일을 이겨내고요. 하지만 뭔가가 더 있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어요. 아이의 몸 안에 뭔가가 더 있어요." 그이는 말을 이초쯤 멈췄다가 다시 이어, 마치 너희 아빠에게 이해할 시간을 주는 것처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나요? 니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모릅니다."

길고 긴 침묵의 순간이 흘러. 그동안에 두 사람 다 움직이지 않아.

"틀림없이 아실 텐데요."

"나는 모릅니다."

남편이 식탁을 쾅 하고 내리쳐. 자제한 동작이지만 효과적이야. 설탕 그릇이 펄쩍 뛰어오르고 뚜껑이 약간 옆으로 떨어져. 너희 아빠는 이제야 그이를 쳐다보지만 놀란 기색없이 대꾸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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