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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Sep 05. 2021

교정 작업 중..

-우리말을 지킨 사람들 교정본 작업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청소년용 정보책 [우리말을 지킨 사람들]을 출간하려고 했는데, 그림 일정이 맞지 않아서 다소 늦어지고 있다. 두 번째 교정본이 왔다. 금요일에 받았는데, 저녁 강의로, 토요일부터 보고 있다.

교정지를 보는 일은 정말 힘들다.  글은 처음 쓰는 것보다 퇴고가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건만, 잘 되지 않는다. 1차 원고가 끝나면 그 원고는 다시 들여다보기가 싫다.

하지만 어김없이 교정지가 오고, 원고를 보다 보면 대체 이런 비문은 누가 쓴 거야? 싶을 정도로 문장이 엉망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오탈자가 보이고, 끝내 편집자나 작가가 오탈자를 보지 못하고, 그냥 출간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오탈자가 안 보이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우리가 한 문장에서 특정 어휘의 배열을 다르게 해도(출간을 간출로 써도) 우리 뇌는 출간이라고 읽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탈자가 눈에 잘 안 띈다고 한다.

어쨌거나 나는 어제, 오늘 문장 정리를 반복하고, 오탈자를 열심히 찾고 있다. 그래도 3차 교정에서 또 나오겠지.ㅜㅜ. 난 이래서 편집자는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편집자의 일은 화수분처럼 끝이 없다. 편집자들을 존경해야 한다. 


이 책은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기획했다. 2000년도 초에 한 책에서 말모이에 대한 자료를 접하고, 이야기의 감동이 커서 동화로 쓰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작업을 하느라 기획안과 스토리라인만 짜 두고 작업을 미뤘다. 결국 시간이 흘렀고, 다른 곳에서 영화와 동화로 이야기가 나와 버렸다.

결국 말모이 이야기는 못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 출판사에서 나의 이런 스토리를 알고 있어서, 

말모이를 포함한 큰사전 편찬까지의 이야기를 청소년용으로 엮어보자고 했다. 선뜻 작업에 응하겠다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큰사전 편찬까지 동화가 아닌 정보책으로 쓰려면 자료 조사뿐만 아니라 공부할 내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겨우겨우 여러 책들과 논문, 자료들을 읽고, 정리해서 올해 초, 원고를 마무리했다.

이 책에는 국어학자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자리에서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자 했던 많은 이들을 보여 주고자 했다.  한 인물, 한 인물 자료를 접할 때마다 그들이 얼마나 한글을 사랑했는지, 조국의 독립을 얼마나 소망했는지 느낄 수 있었고, 마음이 뭉클했다. 지면의 문제로 큰사전 편찬에 실질적인 역할을 했지만 다루지 못한 많은 국어학자들이 있고,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전 편찬에 도움을 준 더 많은 이들을 다 소개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에게 소중한 한글이, 그리고 세계 속에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8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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