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 공주, 별아래 저, 책고래
어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끝났다. 마지막회까지 본방으로 보니, 12시가 넘어 있었다.
2회 때 우연히 잠깐 보았는데, 연출이 너무 예뻐서, 보다 보니, 극본, 연출, 소품 등등, 하나도 빠지지 않는 드라마였다.
정말 오랜만에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대본으로, 눈과 귀, 마음이 오갔다.
요즘 티비를 잘 보지 않고, 본방송 또한 거의 보지 않는데, 매주 금, 토를 기다리며, 본방을 시청하게 만든 드라마였다.
초반부터, 어쩜 저렇게 소품과 배경을 효과적으로 쓸까? 고궁의 색과 형태, 한복의 색상과 빛깔, 소품 하나하나를 저리 잘 잡아냈을까 궁금해서 미술 감독을 찾아보았더니, 한지선 미술 감독[왕의 남자]이 맡아서 하고 있었다.^^
어제 16화, 마지막 화가 연이어 방송했다. 이 두 화에서 나는 꽃들이 등장하는 장면에 시선이 같다. 특히 능소화가 자주 보였다. 능소화는 구중궁궐의 꽃으로, 그리움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이 꽃은 한 궁녀가 왕의 총애를 받고, 그 이후로 찾아오지 않는 왕을 기다리다가, 쓸쓸하게 죽어간 뒤 피어났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능소화가 덕임의 모습, 궁녀와 궁궐 속 여인의 삶을 비추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왕만을 바라보는 덕임뿐만 아니라, 대왕대비 역시 궁궐을 감옥이라고 표현하였다.
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는, 실제 역사 이야기인 정조의 절절한 러브스토리도 있겠지만, 궁궐에 사는 여인들의 삶을, 여인이지만, 궁녀지만,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잘 표현했다는 것이다.
능소화와 국화를 통해서, 덕임의 삶과 죽음을 상징했던 것 같다.
궁중 연회에서는 조화가 아닌 비단으로 만든 채화를 썼다. 색을 내기 위해 비단을 여러 번 염색하고, 홍두깨로 두들겨, 꽃잎을 하나하나 인드로 지져서 만드는 채화.
나비 공주라는 동화책에는 채화를 만드는 장인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싶은 아이, 도래는 궁중채화장의 아들로, 아버지의 대를 이어 궁중채화장으로 살기를 거부하다가, 아버지를 이해하며, 채화를 만드는 장인들의 수고와 노력을 알게 되며, 채화 장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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