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해요

씩씩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

by 곽영미


전미화 글, 그림의 그림책 [씩씩해요]를 만나보자. 이 그림책은 배경색이 이야기의 흐름을 읽게 해주는 특징이 있다. 색을 관심 있게 보면서 읽어 보기를 바란다.

먼저 표지를 보자.

표지

앞표지는 노란색 배경에 아이가 혼자 서 있고, 뒤에는 엄마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있는 뒷모습이다. 이 그림책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여러 차례 읽은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그림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아이들의 지적 수준이 성인들보다 낮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고작 1학년이 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알고, 느끼겠냐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니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그림의 정서를 읽어서 놀란 적이 있다. 이 장면에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자신들의 고정관념으로 해석하는데 아이들이 성별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에 다소 놀랐다. 나는 그림을 보면서 주인공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한 번도 생각지 않았다. 그 뒤 교과서나 그림책 등에서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그림이 아닌지 눈여겨보게 되었다.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면 어떤 이야기일 것 같은가? 밝고 활기찬 아이의 모습과 제목을 통해 무언가 활기차고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지 않은가!

이 그림책은 면지나 표제지 없이 바로 시작된다. 본문 페이지는 왼쪽 글, 오른쪽 그림으로 분할되어 구성되어 있다. 먼저 첫 번째 펼침면에는 왼쪽 글이 없고, 빨간색 배경에 자동차가 공중으로 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빨간색이 상징하는 피가 떠오르면서 불안정한 자동차 그림이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그렇다, 누군가의 사고가 일어났다. 표지에서의 기대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다음 페이지에서 글과 함께 아빠처럼 보이는 남자가 누워있다.


[그건 아주 무서운 사고였대요. 아빠 차는 공중에서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고 했어요.]

본문

글에 앞장면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배경은 여전히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고, 아빠 몸에는 수많은 선들이 연결되어 있다. 이 선이 무엇처럼 보이는가? 함께 책을 읽었던 아이들은 이 선이 링거 같다고도 했고, 영혼이 빠져나가는 통로 같다고 했다. 모두 아빠의 누워있는 자세(가로)와 많은 선들로 아빠가 사망했다는 것을 짐작했다.

아이는 아빠가 수술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는 초록색을 배경으로 아빠의 언급 없이 엄마가 바빠졌다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는 이제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목욕을 하고, 혼자서 그네를 타야 했다.

그리고 늦은 밤, 곰돌이와 얘기하며 엄마를 기다린다.

본문

그림의 배경색은 초록색, 주황색, 갈색, 보라색을 썼지만 채도를 높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의 기분을 주인공 아이의 감정처럼 내려앉게 한다. 아이들은 여기까지 읽으면서 주인공의 정서에 공감해서인지 식탁과 목욕탕이 커서 쓸쓸해 보인다고 했다.

다음 펼침면에서는 아빠 꿈을 꾸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 아빠, 아이의 행복한 모습이 여러 색의 풍선 위에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었다. 꿈에서 깬 뒤 아이는 이불이 젖어 있었다. 엄마한테 혼날 줄 알았는데 엄마는 화내지 않는다.

noname04.jpg 본문

이 그림을 보고 아이들은 배경색이 아이가 오줌을 싼 이불 같다고 했다. 아이들의 연상이 대단하지 않은가!

다음 펼침면에서 아이와 엄마는 함께 산에 간다. 단둘이서 무언가를 하기는 처음이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 우리 둘이 씩씩하게 사는 거야. 알았지?]

그림은 엄마와 아이가 어깨동무를 하고 앉은 뒷모습이다. 그리고 배경으로는 무지개 색 언덕이 겹겹이 그려져 있다.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엄마와 아이가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이들은 다양한 색이 배경으로 그려진 이 장면에서 아이가 씩씩해졌다고 말한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물으니 엄마의 말과 알록달록 바뀐 배경색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이 그림을 볼 때 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서를 대입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인 역시 그림을 볼 때 그림의 조형요소 중 색에 가장 빨리 반응한다.

다음 펼침면에서는 이야기가 전환되어 아이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그네를 타는 모습이 나온다. 배경색은 환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는 이제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엄마와 아이가 액자를 거는 모습이 나오고, 사진 속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속 아빠가 나를 보며 웃어요. 나도 아빠를 보며 웃어요.]

이야기의 끝은 “나는 씩씩해요”라는 글과 함께 표지에서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은 아무도 겪고 싶지 않지만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슬픔이다. 나 역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 아침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전화기를 타고 넘어오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 그 충격이 무뎌질 나이인데도 이렇게 그날 아침 공기까지 떠오르는 것을 보면 갑작스러운 죽음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고른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빠와의 함께 있는 사진이었다. 그 이유로는 아빠와 함께 있고 싶고, 더욱 씩씩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고 했다. 당신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인가?


이야기를 읽는 도중 한 아이가 이렇게 얘기했다.
“혼자 할 수 있어요. 아빠가 있다고 느끼면 되잖아요.”
그 아이의 말이 계속 생각났다. 우리 인생에서 사라진 누군가를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변하지 않았는데 누군가만 사라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아파하고 힘들어하는데 그런 존재가 계속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부재를 형체로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형체가 사라졌을 때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가 슬픈 이유는 그들과 더는 함께할 수 없고, 더 이상 같이 얘기하고, 웃고, 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이의 말처럼 부재한 누군가가 있다고 느끼면서 살아가면 슬픔이 좀 더 작아질 수 있을 것 같다.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일본 소설인 [원더풀 라이프]는 죽음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에 머물면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고르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고른다면 어떤 기억을 골라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였다. 영원히 머물고 싶은 순간,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만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어떤 기억을 고르겠는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https://movie.daum.net/moviedb/video?id=3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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