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 나오니까 좋다
김중석이 그리고 글을 쓴 그림책 [나오니까 좋다]는 현대사회의 트렌드인 캠핑 문화를 소재로 담고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갑자기 유행된 바이러스로 인해 바깥활동이 어렵고, 나가지 못하는 시기에 이 그림책 제목은 마음에 확 와 닿는다. 정말 나가기만 해도 좋을 것, 아니 살 것만 같은 시기이다.
먼저 표지 그림을 보자. 표지는 앞, 뒤가 연결된 그림으로 숲길을 가로질러 자동차가 오른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제목이 같이 보인다. 자동차에는 고슴도치와 고릴라가 타고 있으며, 짐을 가득 실은 모습이다. 뒤표지에는 [숲에 와서 좋다. 함께여서 좋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숲은 주로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랑, 갈색, 연두 빛 등 다양한 색이 보이고, 여러 마리 뱀들도 눈에 띈다.
숲에 가서 화들짝 놀라는 때가 바로 뱀의 발견이다. 산책길에서 돌담에서 몸을 말리는 뱀을 보고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뱀을 두려워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선조부터 뱀에 자주 물려서 그런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유전자로 인해서 뱀이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릴 때부터 학습된 요인도 있겠지만 뱀을 볼 때마다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뱀을 무서워하는 유전자가 있기는 한 것 같다.
하늘색 계열의 색 면지를 넘기면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본문 페이지로 연결된다. 첫 본문 페이지에는 왼쪽 면에 콧구멍을 쑤시면서 심심하다며 캠핑을 가자는 고릴라의 모습이 등장하고, 글도 대사처럼 고릴라 위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오른쪽 면에는 그림이 아무것도 없지만 ‘캠핑?’이라는 글씨가 보여서 누군가가 고릴라의 말을 듣고 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지에서 본 것처럼 고슴도치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면에는 고릴라의 모습은 없고, 고릴라가 “응! 캠핑!”이라고 말하고, 고슴도치는 오른쪽 면 하단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세 번째 면부터 고릴라와 고슴도치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시작되고, 고릴라는 바쁘다는 고슴도치를 꼬드겨 자신이 모든 일을 하겠다고 캠핑을 가자고 한다. 그런데 본문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표제지가 등장한다. 표제지 그림에서 둘은 캠핑을 떠난다.
본문처럼 시작된 세 쪽의 펼침면은 본문이 아니라 이야기의 시작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캠핑을 떠나는 이 장면에서도 고슴도치는 집에 가고 싶다고 투덜댄다.
본문 앞쪽에서는 둘은 바쁜 도시를 지나 숲으로 들어가고, 길을 헤매다가 드디어 캠핑장에 도착한다. 이 그림책은 고슴도치와 고릴라의 대사체로 글이 적혀 있으며 지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대화식이다.
[이걸 언제 다 정리해? 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낑낑]
둘은 캠핑장에서 도착해서도 계속 티격태격한다, 잔소리가 많은 고슴도치, 모든 것을 다 한다고 하지만 뭔가 어설픈 고릴라. 투덜대는 고슴도치와 달리 고릴라는 텐트를 치고, 나무에 그물침대도 걸며 나름 캠핑 분위기를 내려고 한다. 이런 장면은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흔히 본 풍경들로 화면으로 정말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나오면 재미있다더니 벌레도 많고 춥고 심심하잖아. 이게 무슨 캠핑이야. 배고파, 배고파. 밥 줘~]
고슴도치의 말처럼 화면으로 보는 캠핑은 즐겁지만 실제 캠핑은 그렇지 않다. 캠핑을 가려면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가는 길도 고되다. 텐트를 치는 일도 어렵고 무엇보다 숲에는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벌레도 많다. 저녁만큼은 제대로 차리겠다던 고릴라는 고슴도치에게 물을 떠달라고 하고, 벌을 보며 놀라며, 이것저것 고슴도치의 도움을 필요로 하더니 어렵게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둘의 이런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두 주인공이 눈에 띄게 비교되는 다른 체형과 성격으로 이야기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야기는 중반부를 넘어 절정에 다다른다. 이제 드디어 맛있는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둘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숲이 어두워진다. 드디어 밤이 되고 그들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의 풍경으로 차를 마신다. 캠핑장까지 오기까지 그리고 저녁식사 전까지 분주했던 모습과 반대로 이 시간만큼은 정말 고요하고, 평안해 보인다. 이 장면을 보면 [별이 진다네] 노래가 떠오른다. 우리가 경험했던 캠핑과도 많이 비슷한 모습이다. 다음 그림에서는 시선이 하늘 위로 올라가서 텐트와 숲이 줌-아웃되어 있다. 그래서 숲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데, 밤하늘 반짝이는 별들과 숲의 풍경이 아름답다. 밤하늘의 별은 물감 위에 소금을 뿌려 물감의 색을 빼서 완성하였다.
텐트 안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
[나오니까 좋다]
누구의 목소리일 것 같은가? 고슴도치, 아니면 고릴라, 아니면 둘 다. 나는 고슴도치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후반부부터는 상황이 바뀐다. 숲에 캠핑하러 가기 싫어했던 고슴도치가 아침 일찍 일어나 숲의 동식물과 만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고슴도치는 텐트를 정리하는 고릴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안녕, 뱀!, 안녕 꽃! 안녕, 릴라야~ 잘 잤어? 여기 너무 좋다.]
고릴라는 “나오길 잘했지?”라고 묻는다.
아마 캠핑을 갔던 사람들이라면 다들 이 시간을 공감할 것이다. 이상하게도 캠핑장에서 먹은 음식은 다 맛있고, 아침 공기도 좋아서 늦잠을 자지 않게 된다. 그래서 아침부터 숲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니면서 하루 더 있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안 좋았던 기억보다 좋았던 기억만 남아 다시 캠핑을 가고픈 열망에 사로잡혀 그날이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 우리가 즐거웠다고 생각하는 기억은 사실 아주 짧은 한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행복한 이유는 그 주변에 행복하지 못하고, 즐겁지 못했던 순간과의 비교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둘은 숲을 떠나고, 마지막 장면에서 둘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고 [길이 이상해. 이 길 맞아?]라는 글만 보인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또다시 길을 잘못 들어 헤맬 것 같은 고릴라의 모습이 보이고, 투덜대는 고슴도치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이 그림책의 그림은 수채화 물감과 사인펜, 그리고 재질감이 있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숲의 질감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그림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으라고 하면 바로 나무의 색이라고 하겠다. 흔히 나뭇잎의 색을 초록이라고 여겨 같은 느낌의 초록색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숲에서 자세히 나무들을 관찰해 보면 모두 같은 초록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기공이 발달한 잣나무는 초록빛에 흰색이 더 들어가 있고, 진한 소나무의 초록과 후박나무의 연초록, 벚나무의 녹색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결이 모두 다르다. 그런 아름답고 조화로운 느낌이 잘 표현되었다. 또한 무섭다고 생각되는 뱀이 매장 면마다 귀엽게 등장하면서 그림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뱀의 등장에서 다소 경계심이 일었는데, 숲에 뱀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두려움과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독이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몸에 좋다는 이유로 멸시와 죽임을 당하는데, 어찌 생각해 보면 숲은 뱀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작가는 계속적으로 뱀을 보여주면서 알려주는 것만 같다.
이 그림책은 캠핑이라는 우리의 단순한 일상을 보여주는데, 요즘은 이런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한다. 어쩌면 다시는 이런 일상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