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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an 12. 2022

한국 vs. 호주, '주방 문화' 차이는?

문화충격받는 설거지 법.

한국인과 호주인이 함께 주방에서 일을 할 때, 서로 힘겨워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은 단연 호주인들의 설거지 방식이다. (식기 세척기를 쓰는 경우도 많지만) 


호주에서는 보통, 

1.      뜨거운 물을 개수대에 반쯤 받는다. 

2.      세척제를 풀어 거품을 낸다. 

3.      자루가 길고 뻣뻣한 솔로 (한국에서 주로 빨래나 운동화 빨 때 쓸만한) 기름진 접시를 엉성하게 닦는다. 접시엔 음식 찌꺼기가 아직 달라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4.      건조대에 세워 놓은 뒤 마른행주로 거품과 음식 찌꺼기를 닦아낸다. 

5.      그릇장에 집어넣는다. 설거지 끝^^ 

호주인들의 설거지엔 거품 묻은 접시를 ‘맑은 물로 헹궈내는 과정’이 없다. 고로 접시를 10개를 닦든 100개를 닦든 개수대 반통의 물이면 족하다. 


오랜 세월 동안 

1.      환경적으로는 물이 귀하고, 

2.      생활방식 면에서는 여행을 (집을 떠나 생활하는 것) 자주 오래 해서 그렇기도 하고 (일이든 휴가든) – 서부 개척사 영화를 보면, 카우보이들은 황량한 사막에서 모닥불에 고기를 굽거나 깡통을 걸어 무언가를 끓여 먹는다. 하지만 마실 물도 물통에 달랑 들고 다니는 이들이 감히 설거지를 어떻게 했겠는가 상상해 보라.

3.      위생 개념에 있어서는 ‘청결=건조’ 이기 때문인 듯하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그 접시에 무언가를 담아 먹는다는 걸 찜찜해한다. 그래서 (단체급식을 할 경우) 자기 접시를 개수대에 한번 헹군 뒤 음식을 담으려 한다. 그러면 호주인들은 네 접시가 젖어서 음식을 담을 수 없다며 더러운 마른행주를 던져주며 말리라 한다. 

그렇다면 호주인들이 힘들어하는 한국인의 주방 관련 문화란 무엇일까? 


1. 젖은 그릇을 쓰는 것. 

이들에게 물기란 설거지가 덜 끝난 불결한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인들에겐 막 설거지 통에서 씻겨 나온 청결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접시든 수저든 탁자든 부엌 바닥이든 물기가 있으면 안 된다. 이들은 목욕탕에도 카펫을 깔고 살지 않는가. 목욕탕에 물기 있는 것도 견디지 못한다. 근데, 생각해 보면 모든 잡균은 수분이 있는 곳에서 자라난다.


2. 설거지가 끝나면 모든 그릇과 주방도구들은 장이나 서랍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설거지를 깨끗이 해도 건조대에 접시를 세워 놓은 채 두면 부엌 정리를 덜 한 걸로 본다. 개수대 주변을 완전히 비우고 마른행주로 닦는다. 한국인들은 매 끼니때마다 쓰는데 뭘 넣다 뺐다 하느냐 한다. 또 접시를 세워 놓으면 물기가 다 빠지니까 마른행주를 쓰는 것보다 위생적이고 편하다고 여기기도 하고. 


3. 냉장에 예민하다. 

모든 식재료와 음식은 냉장고에 보관한다. 슈퍼에서 장을 봐 집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아이스 팩이든 보냉백을 쓰고, 아이들 점심 샌드위치 도시락도 집에서 학교 냉장고에 들어가는 사이를 못 견뎌 작은 보냉백을 이용한다. (한국에서 보온 도시락 이용하듯). 물론 날씨가 더울 때도 있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음식 변질에 관한 강박관념이라도 있는 듯 아주 잠깐이라도 식재료나 요리가 상온에 있는 걸 불편해한다.  

이곳에서 요리 관리를 다루는 책자를 보니 음식을 한 뒤 온기가 가시기 전에 냉장고에 집어넣고 보관해야 **균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국인들은 보통 차갑게 식힌 뒤 냉장고에 넣는다.


나도 처음엔 호주인의 설거지 법을 힘들어했다. 녹슬고 이 빠진 접시를 제대로 닦지도 않은 채 쓰는 것을 보고 ‘저런 그릇, 한국에서는 개밥그릇으로도 쓰지 않는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물이 없는 사막을 여행하면서, 또 덜 행군 그릇에 수십 년간 음식을 담아먹어도 아무 탈이 없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변했다. 호주인 집에서는 호주식으로 한국인 집에서는 한국식으로 설거지하고 행동한다. 


그럼 내 집에선 어떻게 하냐고? 

1.      설거지 물은 반드시 받아서 쓴다. 마냥 물 틀어 놓고 설거지하거나 야채 씻는 사람들 맘에 안 든다. 한국인들의 물 낭비는 세계 수준급이다.

2.      기름기 없는 그릇은 물로 한번 헹구고 만다. (시간 노동 물 절약에 좋다.) 

3.      세제를 쓴 경우는 한 번쯤 헹군다. 

4.      마른행주는 잘 쓰지 않지만, 수저와 그릇들은 매번 장속에 넣었다 빼려고 시도는 한다.  


한 집안에서도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설거지 취향이 달라 고민하지 않는가. 며느리는 그냥 접시를 세워 물기를 말리고 싶은데, 시어머니는 자꾸 젖은 행주로 닦아 (한 세대 전엔 이런 설거지 법이 흔했다.) 괴롭다는 며느리의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설거지처럼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에 대한 처리 방식이 다르다는 건 매우 예민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내 집에선 내 식대로 할 자유가 있겠지만 타인의 방식도 존중하고 잘 견디는 것이 문화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10/2/2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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