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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an 13. 2022

한국 vs. 호주 '휴지 사용법' 다르다.

냅킨 티슈 화장지의 차이는?

한 외국인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식탁에 올리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는 기사를 읽었다. 내 주변에서도 한국을 다녀온 호주인들이 비슷한 지적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나도 좀 놀랐다. 그게 그렇게 문화적 충격을 받을 만한 일인가? 하고 말이다. 내가 겪어 본 호주인들의 우리와는 좀 다른 휴지에 대한 개념, 사용법에 대해 나눠보고자 한다.


1.      냅킨

식탁에서 쓰는 휴지. 네모난 모양으로 접혀 수퍼등에서 판다. 식탁 위에 올릴 때는 세모나 네모 혹은 여러 모양으로 접어 올려놓는데, 장식적 효과도 있어 다양한 칼라와 프린트가 인쇄되어 있기도 하다. 주로 입을 닦는데 쓰지만, 음식물로부터 옷을 보호하려는 용도도 있어 식사 직전에 냅킨을 활짝 펴서 무릎 위에 올려놓거나 턱밑에 고정시켜 턱받이로 쓰는 경우도 흔하다. 아주 점잖은 빼야 하는 자리라면 접힌 냅킨을 그 모양 그대로 유지한 채 입 주위만 똑똑 찍어내며 정리하기도 하지만, 일단은 넓게 쫙 핀 뒤 여러 번 다시 접어가면서 쓰고 또 쓰는 게 보통이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웨이터가 여자 손님에게 식사 전 천으로 된 냅킨을 무릎 위에 펴주기도 하는데,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당황해할 필요 없이 가만히 앉아 서비스를 받은 뒤 고맙다고 하면 된다. 쓰고 난 냅킨은 대략 접어 놓으면 교양 있어 보인다. 곧 찢어질 듯한 싸구려 냅킨이라도 주방용이다.


2.      티슈

마사지할 때만 쓰는 게 아니다.^^ 티슈는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한국에서는 있는데 호주에서는 용도가 다르고 뽑아 쓸 수 있어서 편리할 뿐 더 고급스럽다는 개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가격을 떠나서 티슈를 휙휙 뽑아 쓰면 낭비하는 것처럼 여기며 알뜰하게 두루마리 휴지를 쓰려는 경향이 있는데, 화장지보다 싼 티슈도 많다. 가장 편하게 다용도로 쓸 수 있다. 코나 손 닦을 때 외에도 일반적으로 어디에서 쓰건 큰 무리가 없다. 거실, 화장실에서 써도 되고 간혹 냅킨이 없을 때 식탁에서 쓸 수도 있다. 단, ‘아이고 냅킨이 마침 떨어져서는…’ 하고 한마디 정도는 붙여 주는 게 좋다. 손님에게 양해를 구할 필요가 조금은 있다는 거다.


3.      화장지

두루마리 화장지는 반드시 화장실에서만 써야 한다. 더블 엠보싱에 꽃무늬 프린트가 되어 있고 향수까지 뿌려져 있는 최고급이라 하더라도 두루마리 형태는 화장실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화장지는 밑을 닦는데만 써야 한다. 간혹 바닥에 흘린 음식을 닦거나 손을 닦을 수도 있겠지만, 손님들 앞에서 다용도로 쓰는 모습을 굳이 보일 필요는 없겠다.

한상 잘 차려 먹이고, 입 닦으라고 화장지를 내놓으면 호주인들은 밥맛이 떨어져서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싶을지도 모른다. (조금 과장하자면) 왜 깨끗한 음식을 다루고 먹는 주방에서 배설을 주로 하는 화장실 물품을 섞어 쓰는지 이해를 못 하는 거다. 냅킨이 없어 손님이 쩔쩔매도 화장지를 갖다 주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화장실로 재빨리 안내해서 자기가 알아서 물로 닦도록 도와주는 게 낫다. (예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시 말하지만 가격이나 고급, 저급 질을 따지는 게 아니라 형태에 따른 용도를 구별하는 거다. 때로는 티슈나 화장지 만도 못한 냅킨도 있지만, 냅킨의 형태로 생산된 휴지는 주방용이고 두루마리 형태로 생산된 휴지는 화장실 용일뿐이다. 때로는 그게 그거일 수도 있고, 다 똑같은 원료로 같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괜히 유난 떨고 까탈 부리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겠지만 오랜 역사와 다른 문화 속에서 수백수천 년을 두고 형성된 개념과 인식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이런 소소한 것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다. 한식 세계화를 외치고 국격을 높이자고 나서는 마당이라면 이런 타문화에 대한 세심한 이해는 조금 필요할 듯도 하다. (2010/2/2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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