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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pr 01. 2022

호주, 타이어 튜빙에 도전하다.

타이어로 즐기는 이색 레저의 세계.

호주 빅토리아주, 멜번에서 두 시간 북서쪽으로 달리면 톰슨 강이 나온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활동하는 스카우트에서 2박 3일 캠프하며 타이어 튜빙을 한다기에 '그게 뭘까?' 궁금하여 자원봉사 학부모로 따라나섰다.

아이들은 몇 주에 거쳐 트럭 타이어 밑에 엉덩이 보호용 나무판자를 대고 끈으로 단단히 묶은 작업을 했다. 금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온 아들과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캠핑 짐을 꾸려 모임 장소로 갔더니 50여 개의 타이어가 트레일러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어 사방이 깜깜했다. 엄청난 캠핑 짐이 분간도 잘 안되는데 아이들은 조별로 직접 텐트를 설치했다. 자원봉사로 나선 몇몇 학부모들과 공동 부엌을 설치했는데 50여 명의 세끼를 요리하는 만큼 장비와 재료가 엄청났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작업을 마침내 끝내고 핫 초콜릿을 야식으로 끓였다. 뜨거운 초콜릿 한잔씩 마시며 서늘한 밤공기로 차가워진 몸을 덥히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어제는 몰랐던 캠핑장의 아름다운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는 쾌청했고 공기는 신선했다. 간단하게 시리얼과 과일로 아침을 먹고 잠수복을 (wet suit) 갈아입은 뒤 리더의 설명을 들으며 튜빙 준비를 했다.

각자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어 배럴(파란 플라스틱 통) 안에 차곡차곡 쌓았다. 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튜브를 타고 대략 6 시간을 놀 예정이라 도시락을 미리 챙겨야 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날인데 고작 샌드위치라니.. 호주인들 놀랍도록 소식한다.ㅎ

강가엔 해저 동굴도 있었다.

긴긴 준비과정을 마치고 튜빙을 시작했다. 급류를 타는 래프팅과는 달리 좀 더 잔잔하게 강물을 따라 내려오며 주변 경관을 평화롭게 즐기는 것이 이 액티비티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6명의 참가자와 두 명의 리더가 한조가 되어 울고 웃는 탐험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초가을 날씨는 따사로운 햇빛과 함께 최상이었고 강 양쪽에서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월러비 (작은 캥거루)나 워터 드래건( 작은 도마뱀 류, 대체로 위험하지 않고 호주인들이 예뻐라 한다.) 야생 조류들을 찾아보며 같이 소리 지르고 감탄했다. 그러나 예상 못한 바위도 많고 곳곳에 급류가 있기에 마냥 긴장을 놓을 수만도 없었다. 중심을 잃고 튜브가 뒤집히면 순식간에 비상사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안전조끼 헬멧 등을 갖추는 것은 필수고 지형에 익숙한 숙련된 리더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렇게 한 시간 여를 신선놀음하듯 타이어에 누워 완류를 즐기거나 모험을 하며 급류를 타다 보니 점심 먹을 중간 지점 강가에 도착했다. 아침에 만들어 배럴 속에 챙겨 온 점심을 꺼내 먹었다. 리더들이 냄비에 강물을 떠서 버너로 끓였고 우리는 그 물을 컵에 부어 분말 수프도 만들어 마셨다.

흩어져 탐험했던 4그룹이 함께 모여 '너 내려오면서 그거 봤어?' 혹은 '타이어가 뒤집혀 고생한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난 점심 백에 살짝 넣었던 폰을 꺼내 이제야 사진을 몇 장 찍는다. 탐험 중엔 물속이고 집중해야 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말로 못할 아름다운 경관들은 눈과 가슴에만 담았다.


이제 튜빙도 즐겼고 따뜻하게 점심도 먹었으니 이쯤 해서 정리하고 놀고 쉬다가 숙소로 가면 딱 좋겠는데 이제 겨우 프로그램의 반이 끝났을 뿐이었다. 강하류로 이어지는 육로를 1킬로쯤 행군했다. 각자 타이어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는 배럴을 옮겨야 하는 리더의 타이어까지 두 개를 짊어지고 날랐는데 하늘이 노랬다. 참고로 난 중년의 아줌마다. 급류와 지형으로 위험한 구간을 이렇게 육로로 걸은 뒤  다시 두 시간 동안 튜빙을 즐겼다. 

우리 일행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중간에 바위 절벽이 나오면 아이들은 튜브에서 벗어나 그곳을 기어올라 차례대로 다이빙을 했다. 그렇게 질리도록 과하게 몸을 쓰며 놀며 하류에 도착하니 그제야 인근에 휴가 온 사람들 캠핑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오후 5시였다.

몸을 대충 말리고 숙소에서 샤워. 아이들은 체력이 남아 농구를 하고.
저녁으로 먹은 로스트 포크와 삶은 야채들.


튜빙을 하지 않은 학부모들이 다행히 저녁을 준비해 놨다. 바베큐 기기만 3대를 옮겨왔고 이동 키친에 가구까지 트레일러 몇 대에 나눠 실은 짐은 어마어마했지만 부엌 설비와 기능은 완벽했다.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고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왔고 남은 일행은 다음날 튜빙을 한 번 더 하기로 했단다. 아름답고 흥미로웠던 주말이었다. 다음날 온몸의 멍과 욱신거림을 견뎌야 했지만...;; (2018/3/20 씀)


코로나로 몇 년 동안 이 프로그램이 중지됐고 올해는 가기로 했다가 강물이 불고 날씨가 좋지 않아 취소가 됐다. 이젠 아들도 다 컸고 나는 늙어 언제 또 튜빙을 해볼까 싶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톰슨 강의 튜빙 추억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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