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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01. 2022

우영우, 호주에서 배운 장애인의 사랑법

나쁜 놈을 사랑할 자유?

장안의 화제라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주 장애인의 사랑에 대한 이슈를 다루었다. 10여 년 전 호주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할 때 잠시 다루었던 주제였는데, 그때 내가 그 주제를 포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음을 이 드라마를 보고 뒤늦게 깨달았다. 나 또한 드라마의 엄마처럼 장애인을 향한 방어와 보호에만 집중했을 뿐 장애인도 최 변호사처럼 '나쁜 놈을 사랑을 자유' 라던가 '사랑에 실수할 권리'가 있다는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당시에 썼던 글을 일단 나누어보자.



13화 호주, '아동. 지적장애자' 성범죄 방어 교육 (brunch.co.kr)

요즘, 아동이나 지적 장애가 있는 여성들이 성범죄의 희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 방어력이 약하기도 하고,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구분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사회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기 마련인데, 무조건 다 방어하고 상대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과연 이들이 안전하게 사회 안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호주에서는 아동이나 지적 장애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Circle Concept: A strategy for teaching positive personal and social behaviours.).   

1. 나 자신 

2. Cuddle Circle-주로 가족들 사이에서 오가는 엄마가 아이를 안는 듯한 깊은 포옹을 말한다. 하지만 가족이라고 다 이 서클에 둘 필요는 없다. 

3. Hug Circle-어깨를 가볍게 안을 수 있는 사이.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나누는. 

4. 악수하는 사이-몸을 댈 것까지는 없지만 악수는 해도 되는 사이 

5. Wave Circle-안녕하고 손 흔들며 거리를 두고 인사하는 사이. 

6. stranger Circle-이방인들. 아는 척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교육 대상자에게 각 단계별로 누구를 포함시킬 것인지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고 대화하고 지속적으로 숙지시키면, 상당수의 지적 장애자들 조차도 주변의 인간관계를 정리하여 자신의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단다. 


CCTV를 달거나, 신고체계를 개선하는 등의 후속조치도 중요하지만, 미리 교육하여 범죄 자기 방어율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요즘 특수교육을 단기로 공부하고 있는데, 너무도 새롭고 놀라운 내용들이 많다. 한국도 이런 분야로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져 아동이나 지적 장애자 등 취약 계층을 향한 범죄를 줄여나간다면 좋겠다.  (2013/6/14 씀)



장애인의 독립적 사랑 문제는 보호 장치가 특히나 충분치 않은 한국사회에서 발언하기가 매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부모들은 방구뽕 편에서 보았듯이 자녀교육의 목적을 '교육 잘 받아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반해 호주의 학부모들은 (내가 여러 부모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독립과 주체적 삶'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장애인 교육이나 비장애인 교육이나 다를 바가 없다. 호주에서 장애인들은 성년의 나이가 되면 다른 사회복지 시설로 옮겨 복지사의 도움을 받으며 부모 품을 완전히 떠나는 경우가 많다. 재정적으로나 사회생활 면에서 부모가 아닌 사회의 관리하에 실수하고 깨지며 자기의 삶을 꾸리는 것이다. 위의 써클 컨셉 관계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인 동시에 '그 안에서 자유하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지인의 40이 다 되어가는 지적 장애 아들을 보면, 연금을 마구 쓰다 쫄쫄 굶기도 하고 차곡차곡 모았다가 풍족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거나 하지만 장기적 파산은 없다. 지척에 사는 부모와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만나고 연락하며 긴밀하게 지내지만 부모는 조언은 할지언정 간섭은 하지 않는다. 친구나 이성과 만나고 깨지고 버림받고 분노하고 투덜대지만 그것도 인생이다. 모든 것을 차단하여 실수 없는 해피앤딩만을 선사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는 감히 실천해보기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 아직은 차단과 보호만이 최선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점차적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을 해볼 필요는 있다. 그래서 우영우의 문제 제기는 신선하고 의미 있으며 그녀의 사랑은 값지다. 해보지 않아 어려운 세계로 한 발씩 조심스럽게 디뎌보는 것, 상대가 배려 깊은 이준호라 다행이긴 하지만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이고 인생이라는 것을 용감하게 말해주고 있으니까.






필립 아일랜드로 잠시 드라이브.

펭귄이 많이 사는 바닷가인데

7-8월엔 고래 떼가 출몰하기도 한다.

파란 바닷가에 점점이 떴다 사라지는 하얀 점. 20여 마리의 고래 떼가 점프를 하는 중이다. 좀 멀기는 하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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