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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10. 2023

잼버리 영국팀이 제기했던 문제들을 문화적으로 짚어보자.

네 가지 레드라인에 대하여.

지난 글에 이어 잼보리와 연관된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볼까 한다. 잼보리 주최 측의 부패 무능과는 별개로 한국 사회가 국제 행사를 치를 때마다 종종 듣는 잡음을 파악해 보면 타문화의 이해 혹은 국제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어떤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늘 부족,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원들을 위한 음식 미비, 열악한 위생, 의료 서비스 불충분 등 네 가지 측면이 레드라인을 넘겼다.” 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 대표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잼버리 조기 철수 이유다. 


내가 가보았던 호주의 잼보리도 40도를 넘나드는 이상 고온으로 부대행사가 여럿 취소되었었고 건조한 사막이라 모랫가루가 천지로 날려 별별 건강상의 문제들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화장실 또한 충분했지만 항상 깨끗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호주 잼보리의 문제는 스카웃이 도전해야 할 환경으로 받아들여졌고 한국 잼보리는 레드 라인을 넘었다. 물론 이 둘을 놓고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새만금의 준비 상황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좀 더 냉정하게 레드라인의 선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1. 그늘 부족- 

야외 활동에 대한 이해 전반이 부족한 단순한 문제다. 안전한 그늘막을 충분히 설치하면 된다. 곳곳에 냉방이 되는 공간을 마련하면 된다. 이 단순한 것도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일 뿐.


2.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원들을 위한 음식 미비.-너무도 중요하고 위험한 문제다. 

할 말이 너무 많기에 2009년에 관련 주제로 썼던 글을 올린다. 무려 15년 전에 지적한 글인데 한국사회는 혹은 국제 행사를 주최하는 이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전히 잘 모르는 듯하다. 한식이 인기 있다며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할 거라 착각을 하는 듯하다. 제공한 음식 사진을 보면 단순히 식이요법 존중에 대한 문제이기를 떠나서 생존을 무시한 먹거리라 충격이었지만 그 사진보다 나은 음식들도 제공했을 거란 상식적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 보며 문제의 수준을 좀 높여 해석해 보자는 거다. 


https://brunch.co.kr/@dreamdangee/159

국제 행사를 치르자면 채식 등 취향 철학과 관련된 식이법, 할랄 유대식 등 종교와 관련된 식이법, 글루틴 프리 등 알레르기 건강과 관련된 식이법 정도는 기본으로 제공해야 한다.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에서도 이 정도는 기내식으로 준비한다. 거기에 잼보리 같은 대규모 행사 시에는 참가국에도 따로 신경 써야 할 식단이 있는지 미리 반드시 일일이 물어보는 것이 상식이다.  


음식 알레르기로 고통받거나 사망하는(anaphylaxis) 이들이 너무 많아 호주 초등학교는 교실 입구에 누가 어느 음식에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공지하는 안내문을 상시적으로 붙여놓는데, 한 학급에 (25명) 4-8명의 학생이 이름을 올린 경우도 봤다.


나의 지인도 한국 여행중 동행한 한국인을 통해 고추 알레르기가 있으니 반드시 빼달라는 부탁을 여러번 했음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들어지지 않았고 그녀의 호흡곤란 발작으로 식당안에서 대소동이 일어났었다. 이후 그녀는 여러 기회가 있음에도 한국을 다시 가지는 않는다.


맛난 음식을 제공해도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일일이 적어놓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 되는 경우도 많다. 배가 고프다고 목숨을 걸 수는 없지 않은가. 밀가루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이들은 글루틴 프리 음식을 마련해 달라고 주최 측에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 비싼 참가비를 내지 않았는가. 주최 측은 이 음식들이 당신이 먹을 수 있는 종류라고 명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호주 모임에 가면 '글루틴 프리' 명찰을 달은 음식들이 테이블 한 모퉁이에 따로 차려진다. 레스토랑에 가도 메뉴옆에 일일이 표기가 되어 있다. 국제행사에서는 참가자를 죽일 목적이 아니라면 이 문제를 철저하게 다뤄야 한다.


3. 열악한 위생-문화차이에 따른 안타까운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스스로 깨끗하고 깔끔하다고 자부하겠지만 한국을 여행한 뒤 위생을 거론하는 외국인들을 최근까지도 여럿 만났다. 시간이 없어 2010년도에 쓴 두 글을 첨부한다.


https://brunch.co.kr/@dreamdangee/136

https://brunch.co.kr/@dreamdangee/141


세균이 번식하지 않는 건조한 환경이 위생의 최우선이라 믿는 이들로서는 주방이든 화장실이든 물기를 남기는 한국식 설거지나 청소법을 불편해한다. 한국인은 물을 뿌리면 먼지며 더러운 것들이 싹 씻겨나가는 개운함을 느끼지만 어떤 이들은 축축한 습기 안에서 자라는 미생물이 끔찍하게 여겨져 오히려 마른 먼지가 가득 쌓인 바닥을 안전하다고 선호한다.


왜 그럴까? 역사 안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겠다. 런던이나 파리등 유럽의 도시들은 자신들의 하수구 시설이 얼마나 오래됐고 지금도 건재한지를 경쟁적으로 자랑한다. 파리엔 하수구 밑을 돌아보는 관광코스가 있을 정도다. 이들의 하수구는 규모도 커서 가끔 다큐멘터리도 찍고 영화 추격신등을 촬영하기도 한다. 하수구가 정비되기 전까지 유럽의 대도시엔 늘 전염병이 떠돌고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데 급수와 하수 시설을 정비한 뒤 위생의 격이 높아졌다. 그래서 물에 대한 통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예를들면 이렇다. 얼마전 콜로세움에 관한 다큐를 티브이에서 보았는데 땅을 파다가 유물 속에서 배수시설을 발견했다. 그러면 해설자는 이 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위생적이고 앞선 인류였는가에 초점을 두고 감탄을 한다.


그 도시의 수돗물이 깨끗하냐 아니냐 와는 별개로 여행객들에게는 다른 물을 마실 때 발생하는 물갈이의 위험이 늘 있다. 내가 한국을 가도 물맛을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냄새가 다르다. 잼보리는 그 더운 날씨에 생수 공급을 충분히 하지 않았고 수돗물이면 충분하다며 무지를 드러냈다. 


물에 대한 불편들. 눅진한 화장실, 질퍽한 샤워실, 홍수로 고인 구정물엔 모기며 벌레들이 꼬이는데 그 위에 텐트를 세우라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들은 야영장이 100년 전 런던보다 불결하고 후졌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인들은 최신식 비데에 향기 나는 물티슈를 자랑하고 싶겠지만 그 옆에 사용한 화장지를 쌓아놓은 휴지통이 있다면 아무 소용없다. '왜 사용한 더러운 휴지를 변기에 넣어 흘려버리지 않는지, 왜 굳이 냄새나게 옆에 일일이 쌓아 놓는지, 왜 내가 닦은 휴지를 다음 사람 앞에 전시해 놓아야 하는지' 묻는 이에게 아무 대답을 못한 적이 있다.


한국식 청결이 무엇이든 지간에 국제 행사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위생의 규격을 따라야 한다. 월드컵을 개최한다며 구장 크기를 마음대로 늘이고 줄여서는 안 되는 것처럼 위생과 서비스에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 규범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대체로는 서구의 기준에 맞추어져 있을지언정 일단은 따라야 한다. 백 년도 넘는 지난 세월 동안 그들이 시작하고 운영해 왔던 행사들이니 그렇다. 개선할 점이 있다면 세계 연맹과 섬세하게 조율하며 개선해야지 내가 좋다고 남도 좋은 것이 절대 아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https://brunch.co.kr/@dreamdangee/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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