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여! 자연 속에서 도전하고 모험하라!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동네 스카우트에 가입했다. 수요일 저녁이면 동네 스카우트 회관에 모여 또래의 아이들과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삶의 기술을 배웠고 주말이나 방학이면 무수한 야외활동과 캠핑을 다녔는데, 자원봉사 학부모로 여러 차례 쫓아다니며 너무도 재미난 클럽 운영에 감동을 받곤 했었다.
캄캄한 동네거리를 리더와 함께 배회하며 보물 찾기도 하고 요리를 만들어 먹는가 하면 응급 처치에 대해 배우고 동네 소방서에 가서 불 끄는 법을 체험했다.
때로는 야산을 뛰어다니며 총싸움을 하고 미니 자동차를 대여해 레이싱을 했고 암벽을 기어오르기도 했다.
동네가 바닷가 옆이다 보니 여름이면 다채로운 해양 레저를 할 수 있었다. 클럽 보트 하우스엔 카누며 세일링 보트며 종류별로 다양한 기구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탁 트인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카누나 요트를 타고 세일링을 할 때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곤 했었다.
저렴한 회비만으로도 이 모든 활동이 가능했던 건
1. 리더들이 모두 학부모를 비롯한 수십 년 경력의 자원봉사자라는 것.
2. 클럽 활동 기금 모금을 위해 수시로 소시지를 구워 팔고 장작을 패어 내다 파는 등(집집마다 장작을 태우는 벽난로가 흔하게 있다.) 여러 가지 모금활동을 수시로 했다는 것에 있겠다. 부모들과 스카우트 학생들이 시간과 노동(정말로 힘든 육체적 노동)을 투자해 이런 모금활동을 하면 마을 사람들이 기꺼이 구매를 하며 든든하게 지원을 해주는 사회 문화가 호주 전반에 있다.
그러니 호사라면 호사일 수 있는 이런 활동들을 누구든 원하면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마을의 골프클럽이나 볼링클럽 요트클럽 등등의 동호회 회원들이 수시로 초대를 하고 재능 기부를 하며 경찰서나 소방서등 관공서에서도 갖은 지원교육과 후원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이런 클럽 활동이야말로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이고 교육이라는 사회적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 없이 첫 캠핑을 떠났던 날은 지금도 기억난다. 10살도 안된 아이들이 서로 텐트짐과 저녁거리를 나눠지며 불안하게 떠났는데, 하필 그날 저녁 천둥번개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이 아닌가! 대범한 엄마 축에 속하는 나도 잠을 못 잤다. 이 날씨에 아이들이 산속에서 첫 야영을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캠핑은 취소됐으니 아이들을 데려가라는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며 밤을 거의 새웠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예정된 장소로 픽업을 갔더니 아이들과 리더들은 혼이 다 나간 듯 초쵀한 노숙자의 모습으로 비틀대며 나타났다.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라 여겼다. 이제 당분간 캠핑을 갈 일은 없을 거라 여겼는데, 그다음 캠핑에 아이들은 모두 주섬주섬 다시 짐을 꾸렸다. 흠.. 이제 진정한 스카우트가 된 것이다.^^
그렇게 몇 차례의 캠핑을 다니며 아이들은 달인이 되어갔다. 운전이나 다른 이유로 학부모 봉사자로 따라가면 우리는 게스트 대접을 받았다. 아이들은 냇가에서 물을 길어오고 장작을 모아 불을 피웠고 조물조물 요리를 하고 고기를 구워 저녁을 차려줬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일을 하는 동안 부모들은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자연을 즐기고 밤하늘의 별을 헸다.^^
2019년, 애들레이드 Tailem Bend에서 잼보리가 2주간 열렸다. 세계의 스카우트 수만 명이 모이는 국제 문화 교류의 장이었다. 아들은 팀원들과 대여한 버스를 타고 장장 14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을 떠났다. 남편과 나는 덩그러니 남아 무엇을 할까 하다 아들을 쫓아 캠핑여행을 하기로 했다. 목표는 잼보리 가족의 날 오픈데이에 참석하여 아들을 만나고 오는 것. 스카우트 부모답게 2인용 텐트와 간단한 짐을 싣고 설렁설렁 관광을 하고 운전을 하며 로드 캠핑을 했고 일주일 뒤 아들을 만났다.
광활한 모래사막에 세워진 수백 개의 텐트들. 수천 명의 스카우트와 수백 개의 프로그램이 제작각 진행되고 있었다. 살아있는 아들을 반갑게 만나고 나니 다른 아이들조차 품에 달려들어 온다. 부모품이 그리웠던 건가? 먼 타지에서 간만에 고향 사람을 만나니 반가웠던 건가? 팀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그들의 텐트와 그늘막을 둘러보았다.
날은 덥고 아이들은 새까맣게 타서 모래먼지를 뒤집어쓴 채 리더들과 친구들과 뭔가를 하는데 어리버리 기웃대면서도 할 일을 찾아 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가 커가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특하고 뿌듯했다.
가이드를 나선 아이들을 따라 캠핑장을 둘러보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곳이 난민촌인가. 다들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분명했던 건 아이들이 뭔가를 스스로 찾아 하며 행복해했다는 것.
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우리 부부는 다시 일주일간 캠핑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잼보리는 아들뿐만 아니고 우리 부부에게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스카우트의 모든 활동이 그랬던 것처럼.
빅토리아주 스카우트 메달리언 졸업식. 그동안의 활동과 학습으로 받은 메달과 베지들이 주렁주렁한 단복을 입고 참석했다. 의미 있는 마침표.
한국 새만금에서 열렸던 잼보리에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철저한 실패로 끝나 안타까웠다.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연 속에서 도전하고 모험하며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아나가도록 돕는 스카우트의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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