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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02. 2023

한국 vs. 호주, 뷔페 먹는 문화가 다른 이유는?

공동체의 경계는 어디일까?

베트남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온 호주 지인을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뷔페 식당 이야기가 나왔다. 리조트엔 베트남 내국인 일부와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한 접시 가득 음식을 담은 뒤 다 먹지 않고 낭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했다. 딱히 한국인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인과 뷔페를 먹는 게 불편하다고 투덜대던 호주 할아버지의 호소가 떠올랐다. 한국인과 호주인이 주로 모이는 모임이었고 한 접시씩 음식을 해와 점심을 뷔페식으로 나눠 먹곤 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너무 음식을 많이 담아 뒷사람이 먹을 음식이 남아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담아간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않고 남겨 버려지는 양도 많았다는 것이 진짜 문제였다.


그런데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또 있었다. 처음 보는 음식이 나와 궁금한데 줄을 선걸 보니 모두에게 순서가 돌아갈 것 같지는 않고 일행은 한참 뒤에 서있으니 그들 몫까지 잔뜩 담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가령 뷔페를 갔는데 바닷가재나 한국에선 먹기 힘든 낯선 열대 과일 등 값비싸고 진기한 음식들이 한 접시씩 올라와 있는데 줄은 길고 가족이나 회사동료인 나의 일행들은 뒤쪽에 서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재빨리 접시 하나를 더 챙겨 무리하게 담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 하나 잘 먹겠다는 이기심이 아니고 내 일행을 먹이겠다는 의무감과 이타심으로 체면을 무릅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듬뿍 챙겨 오고 보니 다른 일행도 같은 마음으로 배려를 더해 또 다른 한 접시를 추가로 챙겨 와 한국인의 식탁엔 먹을 게 가득해진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입에 잘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남기게 된다는 것이었다.


개인적 친분이 없는 뒤에 선 모든 사람을 배려해 자기 먹을 몫만 달랑 챙겨 오는 호주 사람을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해야 하는가? 자기 울타리 안쪽의 사람을 공공규칙을 어겨가며 먼저 챙기는 사람을 따뜻하고 인정 많다고 해야 하는가? 집단 이기주의 자로 봐야 하는가? 


얼마 전 유튜브에서 동치미란 프로를 잠깐 봤는데 최은경 아나운서의 멘트에 깜짝 놀랐다. 어느 외국인(아마도 미국인) 출연자에게 서구사회는 개인주의가 심한데 한국은 그렇지 않지 않냐. 당신이 경험한 한국의 따뜻한 정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나는 그 질문에 헉하고 놀랐다. 개인주의 사회와의 문화차이를 이렇게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외국인은 속도 없는지 출연료를 받아서 인지 그런 질문에 아주 익숙한 듯 태연하게 어떤 사례를 얘기했다. 흠.................................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는 한국 사회의 편견이 아찔하게 다가왔다. 내가 경험하는 호주 사회는 딱히 개인적 친분이 없어도 같은 돈을 내고 뷔페 식당에 갔다면 아무런 불편 없이 내 몫을 챙겨 먹고 나올 수 있다. 직장이든 운동 클럽이든 학교 학부모회이든 한 공동체 안에선 누구와도 다를 바 없는 한자리가 내게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같은 돈 내고 들어가도 나를 따로 챙겨주는 가족이나 일행이 없으면 내 몫을 공정하게 챙겨 먹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나의 공동체임에도 그 안에서 친분에 띠라 편이 갈리고 라인이 세워진다. 그러니 내 자리를 챙기려면 분주하게 인연을 만들고 사회활동을 필요 이상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뷔페 먹을 때만 일어나는 일일까? 

한국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어떤 문제들은 공동체 전체의 규칙에 앞서 가족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앞세우기에 일어나는 일들이 아닐까? 건강한 공동체의 경계는 어디일까? 정을 쫒을 것인가, 공정을 추구할 것인가? 


때로는 따끈따끈한 한국의 정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개개로 공을 들이며 관계를 쌓아가야 하는 상황이 버겁게 여겨진다. 이성적인 호주 사회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낀다. 공동체의 경계가 수시로 편의나 이익에 따라 변경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자랑스러워하는 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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