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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31. 2023

온 가족이 성장하는 '그랜드 투어'

배낭 메고 텐트 지고 돌아본 세상 이야기

프롤로그


나는 이 책을 구성하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다. 3 식구가 꽤 자주 긴 해외여행 다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자칫 불편한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첫째는 재력에 관한 오해. 

교통비며 숙박비며 크다면 큰 액수인데 무슨 돈으로 그리 여행을 다니냐는 시선 말이다. 그러다 '한국 중산층 가정이 자녀에게 투자하는 과외비' '영어 유치원 등록금' 따위의 기사를 읽으면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건가란 생각도 들었다. 내 알뜰한 여행은 그 정도 예산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시간에 관한 오해. 

삶의 터전이 호주에 있어 일 년에 5-6주 동안의 법정 휴가를 무리 없이 썼다는 점이 거리감을 주지는 않을까란. 그런데 OECD최장 노동시간으로 악명 높은 한국에서도 요즘은 한 달 살기 여행, 노매드 워케이션등이 조금씩 물꼬를 트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20여 년 여행 경험을 토대로 온 가족이 성장했던 '그랜드 투어' 얘기를 본격적으로 나누어 보아도 좋지 않을까?  


그랜드투어란 무엇인가?

17-19세기 유럽 상류층 젊은이들이 견문을 넓히고 해외생활 경험도 하자는 교육적 목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문화여행 다닌 것을 말한다. 영국의 가톨릭 신부 리처드 러셀스(Richard Lassels)가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 The Voyage of Italy (1670)에서 처음 사용했다. 러셀스는 영국의 유력한 귀족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했으며 건축과 고전, 예술에 대해 알고 싶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해야 하고, 젊은 귀족의 자제들이 세계의 정치와 사회,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랜드 투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네이버 지식백과]


1998년 위킹할러데이로 한국을 떠나 호주에 온 뒤로 여행은 숙명이 되어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희미한 삶을 살아왔다. 그중에서도 아들과 함께 온 가족이 배낭 메고 캠핑지고 호주 대륙과 유럽 아시아 각국을 돌아다녔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그 안에서 우리 가족이 무엇을 경험하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정리해볼까 한다. 양가 가족이 사는 한국과 싱가포르(시댁)를 2년에 한 번씩 방문한 것을 제외한 여행 리스트는 대략 이렇다. 


2012: 북호주 사막 3주간 로드 캠핑 여행 (아들은 5살)

2013: 유럽여행 7주간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철도 여행

2015 :서호주 3주간 로드 캠핑 여행

2016: 미얀마 싱가포르 2주간 배낭여행

2017: 일본 10일 철도 여행

2018: 스페인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6주 철도 여행

2019: 호주 태즈메이니아섬 3주간 로드 캠핑  

2020: 남태평양 크루즈-피지 뉴칼레도니아 바누아트 10일 여행

2023: 뉴질랜드 일주 크루즈-2주 여행


견문은 좁히고 경쟁은 부추기는 대책 없는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을 만나고 탐색하는 살아있는 교육은 무엇일까? 이렇게 여행을 다녔더니 아이가 공부를 잘해 명문대에 갔다던가 공부는 아니지만 인성만큼은 최고가 되더라는 비법을 설파하려는 것은 아니다. 유아기의 아이가 청소년이 되는 동안 한 가족이 여행을 함께 다니며 세상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교육 건축 환경 등등의 이슈들을 어떻케 체험하고 느끼고 고민하고 사색했는가에 관한 나눔이다.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선택하며 살아도 별일 크게 없다는 정도의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젊은이들과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합리적 교육관 실리적 경제관 독자적 인생관을 고민해 본다면 좋겠다. 세상을 넓게 균형 있게 따뜻하게 바라보는 여행을 계획해 보기를, 켜켜이 쌓아 올린 애틋한 가족간의 추억을 평생토록 곱씹으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보기를 기대한다.


서호주 로드캠핑 막바지, 타던 차를 인디언 퍼시픽 대륙 횡단 기차에 싣고 객실에서 2박3일.
아들이 틈틈이 기록하고 정리한 여행 저널들. 숙소나 기차 비행기 안에서 적어 내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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