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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15. 2023

런던, 세계 최대 '자연사 박물관'이 살아있는 이유는?

해외 박물관 잘 활용하는 법

런던 자연사 박물관은(Natural History Museum) 세계 최대 규모로 유명하다. 

박물관 앞의 너른 광장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로 붐볐는데 우리도 입장 전 숙소에서 싸 온 도시락을 까먹으며 어떻게 알차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의논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줄이 길어 20분쯤 기다려 입장했는데 들어가면 공룡관은 따로 또 줄을 설 만큼 세계에서 온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전시물도 방대하고 내용도 아주 훌륭해 그만큼 기다려 들어갈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게다가 영국의 모든 박물관은 무료다.

입구로 들어서면 탁 트인 로비에 이런 공룡이 두둥 등장한다. 실제로 보면, 오래된 건축과 어울려 매우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다. 공룡이 살아 걸어 나오는 느낌이 압도적이다.

식물 동물 광물. 온갖 자연의 역사에 관한 기록들, 증거들. 제대로 보려면 몇 날 며칠도 모자랄 것이다.

가끔 박물관 곳곳에 가이드하는 분들이 무언가를 앞에 놓고 앉아 있다. 지나가는 이들은 그냥 지나치고

관심 있는 자들은 걸음을 멈춘다. 그럼 대화는 시작된다. 

이 뼈는 누구의 것인가? 무엇을 하는 뼈일가? 

은퇴한 선생님등의 자원봉사자들이 박물관 구석구석에 앉아 자율적으로 자유롭게 교육을 한다. 아이들은 몇 마디 나누다 지나가기도 하고 주저앉아 토론을 하기도 한다.

한참을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어느 방 앞에 섰더니 마침 아이들을 위한 강의를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자만 참석하는 수업이라며 다음에 오라는데 난 여행자라 다음에 올 수 없다고 설명을 했더니 확인을 다시 하고는 빈자리가 마침 있다며 문을 열어 주었다. 

10명 정도의 유아나 아이들을 모아놓고 전문가들이 과학수업을 했다. 앞니 송곳니 어금니등 기능을 설명하다가 거울로 자기 이빨을 관찰하기도 하고 몇 개의 치아 화석을 놓고 어떤 동물의 것일까? 무엇을 먹고살까? 등을 추측해 보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이빨'이란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이리도 깊고 넓은 탐구를 할 수가 있다니 세상엔 이렇게 재미난 수업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유물이 워낙 많은 부유한 박물관이라 그런지 이런 수업에 쓰는 뼈조차도 플라스틱이 아닌 100% 오리지널이었다. 해외 박물관을 여행하다가 이런 수업이 있으면 참가해 보는 것이 좋겠다. 아픈 다리를 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전문가가 너무도 쉽게 수업을 풀어가는 특강을 거저 듣기도 한다. 수업이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아들에게 이 강사는 토요일엔 유명 대학의 어느 공룡박사가 수업을 하니 또 오라고 귀띔해 줬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은 공룡에 한참 심취해 있었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바꿔 아들은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빠와 이 박물관을 다시 갔다. 긴 줄도 마다하지 않고 다시 기다려 들어간 아들은 그 수업에 푹 빠져들었는데 공룡학자를 직접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이 또래의 아이들에겐 얼마나 대단한 흥분거리인가. 게다가 그 박식한 박사는 쉬운 말로 설명을 척척 해주고 인덱스를 통해 공룡을 리서치하는 방법을 소개했단다. 아들이 용케도 그 소리를 알아듣고 그때부터 집에 와서 두꺼운 전문서적 뒤의 인덱스를 찾으며 공룡 이름의 유래를 따져 보는 것이 아닌가! 산교육, 체험교육이란 이렇게 다르구나 생각이 들었다.

학교나 학원에서 시험용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전시물을 늘어놓고 체험을 빙자해 백과사전식 정보 주입에만 열을 올리는 현장 교육이 아닌, 관심 있는 자가 딱 관심 있는 만큼만 듣고 만지고 연구하는 과학 교육 현장. 딱 자기 용량에 맞는 만큼만 배우고 즐기라는 이 박물관은 그래서인지 엄청난 전시물들이 압도적으로 있음에도 부담스럽게 여겨지지 않았다.  

늘 보던 자연을 탐구하고 연구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키워주고 그 연구를 실현시키도록 교육도 시키니

이 박물관은 죽은 유물의 전시장은 아닌 것이다. 자연의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던 멋진 곳. 이 박물관은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다가 오늘의 시간까지 역사로 포함하며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2013/11/21 씀)



아들은 자랐고 더 이상 공룡에 연연하는 나이는 지났지만 무언가 관심 있는 것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힘을 이때부터 키우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영어를 이해하니 가능한 게 아닌가 고민하는 학부모도 있을 것이다. 내가 추천하는 영어공부법은 유아나 어린이용 영어 프로그램(뽀뽀뽀 같은)을 매일 30-60분씩 보라는 정도이다. 호주 아이들은 ABC Kids를 주로 보는데 다양한 국가의 만화나 교육프로그램을 영어로 소개한다. 한국의 뽀로로나 핑구도 영어로 더빙을 해서 보여준다. 영어를 쓰고 읽고 말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영어를 쓰는 분위기를 겁먹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호주 아이들은 초등학교 갈 때까지도 알파벳을 배우지 않는다. 영어로 말하는 아이들에게도 세상은 낯설고 새로울 뿐이다. 아이들은 언어조차도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적당히 봐가며 자기가 필요한 만큼 스스로 배우는 것 같다. 각자 흥미 있을 때 능력만큼 주도적으로 배우면 그만이다.


여행팁: 나는 토요일엔 잠시 자유여인이 되어 숙소 근처에 있는 빅토리아 & 알버트 박물관을 홀로 여유 있게 돌아보았다. 가족여행이라 하여 항상 함께일 필요는 없다. 따로 또 같이 스케줄이나 컨디션을 고려해 움직이면 모두가 즐겁다. 어떤 날은 아들과 내가 일정을 일찍 마치고 숙소에서 쉬고 남편이 홀로 돌아다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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