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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17. 2021

호주, 이색 승마 스포츠 '캠프 드라프트' 아시나요?

부시맨들의 전통 스포츠 ‘Camp Draft’

미국에 카우보이가 있다면 호주엔 부시맨(Bushman)이 있다. 미지의 땅을 개척해서 살던 호주 이주민 첫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낯선 신대륙에 정착해 고난과 싸워나가며 복지를 일구어낸 전세대를 향한 자부심과 향수가 깃든 단어이며 호주인 스스로 정체성을 드러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마치 한국인이 ‘백의민족’ 같은 표현을 쓰는 것처럼.

작은 시골마을 풋티 경기장에서 열린 캠프 드라프트.
울타리 밖에서 출전을 기다리는 선수들. 체크 셔츠와 소가죽 모자는 부시맨들의 트레이드 마크
가운데 보이는 콘테이너 안에는 심판과 진행자가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시골에서 목축업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야생의 전통(1-2백 년의 짧은)적인 삶의 방식을 도락 차원에서 즐기는 듯 한데..  꼭 그렇지 않더라도 많은 호주인들은 단순하고 평화로우며 원시적이기도 한 부시맨의 삶을 기본적으로 동경한다. 가령, 적절한 가격에 편리한 숙박시설이 있음에도 배낭 하나 침낭(Smeg-텐트가 아니고) 하나 달랑 메고 일부러 물도 전기도 사람도 없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외롭게 힘들게(?) 일상을 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렇다. 세상과 떨어져서 문명과 단절한 채 사서 고생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슬슬 소를 몰아볼까요?   너! 이리 나와봐!  어쭈구리... 따라와 보라니까..

그런 부시맨들이 즐기는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스포츠가 바로 ‘캠프 드라프트’이다. 한국말로 굳이 의역하자면 ‘말 타고 소 내쫓기’라 하겠다.ㅋㅋ 이웃 마을에서 2박 3일간 대회가 열려 구경을 다녀왔다.    


주민들이 떠나 낙후된 작은 시골마을 브레드 베일의 풋티 경기장은 호주 각지에서 달려온 부시맨들과 그들의 캐러밴 그리고 말과 소떼 등으로 붐볐다. 낡은 청바지와 체크무늬 혹은 푸른색 면 셔츠를 받쳐 입고 멋진 소가죽 모자를 쓴 이들이 말을 타고 거닐거나 말을 건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경기규칙은 매우 단순하다. (물론 몇 가지 상세한 항목들이 덧붙여지지만) 한 무리의 소떼가 있는 울타리에 말을 타고 들어간 뒤 무리 중 소 한 마리를 지목해 울타리 밖으로 내보내면 된다. 

그런데, 막상 보면 이게 말처럼 단순한 게 아니다.


1.     소는 무리 져서 다니기 때문에, 한 마리를 떼는 게 어렵다. 살짝 떨어졌다 싶으면 기를 쓰고 다시 무리에 달라붙으려는 근성이 있다.

2.     소는 기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눈에 뵈지도 않는다. 겁을 줘도 무서워하지 않고, 달래줘도 눈치가 없다.

3.     그래서 기수는 말이 필요하다. 말은 기수의 생각을 따르며 소를 다룰 능력이 있다. 말과 교감을 충분히 해서 내가 원하는 저 소를 울타리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밀어붙이거나 애원을 하거나 해야 하는 게 기수의 능력이고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소 한 마리를 떼어내기 위해 부시맨은 치열하게 달렸다가 멈추었다가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온갖 기술을 쓴다. 뽀얀 흙먼지 날리며 미치도록 쫓고 쫓기는 광경이 꽤 스릴있다. 이 대목에서 영화, 아바타가 생각났다.


1.     말은 기수의 아바타가 되어 기수와 소 사이에서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고 일을 간단히 해결하기도 한다. 기수와 소 사이에서 전혀 발생하지 않는 소통을 위해 중간에 꼭 필요한 아바타라니… 그런 개념이 아주 옛날부터 있었던 거구나.

2.     나비족은 나는 공룡과(科)의 동물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위해 그들과 진심으로 교감하여 충성을 얻어내야만 하고 한번 충성을 작정한 공룡은 평생 한 주인만  섬긴다는데..기수와 말도 이들처럼 서로에 대한 엄청난 깊이의 이해와 애정과 진심으로 관계를 유지해 가는 듯했다.


그렇다면  말과 기수는 어느 정도로 친밀할까?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한 가족이다. 이동식 마구간(Horse Float-말을 실어 나르는 특수 캐러밴)에서 잠을 같이 자기도 하고 주인은 팍팍한 소시지 하나 사 먹으러 가기 전에 말이 먹을 건초부터 챙겨 그들 식사를 더 염려한다. 자기는 며칠 동안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밖에서 먹고 자고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몰골이 말이 아니어도 말은 추울까 봐 젖을까 봐 담요로 덮어주고 가죽으로 멋 내주고……말 팔자가 상팔자고 사람은 노예 같다. 그것도 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어찌 말릴까마는.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만난 말들은 하나같이 관리를 너무 잘 받아 몸매는 날렵하고 근육은 탄탄하며 뒷다리는 너무 잘 빠졌고 온몸에서 반질반질 윤기가 좔좔 흘렀다.

귀한 대접 받는중...포니테일로 묶은 자기 머리는 떡이져도 상관않고 말꼬리 빚겨주기에 여념없는 소녀.
쉬는 시간, 소세지 한두개 사먹는게 부시맨들의 한끼 식사다.

부시맨들은 ‘캠프 드라프트’를 온 가족이 평생 같이 즐기는 스포츠라 여기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열정을 쏟아붓는다. 또 단순한 취미뿐이 아니고 생업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목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말을 잘 다루고 소를 이리저리 옮기고 하는 기술은 필수적이다. 지금은 목장개와 트랙터 등으로 인해 작업환경이 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기 말을 한 마리씩 갖는다.

얼핏 보면 세상 물정 모르는 시골 사람들의 게으른 장난 같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아무나 섣불리 입문할 수 없는 초고가 럭셔리 스포츠 이기도 하다. 말 한 마리 값도 그렇지만 이곳에 제 멋대로 주차되어 말똥 냄새를 풍기는 말이 타고 다니는 특수 캐러밴은 한국 돈으로 2억이 넘는 것도 있다.;; (사람 타는 차보다 비싸다.) 또 말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뛰어놀만한 땅도 좀 사야 되고…^^ 그래서 월급쟁이 도시 사람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이미 목장도 있고 말도 얼마든지 있는 시골 목장주들이 주로 즐기는 그들만의 스포츠인 것이다. (몰론 이것도 맘만 있다면 저렴하게 즐길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지만)


이동식 마구간엔 사람과 말의 별의별 살림살이가 뒤죽박죽 혹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이렇다. 자녀가 십 대쯤 되면 어린 말 한 마리를 선물로 사준다. 아이는 방과 후면 마구간으로 달려가 말을 돌본다. 꼴을 베다 먹이고 물도 길어다 주고 털도 빗겨주고.. 목장을 같이 돌면서 서로에 익숙해져 간다. 걷다가 뛰다가 장애물도 넘어보다가 하면서 교감의 기술이 늘면 마을 단위의 작은 대회에 출전을 시작한다. 크고 작은 규모의 대회들이 호주 곳곳에서 (주로 작은 시골마을) 주말마다 열리기 때문에 온 가족이 짐을 싣고 장거리 여행을 다닌다. 잘하면 규모가 큰 대회로 출전을 거듭하기도 하고.

럭셔리 캐러밴과 허름한 사람 차.

대회 참가자와 가족 등 관련자 외엔 구경꾼도 거의 없었지만, 가죽옷을 팔거나 소시지 음료수를 파는 작은 천막 가게들이 있어 사람 사는 풍경도 살짝 있었다. 곳곳엔 말과 사람들이 함께 먹고 자고 사는 모습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져 있고 사람들은 게임 중간중간 말을 타고 마을을 거닐거나 무리를 지어 수다도 떨고..

새로우면서도 재미있었던, 호주의 역사와 전통적인 부시맨들의 전형적인 삶을 살짝 들여다보았던 하루였다.(2010/03/21씀)

심심하면 말타고 마을 한바퀴. 경기장 밖은 또 이런 허허 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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