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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계일주 Aug 24. 202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독서 06. 우리의 존재는 누구나 서로에게 한 번쯤은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기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슴 훈훈한 이야기




어떤 고민이든 척척 해결해 주는 잡화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x x 시에 자리한 '나미야 잡화점'. 혼자서는 해결 못 할 고민거리를 편지로 써서 밤중에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에 넣으면 그다음 날에는 가게 주인이 집 뒤편의 우유 상자에 답장을 넣어준다. 잡화점 주인 나미야 유지(72세) 씨는 웃으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4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쯤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 32


"내 생각에는 일이 이렇게 된 거 같아.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과 가게 뒷문의 우유 상자는 과거와 이어져 있어. 과거의 누군가가 그 시대의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넣으면, 현재의 지금 이곳으로 편지가 들어와. 거꾸로 이쪽에서 우유 상자에 편지를 넣어주면 과거의 우유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앞뒤가 딱 맞아." 49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 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 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447

                          
                             - 나미야 잡화점 드림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책을 읽고 나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책이다. 유명한 추리 소설 작가인데 그의 작품 중에서 한국에서는 100 쇄를 찍고 스페셜 에디션이 나올 정도로 이 책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인의 정이나 따뜻한 정서를 건드리는 내용이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나미야 잡화점 고민 상담은 네 개의 에피소드가 퍼즐 맞추듯이 탁탁 맞춰지는 전개라 결말이 궁금해져 455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네 가지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각자 다른 이야기가 아닌, 모든 등장인물이 시기는 다르지만 아동복지시설인 '환광원'이라는 곳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우유박스 안에 고민 편지를 넣으면 잡화점 주인 나미야 유지 씨가 고민 편지에 대한 답장을 써서 우유 박스에 넣어주는 설정이 코로나 시대에 각박하고 단절된 소통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따뜻하게 손을 맞잡아주는 악수처럼 느껴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럼없이 나의 고민을 털어놓는 상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상대의 상황을 배려하다 보니 고민을 이야기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질까 염려도 되고,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내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다.



지금의 우리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이 받고 싶어서 익명으로 어딘가에 자신의 마음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정치 경제 사회면의 빼곡한 익명의 댓글들, 유튜브의 댓글로 밈이 일어나는 현상도, 블로그에서 이웃을 맺고 공감과 댓글을 남기고 다시 답글이 달리는 것도, 인스타에서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하는 것도 어쩌면 궁극적으로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나도 나미야 잡화점에 긴 고민 편지를 보내고 싶어졌다. 인생의 지도에서 길을 잃었을 때 누군가가 툭 던지는 이야기가 인생의 지렛대가 되는 지점이, 돌아보니 내게도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동화책 주인공이나 티브이에서 보던 만화 주인공을 통해서, 때로는 함께 공기놀이와 고무줄을 하고 숨바꼭질을 하던 친구들이, 십 대에는 친구들과 주고받는 편지나 교정을 거닐며 나누던 재잘대던 수다에서, 이십 대가 되어서는 딱히 이유도 없는 그냥 숱한 술자리나 모임에서, 결혼 후 아이를 낳고는 연고지도 다른 처음 보는 엄마들과 육아의 동지가 되면서, 마흔이 넘어서는 도서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책들의 글을 통해서, 지극히 주관적인 나를 기록한다며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는 이웃님들의 공감이, 그렇게 인생의 지렛대가 되는 지점들이 알게 모르게 나를 버티게 도와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막연하게 힘들 때 전문적인 정신과 의사나 경험 많은 심리상담가가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일처럼 걱정하고, 함께 고민하고, 같이 기뻐해 줄 존재가 혹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기적은 아니었을까.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가 조금씩 도움을 주고받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우리의 존재는 누구나 서로에게 한 번쯤은 기적이었나 보다.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첫사랑의 존재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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