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매직을 해서 부했던 머릿결이 가벼워지고, 고3 1학기 내신도 다 끝나서 홀가분하다고 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달려왔는데 한 가지 숙제는 해치운 느낌일 거다. 그 결과가 어떻든. 시간은 지나갔고, 결정지어졌기에 남은 한 번의 기회 수능을 마지막까지 정신 줄잡고 놓치지 않는 봄이가 되길 바란다.
여름이는 벌써 네 번째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을 고생했다. 이번엔 소화가 안되고 체한 느낌으로 코로나가 시작되어서 알아차리지 못해 좀 더 고생을 했다. 다행히 기말고사가 끝나고 격리가 시작되어 푹 쉬는 한 주가 되었다. 속이 아프고 쓰려서 죽만 먹었더니 얼굴이 홀쭉해져서 학교에 갔다. 친구들의 걱정 반, 부러움 반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가을이는 이제 어른이 된 것 같다. 역시 중2는 무서울 게 별로 없다. 본인이 생각한 게 절대적이고 그렇게 하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을이의 생각이나 행동이 규칙이나 법에 어긋난 게 아니라면 아이를 통제하지 않으려 나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있다. 상습적으로 생기는 눈 다래끼를 안과에 가서 이번에도 혼자 째고 왔다. 안약도 혼자 넣고, 끼니도 이렇게 저렇게 혼자 만들어 먹고, 무엇이든 혼자 하고 있다. '나 혼자 한다'가 가을이의 신념이 되었나 보다.
열두 살 겨울이는 본격적으로 외모에 신경 쓰는 사춘기가 되었다. 다음 날 입을 옷을 미리 골라놓는다. 이번 주 무슨 요일에는 무슨 활동을 하니 흰옷을 입고, 이날은 무얼 하니 검은 옷을 입고를 정하는 식이다. 헤어스타일은 더 덥수룩해졌다. 파마를 해달라고 버티다가 아빠의 반대로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깎아놓은 밤톨처럼 단정한 상고머리는 이제는 싫고, 아이돌처럼 롤이 살짝 말린 헤어스타일이 멋있게 보이는 것이다. 겨울이에게 사춘기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