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여름이와 저녁 걷기 1시간을 하고 집에 왔다.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누워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는데 열 살인 막내 겨울이가 소파에 앉더니 쭉 펴서 누워 있던 내 다리를 올리고는 그 자리에 앉아 같이 티브이를 본다. 그러더니 내 발을 만지작거리다 킁킁 냄새를 맡더니 깜짝 놀란다.
"엄마! 이상하게 엄마한테 오늘따라 발냄새가 나."
"그래? 그럴 리가.. 엄마가 운동 다녀와서 발을 안 씻긴 했는데 발바닥에 땀이 잘 안 나서 발냄새 잘 안 나는데, 오늘은 엄마가 좀 많이 빨리 걸었나?"하면서 내 발냄새를 맡아봤다.
"윽! 진짜 나네.. 근데 이렇게 고약한 발냄새는 처음인데?"
현관에 가서 운동할 때 신은 운동화 냄새를 맡아봤다. 이상하다. 아무 냄새도 안 났다.
오늘따라 고약하게 나는 엄마의 발냄새의 추리를 하느라 아이들은 저마다 추측을 해본다.
문득, 운동 가기 전 옷장에서 새 양말을 꺼내 신을까 하다가 소파 아래에 반쯤 뒤집어진 까만 양말을 한 시간인데 신던 양말 그냥 신고 가자 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범인은 바로 겨울이가 낮에 놀이터 다녀와서 소파 아래에 반쯤 벗어던져놓은 까만 양말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지독하게 놀이터에서 놀았다니. 범인을 찾자 우리는 '겨울이 양말은 그럴 수 있어'라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엄마 발냄새가 본인 발냄새였다는 걸 인정하면서 어쩐지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였다는 겨울이.
엄지손가락만큼 작았던 발 크기가 어느덧 엄마랑 비슷해져서 까만 양말도 같이 신는 사이가 된 겨울이가 훌쩍 커버린 느낌이다.
곧 봄이처럼, 여름이처럼 엄마보다 키가 더 커질 날이 오겠지. 더 크기 전에, 발냄새가 더고약해지기 전에, 많이 많이 쏙쏙 품에 안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