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삶의 문장

일기 05. 내 글에 나의 삶이 묻어났다

by 책계일주


오늘은 저녁 준비하다 보니 늦어져서 운동을 못 갔다. 마트를 들려 '우렁이 강된장'과 '계란장조림' 재료와 자두 한 박스를 사 왔다.


큰 냄비에 계란 한 판을 소금과 식초를 넣고 삶은 후 찬물에 담갔다가 겨울이에게 계란 껍데기 까는 것을 부탁하고, 냄비를 씻어 간장 1컵, 설탕 1컵, 물 500 ml를 넣고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불을 켰다. 끓는 동안 통마늘을 손으로 한 움큼 집어서 씻고, 텃밭에서 따온 꽈리고추 한 주먹과 청양고추 서너 개도 잘 씻어 포크로 구멍을 내어 준비한다. 간장 물이 끓으면 껍질을 벗긴 계란과 꽈리고추, 청양고추, 통마늘을 넣고 다시 끓여 낸다. 며칠은 계란장조림으로 아이들의 밥도둑이 될 것 같다.


2022.6.20. 월요일. 꿈꾸는 일기








비가 잠깐 소강상태라 오랜만에 시장에 들렀다. 비가 오니 매운 닭발이 당겨서 닭발을 사러 갔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절미와 절편을 사고, 날이 선선하니 뭇국을 끓여야겠다 생각하고 소고기 양지 한 근과 커다란 무도 샀다. 양손에 장 본 까만 비닐봉지를 주렁주렁 걸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남편이 좋아하는 생물 오징어가 눈에 띄어 그 앞에 멈춰 섰다.



시장 길 한가운데 있는 생선 파는 할머니는 긴 까만 고무장화를 신고, 주황색 방수 앞치마를 하고, 손에는 분홍 고무장갑을 끼고는 오징어 가격을 묻는 내게 세 마리에 만 원이라고 하셨다. 나는 혹시 지역화폐 카드가 되는지 여쭈었더니 당연히 된다고 하시면서 벌써 능숙하게 오징어 손질에 들어가셨다. 그러더니 '이쁜 언니가 왔으니 갈치가 두 마리에 만 원인데 산다고 하면 세 마리 줄게' 하시며 눈짓으로 갈치를 가리켰다.



'이쁜 언니'라는 할머니의 꼬임에 넘어간 내가 '네~ 그럼 갈치도 만 원어치 주세요'라고 말하자마자 물 흐르듯이 벌써 갈치를 탁탁 잘라 내장까지 정리해서 까만 비닐에 담아 한 번 묶은 후, 먼저 손질한 오징어 봉지와 함께 새로운 까만 비닐에 담아 내게 건넸다. 오징어가 얼마인지 묻는 나의 질문부터 속전속결 스피드로 갈치까지 깔끔하게 손질해서 내 손으로 오기까지 불과 몇 분이 안 걸렸다.



나는 '감사합니다' 하면서 '지역화폐 카드'를 건넸는데, 카드로 결제하려면 저 앞에 카드 결제기 있는 곳에 가셔야 한다고 하시니, 마음이 편치 않아 얼른 지갑을 열어 현금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만 원을 드렸다. 조금 속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것도 넉넉히 사드렸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비가 다시 부슬부슬 와서 그런지 괜히 센티해졌다. 예전에 엄마 아빠와 함께 다니던 어릴 때 시장 길도 생각나고 그랬다.



집에 와서 소고기뭇국을 끓이려고 무를 잘랐는데 여름 무라 그런지 맛이 없었다. 국을 끓이기엔 맛이 없을 것 같아서 다 잘라서 소분해서 지퍼백에 넣고 다음에 청국장이나 된장찌개 끓일 때 넣으려고 냉동실에 보관했다. 아쉬운 대로 집에 있던 미역을 불려놓고, 큰 솥에 물은 반쯤 붓고 양지를 푹 끓인다.



남편이 비가 오니 해물파전이 먹고 싶다고 해서 다행히 시장에서 사 온 오징어와 냉동 새우, 냉동 조갯살을 씻고, 당근 감자 양파는 채 썰어두고, 부추와 깻잎을 씻어 잘라놓았다. 커다란 양푼에 부침가루와 튀김가루, 계란 두 개와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휘젓는 것은 여름이한테 부탁하고, 나는 불린 미역을 잘라 넣고 마늘 다진 것과 국간장, 소금을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마법의 비법 양념 참치 액젓을 한 숟갈 넣어준다.



해물 부침개에 들어갈 손질할 재료를 양푼에 넣고 잘 섞어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부쳐서,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넣은 간장소스를 만들어 찍어 먹었다. 오랜만에 나의 발품을 팔아 저녁 내내 동동거리며 저녁을 준비했더니 저질체력의 몸이 부서질 것 같다며 징징거렸지만, 가족들이 맛있게 먹으니 나의 수고로움이 다소 풀리는 듯했다. 덕분에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 갔다.


2022.6.23. 목요일. 꿈꾸는 일기











또 꼼짝없이 체해서 귀한 주말을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이틀 동안 먹은 건 물과 약, 사탕 몇 개로 버티고, 잠을 많이 잤다. 뱃살이 조금 들어갔기를 기대하며.



늦은 오후부터는 조금 나아져서 저녁 준비를 했다. 먼저 비지찌개를 끓였다. 냄비에 김치와 양파, 돼지고기를 썰어 물 조금 붓고 끓이다가 비지와 소금, 마늘 다진 것,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마지막에 참치 액젓 한 숟갈을 넣어 마무리한다.



남편이 오늘 텃밭에 가서 가지와 고추를 따와서 가지볶음도 했다. 가지는 씻어서 어슷하게 썬 후 에어프라이기에 돌려놓고, 호박과 청양고추도 썰어놓는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마늘 다진 것, 고춧가루, 간장, 설탕, 매실을 넣고 끓이다가 썰어놓은 호박과 청양고추, 살짝 구운 가지를 넣고 볶다가 다진 깨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준다.


2022.6.25. 일요일. 꿈꾸는 일기











일기를 쓰다 보니 내 글에 나의 삶이 묻어났다.


나는 요리에 딱히 취미가 없는데, 어쩌다 엄마가 되어 밥을 짓다 보니 가끔은 억울하기도 하고, 때로는 성질나기도 하고, 그러나 내 어설픈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 덕분에 감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나의 음식에 길들여졌기 때문이겠지만, 엄마가 해준 게 가장 맛있다고 해준다.



삶을 살아가며 체험한 것들이 내가 되었고, 나의 문장이 되었고, 나의 글이 되었다. 이번 주에는 내가 늘 하는 일이라 글감이 되는지도 생각 못 했던 이야기를 일기로 써보았다. 경험하고 체험하는 나의 삶이 글이 되기에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겠다.



2022.6.27. 꿈꾸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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