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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현승 Jun 18. 2016

나는 여행을 싫어한다

청춘신호등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다. 건설회사에 근무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우리 가족은 늘 이사를 많이 했다. 짐을 싸고 다시 풀고, 정든 친구들과 떨어져서 낯선 환경에 던져진다는 것이 어린나이에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보통 이런 환경에서라면 사람들을 기피하게 되거나 혹은 그 반대가 된다. 나는 다행히 그 중간쯤의 성격을 가진 어른으로 자랐다. 여행을 생각하면 어릴 적 이사가 떠오른다.

그래서 난 젊은 시절 여행기회 앞에 늘 머뭇거렸다.
원하는 예산과 일정이 틀어지거나 계획단계에서 동반자들과 의견이 달라지면 난 쉽게 포기하곤 했다.

 군 입대 전 경험했던 여행을 통해 완벽한 계획이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20만원의 예산이면 할 만하겠다는 생각도, 포항으로 이동할 때 어떤 기차를 타면 되겠다는 계획들도, 포항에서 멋진 일출을 보겠다던 계획도 모두 틀어졌다. 처음 계획이 틀어지고 나면 대안은 얼마든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었다.

부산항에서 배를 구경하다가 제주도로 가보자는 생각도 아주 멋진 결정이었다. 일부러 값이 싼 배를 기다려 몸을 싣고 난생 처음 겪는 뱃멀미를 경험하며 성산에 새벽 네 시 반에 도착했다. 그 큰 배에서 내린 사람은 총 네 명이었다. 나와 친구, 그리고 어떤 군인과 할머니. 무모해 보이는 결정 덕분에 우리는 성산봉에 올라 정말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아늑한 그릇 같은 성산봉 위로 태양이 솟는 모습은 다른 어떤 곳에서 보는 일출보다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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