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시나리오-연꽃이 되다

가난한 자의 비애

by 삼류 임효준

#1. 신호등 앞

7월의 아침, A가 신호등 앞에 서있다. 여름으로 치닫는 아침 햇볕의 따가움을 이기려는 듯 검은 선글라스 안으로 검은 눈동자가 매서워 보인다. A의 한 손에는 하얀 연꽃이 들려있다. 그가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그 옆 직장여성들, 맞은편 젊은 여대생들과 남자 직장인들이 A의 연꽃을 힐끗 쳐다본다. 초록불이 들어오자 A는 서둘러 아스팔트 건널목을 지나, 출근길 사람들을 헤집고 나간다. 새하얀 연꽃의 흔들림이 회색 도시의 아침을 깨운다.

#2. 회의실

O회장의 줄담배가 이어진다. 지하 3층 사무실. 회의공간에 20명 못 되는 직원들이 3~4개 붙은 테이블 책상에 촘촘히 앉아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전기 오토바이 출시에 차질이 없어야 하는데... 해외 자동차 전시 일정 꼼꼼히 챙겨! 미국과 중국의 관세 싸움에 우리도 빨리 인도 시장을 개척해야 해. G 이사! 잘 나가는 삼성에 있었으니 인도 시장 출장 계획 잡아서 내일 중으로 보고해!”


입사 2달째 G 이사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3. 회사 화장실 앞

신입직원 A가 밀대를 빨아 건 내며 “G 이사님 인도 출장 계획 오늘 보고 준비 잘하셨어요?”라고 묻는다.

“아! C 빨 이런 말도 안 되는 곳에 내가 있다니.. 서울 집에 돈 벌어 줘야 하니 참는다. 참아!”


청소를 끝내고 열린 보안 문을 지나 다른 사람 자리와 떨어져 있는 자기 자리에 앉는 A. 종이컵 위 연꽃이 말라 축 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