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뜻밖의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일

여행하다 길을 잃는 것의 의미

by moka

나름 적지 않게 여행을 다니면서 별의별 일 다 겪었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이번 여행은 정말 준비부터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할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순조로울 것 같았던 여행이 내게 멘붕을 안겨주기 시작한 것은 바로 두 번째 행선지인 노르웨이에 도착하면서부터였다. 나는 그 날 저녁 6시에 도착했는데 나의 캐리어가 보이지 않았다. 공항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내 거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다음 날 아침 6시 나는 피요르드를 가기로 예정이 되어 있는데, 어쩌냐고 묻자 급한 것은 가게에서 사라고 했으나 저녁이 있는 나라, 주말에는 상점이 열지 않는 나라에서 일요일, 이미 저녁 6시가 지난 시간에 내가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은 면세점 밖에 없었다.


공항직원은 다음 비행기에 싣고 올 수도 있으니 한 번 기다려보라고 했다. 평일이라면 짐을 찾아서 숙소로 보내주지만 그 날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찾았다고 연락이 오면 내가 다시 공항으로 직접 찾으러 가야 했다. 그렇게 나는 3시간을 기다리다 소식이 없어서 반쯤 포기하고 면세점에서 대충 필요한 것들을 계산했다. 그 무렵, 내 캐리어를 찾았다는 소식을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통해 전해 들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작은 검은색 캐리어 중에서 내 것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햇반. 내 가방을 뜯은 후 햇반을 보고 내 거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나는 짐을 찾아서 숙소로 갈 수 있었다.


나를 멘붕에 빠뜨린 두 번째 사건은 바로 다음 날 송네 피요르드에서 오슬로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발생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무리를 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약한 장이 탈이 난 것이다. 너무 빠듯한 스케줄로 움직이느라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천상의 풍경을 보고 돌아오며 나는 지옥을 경험했다. 챙겨간 상비약을 먹고서야 겨우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대학생 때처럼 몸을 혹사시키면서 여행을 다닐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다음 세 번째 멘붕 사건은 스웨덴으로 이동하는 날 스웨덴 도착해서 발생했다. 왠지 노르웨이에서부터 한 번 꼬이기 시작한 나의 일정은 스웨덴에서도 계속 꼬였다. 아를란다 공항에 도착해서 버스를 이용하려고 버스 티켓을 발권하는 기계를 이용하는데 고장이 난 건지 잘 눌리지 않았다. 내 앞에 이용하던 사람들이 뭐가 잘 안 되는지 둘이서 뭐라 하더니 자리를 떴다. 나는 괜히 쓸데없는 끈기를 발휘하여 계속 눌렀다. 그리고 마침내 됐다 싶어서 신용카드를 넣고 계산을 하는 순간, 안 눌리던 숫자가 갑자기 뒤늦게 계속 올라가더니 맥시멈인 10을 찍었다. 아뿔싸, 졸지에 나는 왕복표를 10장이나 결제해버린 것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안내 데스크에 가면 한국에서처럼 쉽게 취소해주고 해결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가서 말했다. 그러나 나의 그런 예상과는 달리 이것은 이미 뽑혔기 때문에 여기서 해결할 수가 없다고 했다. 환불받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경위서를 써서 리무진 버스회사에 우편으로 부쳐야 한다고 했다. 아니 직접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부치라니 이게 도대체 언제 적 시스템인가 황당했지만 어쩌겠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지. 스톡홀름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이것을 작성하여 부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념이 없었다. 스웨덴 여행 내내 그리고 남은 여행 기간 동안 공항 리무진 버스 왕복표가 신경 쓰여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한 달 후 내 은행계좌로 돈이 입금될 때까지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내가 여행에서 길을 잃은 것은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쯤 되니 이게 여행인지 극기훈련인지 알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여행 내내 길을 잃고 엉뚱한 곳을 헤매곤 했다. 스웨덴의 스카겐이라는 민속 박물관에서도 길을 잃고 출구를 찾느라 헤맸고, 핀란드로 떠나는 날도 아침에 공항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몰라서 계속 헤매며 비행기를 놓칠까 봐 두려웠다. 핀란드에서도 수오미 섬에 갔다가 길을 잃어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났다.


그렇지만 맷집이 생긴달까? 나는 점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그러고 나면 나는 곧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모든 문제들이 금방 다 해결됐다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나는 그것들을 통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흐리고 비가 내려도 날은 또 맑아질 거라는 것,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뜬다는 것. 어떠한 안 좋은 일에도 좋은 점은 있다는 것. 완벽과는 거리가 멀고 실수투성이이지만 누구의 인정과 상관없이 나는 나 나름대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이 시간과 돈을 들여 배웠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배움은 의미가 있다.


여행은 항상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어 가려고 했던 곳이 문을 닫아서 못 간다든가 보려고 했던 것을 보러 갈 시간이 없어서 끝내 못 간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매번 실망하다 보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인생은 언제나 계획대로만 되지 않고, 세상엔 언제나 이상한 사람들이 많고, 만나서 정든 사람들은 헤어지게 되어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뜻밖의 멋진 일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숨겨져 있다고 믿는다.





IMG_8558.jpg 피요르드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요정 역할을 공연하시는 분, 근처의 폭포에서 나오는 물보라로 뜻밖에 무지개까지 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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