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사람들이 사는 법

조용함과 웰빙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by moka

북유럽을 떠올리면 조용함이 떠오른다. 이들은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감정이 절제되어 있고 흥분한다거나 감정적인 대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리한나를 닮았던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아이가 아무리 빽빽거리며 떼를 쓰고 울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를 옆방에서 숨죽이며 지켜보던 크로아티아 친구 막달레나와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소음에 굉장히 민감해서 옆방에서 아이가 울고 떼쓰는 소리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아이를 달래는 호스트의 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조용하고 나긋한 톤을 유지했다. 스웨덴에 일하러 와 장기 투숙자였던 막달레나는 호스트가 어떻게 저렇게 늘 침착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고 내게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나는 북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어느 공공장소에서건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들은 아주 조용했던 덕분에 나는 소음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조용한 이들이 유일하게 시끌벅적하고 활기차게 변하는 것은 술을 마실 때이다. (여담이지만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는 추운 지방에서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저녁에 술집이 아닌 곳에서는 주류를 파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술을 사러 국경을 넘어 근처 리투아니아 등 다른 나라까지 갔다 온다고 할 정도이다.)


물결도 잔잔한 스웨덴의 고요함을 같이 느껴보아요



우리나라도 한 때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소음공해가 가득한 곳이 되었는지 안타깝다. 한국에서는 소음 공해 때문에 이웃 간 불화를 겪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많이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크게 떠들기 바쁘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다른 사람들은 알고 싶지 않은 자기 개인사를 목소리 높여 떠드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끄러우면 더 스트레스를 받고 쉽게 지친다.


사람들은 소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간과하고 있다. 나도 스트레스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가 찾아보고 그 무시무시한 영향에 놀랐다.


• 직업성(소음성) 난청의 원인

• 인지 기능 발달 저하 (아이들 독해 능력 감소)
• 재해의 발생이나 작업능률의 저하 등 직접적인 각종 피해를 야기
• 청각장애 이외에도 심혈관계 질환(동맥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과 고혈압의 발생에 영향
• 스트레스와 정신장애(불안증, 우울증 등)를 급격히 유발 및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 수행 행동능력 장애, 수면 장애, 대화 방해 등 건강과 일상생활에 영향


이와 같은 소음으로 인한 청력장애로 신체적, 정서적, 행동학적, 사회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남성 불임률이 높아지고, 체중 증가 및 복부비만 확률을 높이는 데다가 임신성 당뇨 발병률도 증가시킨다. (헬스조선 건강 의학 정보, '쿵쾅쿵쾅~' 소음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참조)



소음이 미치는 영향
OECD Society at a glance 2011 소음공해 자료, 북유럽은 모두 OECD 평균을 상회. 좋은 경험은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좋은 경험은 반복됨을 보



세계의 소음을 연구하는 기구의 2018년 보고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도시 5곳(취리히, 비엔나, 오슬로, 뮌헨, 스톡홀름) 중 스톡홀름과 오슬로 두 곳이 북유럽에 속해있다. 그리고 북유럽의 수도들은 모두 조용한 수준으로 나왔다.


이들 나라가 단순히 원래 북유럽 사람들이 조용해서 조용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인구수도 적고 조용한 성격도 한몫 하긴 하겠지만, 핀란드 등에서는 2003년 일찍이 소음공해에 관한 규제를 진행했다. 스웨덴 역시 소음공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으며, 각 장소마다 적정 소음 수준을 권고했다. 덴마크에서는 소음공해에 관한 지역 지도를 만들어서 정보를 제공했다.


공사 등의 소음공해도 그렇지만, 일상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이라든가 하는 소음공해가 주된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일례로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 내는 큰 소리는 본인을 제외하고 모두를 피곤하게 만든다.


한국 사람들은 흥이 많다지만 그만큼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목소리를 높여 흥분하곤 한다. 하지만 자기의 큰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도 좋게 느껴질까?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 보면 왜 남들은 알고 싶지 않은 자기의 사생활을 노출하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카페에서 음악이 나오고 있는데 자기 핸드폰으로 스피커를 켜놓고 크게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봤다. 옆자리에 앉아서 매우 괴로워하며 참다가 결국 나와버렸다. 왜 피해를 준 건 그쪽인데, 내가 나와야 하는지 분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도 있는 장소에서 그 정도의 배려도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과연 받아들여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지적하는 게 꼰대 같이 느껴질까 봐, 그게 아니더라도 괜히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게 불편해서 내가 피해서 나왔다. 나의 상식으로는 애초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도 같이 있는 공간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조금 조용히 할 수는 없을까? 조용히 말해도 전달될 것은 다 전달되는데 다들 큰소리를 내기에 바쁘다. 게다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의 말까지 있어 조금만 불리하면 목소리부터 커진다. 가끔 그런 큰 목소리들에 작은 목소리들이 묻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마음 아프다. 시끄러우면 안 들려서 점점 더 큰 소리로 말하려고 하다가 목이 아프다. 그리고 결국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모두가 소리치고 있으면 들리지 않는다.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 서로의 고단한 삶 속에서 서로에게 어떤 대단한 것을 해주기는 힘들어도 작은 평화로운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 함께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다. 조용해야 할 때 조용할 수 있는 것. 타인을 위한 작은 배려가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런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평화롭게 함께할 수 있다.



조용함의 최고봉인 덴마크 왕립 도서관 가는 길




소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네이버 지식백과] 생활 속의 소음 (국가 건강정보 포털 의학정보), 헬스조선 건강 의학 정보, '쿵쾅쿵쾅~' 소음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OECD Society at a glance 2011 보고서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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