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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옌지 Mar 24. 2022

가르침 = 서투름을 받아들이는 것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요, 배우는 중인걸요.

핀란드 초등학교에서 꾸준히 수업활동을 함께 하며 놀랐던 점이 있다.

학생들의 자율성이 엄청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학생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엄청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생님 이거 해도 되나요? 이렇게 해도 되나요?"라고 허락을 구하는 질문 대신

"선생님 이거 하려고 하는데, 이러이러한 재료가 필요해요. 선생님, 저희 아이디어는 바로 이거에요!"

결정한 의견을 선생님께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핀란드 교실의 문화이다.

그렇기에 배움의 폭과 깊이, 영역도 아이들이 결정하는 순간들이 많다.



10월 29일. 할로윈 데이를 기념해서 현장체험학습비를 모으기 위한 디스코 파티가 있었다.

6학년 학생들이 주도하는 행사였는데, 이 행사의 주인공은 교사도, 학부모도 아닌 학생이었다.

학생들은 어떤 부스가 필요하고 어떤 놀이나 마켓 등으로 돈을 벌 것인지를 토의해서 결정했다.

그리고 거침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부스를 맡아서 디스코 파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스를 만드는 학생들

 

공포의 홀을 만드는 학생들



곧 이어 홍보팀의 포스터도 학교 여기 저기에 붙여지기 시작했다.

디스코 파티 안내 포스터


어찌보면 서투른 포스터이다.

선생님 눈에는 '이렇게 하면 더 눈에 잘 들어올텐데~.', '그래도 포스터인데 색칠도 좀 예쁘게 하지.', 

'컴퓨터로 만들어줄 걸 그랬나?', '잘된 예시를 보여줄까?'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이 서툴어보이는 포스터에는 많은 과정이 담겨있다.

- 어떤 색 종이를 쓸까?

- 포스터 제목은 무엇으로 할까?

- 어떤 내용을 적을까?

- 어떤 그림을 그릴까?

- 몇 시에 행사를 시작하면 좋지?


하나의 포스터를 그리며 아이들이 주고 받은 많은 대화 속에 의사소통역량이 키워지고, 존중과 경청, 협동심도 더불어 자랐으리라. 



파티의 준비 과정보다 더 놀랐던 것은 바로 실제 파티 모습이었다.

자신이 맡은 부스를 척척 해내는 6학년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대학생 때 축제 부스를 보는 듯 했다.


뽑기 부스를 운영하는 학생들
페이스 페인팅 부스를 운영하는 학생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댄스 대회였다.

댄스 대회장에 들어가보니 진행도, 심사도, 수상도 모든 것을 다 학생들이 한다.

심지어 선생님은 대회장에 들어가지도 않으셨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상장


상장도, 상품도 학생들이 만든 것이다.

상장 = 종이 한 장?


상장이라 함은 모름지기 빳빳한 종이에 뻔떡뻔떡한 금장 테두리는 기본 아닌가...

파란색 상장케이스가 없으면 왠지 아쉬운.

그러나 선생님이 수여하는 멋진 상장 속에는 배움이 없다.

상장을 받는 아이에게만 뿌듯한 보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만든 서투른 상장에는 배움이 있다.

-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할 것인지

- 상장에는 어떤 내용을 적을 것인지

- 몇 명에게 상장을 줄 것인지

- 상품은 어떤 것이 좋을지

- 수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 관점으로 본다면 손글씨 종이 상장은 절대 서투른 상장이 아니다.

아이들의 배움이 듬뿍 담긴 귀한 상장인 것이다.






'학생 중심의 체험 교육'

교육 현장에서 귀가 아프도록 듣는 말이다.


서투름을 받아들이는 것, 

학생이 할 수 있도록 교사는 한 걸음 빠져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가르침이자 학생 중심의 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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