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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옌지 Apr 11. 2022

시험의 의미

핀란드에는 시험이 없다?


핀란드 교육의 우수성이 유행처럼 우리나라를 휩쓸고 가던 몇 년 전,

"핀란드에는 시험이 없다."라는 말이 핀란드 교육 시스템을 소개하는 책과 다큐멘터리마다 소개되었다.

 

'시험이 없다니... 그럼 그곳은 진정한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나 역시 핀란드 유학을 가면서 제일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핀란드에는 정말 시험이 없는가?'였다.

그리고 핀란드에는 시험이 없다니까 

내가 조금 영어를 못해도, 조금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핀란드에서 나와 함께 살았던 핀란드 룸메와 조금 친해지자 바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에서 핀란드는 숙제와 시험이 없기로 아주 유명해~~!!!"

"음... 그래?... 왜지?

넌 그게 곧 사실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될 거야 ^^"


"??????????"


그렇다!!!

핀란드에는 숙제가 있다.

시험도 있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핀란드교육에게서 느끼는 배신감, 실망감... 그때 내 마음이 그랬다.)






핀란드에서 한 학기를 지내며 보니

시험의 의미가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사실 시험이 등수 매기기, 나열, 선별 등의 "서열"적 의미가 강하다면

핀란드에서 말하는 시험에서는 "배움"의 의미가 정말 크다.


핀란드에서는 내가 시험을 언제 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고,

핀란드에서는 재시험을 얼마든지 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 자료는 핀란드어 수업 중 시험을 앞두고

선생님(우리나라 개념으로는 교수님)이 안내한 내용이다.


핀란드 대학교 시험 안내



시험은 총 3번까지 칠 수 있다. (12/1, 12/13, 1/27)

그리고 "성적이 마음에 안 들면"

추후에 다른 시험(재시험)을 "신청"할 수 있다.



사실 말이 쉽지... 재시험을 친다는 것은, 

선생님 입장에서도 문제를 다시 출제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다.


핀란드에서 객관식 시험지는 본 적이 없고,

보통 시험지가 양면으로 세 장 이상, 많게는 일곱 장 이상인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 과목 시험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걸리기 마련이다.


학생도 쉽지 않은 시험이지만, 

선생님으로서도 문제 출제와 채점에 소요되는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번거로움을 선생님은 충분히 "기쁘게" 감당한다.



학생이 공부를 더 하고, 더 배우겠다는데 재시험을 못 치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래는 또 다른 예로, 연구방법론 수업 선생님께서 보낸 메일이다.

재시험을 볼 사람은 다시 볼 수 있다는 내용~~!!!


그렇다면, 여기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질문 한 가지.


재시험을 쳤는데, 원래 봤던 시험보다 더 못 치면 어떡해요?

평균 내서 더 떨어질 수도 있나요?ㅠㅠ


정답은 "NO!"



배움을 강조하는 핀란드에서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만약, 재시험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면,

시험을 잘 못 치면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학생이 초조해진다면...

학습동기가 당연히 저하된다.


따라서, 당연히 '잘 친 성적'만 반영된다.

재시험에서 0점을 받아도, 최고의 성적을 낸 시험으로 학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시험의 형태도 선택할 수 있다.


시험만 보면 머리가 하얗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공부한 것이 갑자기 사라지는 그 막막함과 허무함이란...


이런 t사람도 핀란드에서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시험 대신 에세이를 써서 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 시험의 초점은 학습자에게 있다.

학습자가 자신이 배우고 이해한 내용을 최대한 발휘하여

표현할 수 있는 시기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핀란드 시험 안내 중 일부


* ECT는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학점'이다.


최소 12장 이상을 작성하면 5학점을,

5장 분량을 작성하면 2학점을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분량만 채운다고 학점을 다 제대로 받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우리 과 동기 중 한 명은 12장을 채웠으나,

선생님 생각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는지 2학점밖에 받지 못했다.





핀란드 초등학교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학기말레포트에 객관적인 성적이 기록된다.


0부터 10점까지.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성적을 보여준다.


대신 우리나라 중, 고등학교처럼 내신이라는 것이 없어서,

이 모든 성적이 대학 입학과는 무관하다.



또한 초등학교는 아래와 같이 자기평가와 학부모평가가 함께 레포트로 작성되어 가정으로 보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자기평가가 나름대로 활성화되어있긴 하지만,

결국 학교 생활 기록부에는 교사의 기록만 들어가는 것과 차이가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학생(자기)평가와 학부모(보호자)평가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핀란드 학교 성적표







얼마 전 우리반 아이들과 수학 단원평가를 봤다.

객관식은 없이 주관식으로만 이루어진 평가였다.


아이들은 

"선생님, 저 몇 점이에요?"

"선생님, 점수 언제 나와요?"

"저 몇 개 틀렸어요?"

라는 점수와 관련된 질문은 수없이 많이 했지만,


"선생님, 저 모르는 문제 하나 있었는데.. 그거 어떻게 푸는 거예요?"

"선생님, 저 마지막 문제는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와 같은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질문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단원평가 결과를 나누어주기 전에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시험의 목적은 100점을 맞기 위함도 아니고,

내가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확인해서 자랑하거나

혹은 공부를 못하는지를 알게 되어 실망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부분을 알고, 어떤 부분을 모르고 있는지.

모르는 부분을 찾아서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시험은 내가 앞으로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를 찾아가기 위해서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재시험의 기회를 얼마든지 줄 것이다.


재시험을 쳐서 성적이 오른다면

선생님은 당연히 성적이 오른 것으로 평가를 하고 기록을 할 것이다."



아이들이 "정말요?" "앗싸! 그럼 나 다음 주에 재시험 쳐야지!"

생각보다 더 환호한다. 좋아한다.


시험지를 받고 울상인 아이도, 교만한 아이도 없이

더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모르는 문제를 알기 위해서 질문하는 모습이 예쁘다.

아이들의 눈빛이 빛난다.


다시 기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안도감을 주는지,

시험 한 번에 끝이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되는지.







과연 우리는 시험을 왜 치는가?


우리는 시험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고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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