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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달 May 21. 2021

일상의 찰나가 쌓여서 내가 되더라

일상 그리고 또 일상


 어릴 적부터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태생이 허무주의일까?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인간이 삶을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라는 그런 생각들. 산다는 게 뭐가 뭔지 모르겠는 그런 일상들 말이다.


결혼도 했고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고 삶의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물론 번아웃이 왔을 수도 있고

그 상황과 시간이 내가 견디기에는 버거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마 학창 시절부터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너는 너무 진지해.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그냥 넘겨도 될 것을 너무 깊이 생각해.

그렇게 비치는 내가 좀 싫었고 쿨한 아이로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기면

쿨한 척 넘기는 척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뒤에 오는 찜찜함을 애써 모른 척을 했었다.

쿨한 사람은 다 그럴 거야. 그리고는 잊어버리게 되겠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그 가면 같은 모습은

내가 잘 모르던 내 모습을 내가 안다고 착각하게 했다.

어느 순간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한 번씩 밀려오는 나 자신이 껍데기 같은 느낌과

산다는 것에 대한 허무함이 있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 하고 또 넘겼다.


넘겨서 넘겨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게 아닌 사람인 걸 이제 알았다.

깊이 생각하고 가라앉을 때면 

동굴 속에서 몸을 피하고 혼자만의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총체적인 연결고리와 마음가짐과 나의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사는 게 뭔지 모르겠어.

이런 말을 내 주변의 누군가 듣는다면

또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냥 넘겨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나를 오래 봐왔다면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 테니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시간이 흘러가고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조율해가면서

스스로 의미를 찾는다는 게 산다는 걸까.

물 흐르듯이 살다 보면 그냥 살아지는 게

산다는 걸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나는 이게 심각한 게 아니라

생각해야만 하는 사람인가 보다 싶다.


어릴 적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시야에 보이는 모든 시간과 상황들이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내가 거울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의 실체적인 모습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일 거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 같다.


그냥 살아.

그래 단순하게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지.

9시에 출근해서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동료들과 얘기하며 웃고 커피 한잔 마시는 일상이다.

오늘은 사무실 동료 생일파티를 해줬다.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 중에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한 번씩

스멀스멀 밀려 나온다.


그런 날은 퇴근하고 집에 가서

아이를 재우고 

식탁에 앉아서 잠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삶이 허무해서 그래서 삶이 싫다거나 포기하고 싶다는 것과는

아주 다른 거다.


궁금증인것 같다.

계속 알아보고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그 의문점은 

일상에서 나를 뚝 떼서 저 멀리 우주와 비슷한 공간으로

날려버리고 점처럼 변한 나를 지켜보게 한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얇은 책이 되고 그게 또 두꺼운 책이 되고

그게 몇 권이 쌓이고

그리고 그게 내가 되는 느낌이다.


오늘도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살아가고 있다.

남편이 유명한 피자집이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맛있는 걸 먹을 때면 가족이 생각이 난다는 그 말에

고맙고 고맙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코끝이 찡해지는 이런 찰나를

잊고 싶지 않지만

다 기억할 수도 없을 거다.

그냥 이런 게 사는 건가 보다 하며 살며 사색하고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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