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써 자유로워집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내어놓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내 안에는 무수히 낯부끄러운 얘기들과 결코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쁜 감정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보드라운 순한 마음에 스스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섞여서 살아가면서 남들이 반응하는 것에 따라 학습이 된 사회적 동물이 되었기에 제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때가 있었습니다. 어떤 걸 꺼내놓아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내 안에 자물쇠를 잠가놓은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안이 텅 비어서 내어놓을 게 없는 껍데기 인간 같았습니다. 열심히 화장하고 옷을 입고 회사로 출근을 하고 사람들과 커피 마시며 하하호호 웃고 하루를 보내고 나면 속에 채워 넣은 것 하나 없이 여전히 텅 비어있었습니다. 바람 불듯이 시간은 솔솔 흘러가고 또 그걸 붙잡지 못한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았지만 텅 빈 속이 무엇으로 채워지는지도 모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돈을 벌어보자라고 결심을 하고 돈도 지불해가며 여러 가지를 배워봤습니다. 처음에는 최고의 적성을 찾은 것처럼 열심히 했지만 결국 시들해졌습니다. 경험치를 돈 주고 샀다고 합리화를 하고 다시 다른 것들에 기웃거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속은 채워지지 않았죠.
그러다가 압력솥처럼 터져버릴 것 같은 답답한 속을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브런치를 찾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한 번에 브런치 작가로 승인이 났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를 하면서, 살아내면서 글을 써가고 있습니다.
그때그때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주제로 써 내려갑니다. 모든 게 저를 둘러싼 이야기들입니다. 과거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까지 스크롤을 내려보니 별 걸 다 적어놨더군요.
브런치의 공간은 저에게 자유를 주는 곳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그런 비밀스러운 곳입니다. 남편도 모르는 공간이라는 것에 안도감이 듭니다. 사실 가까운 사람에게 진짜 내 속마음을 다 털어놓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너무 고민할까, 너무 걱정할까, 혹여나 비웃을까.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그 누군가는 저의 이야기를 읽고 공감은 못할지더라도 그저 스쳐 지나갈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습니다. 이렇게 글이라는 수단으로 내 속에 있는 압력을 낮추고 또 그 공간에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 채워짐은 충만감이나 만족감이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척박한 내 마음의 토지를 갈아서 어떤 준비를 해놓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게 될까요.
오늘 밤에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내 마음을 채우고 갈고 다스리며 그다음이 기대가 되는
그런 시간들로 인생을 채우고 싶습니다.
지금 있는 공간이 지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 접으세요.
내 인생의 찰나에 지옥이 있었다면 그 지옥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정당화하고 싶습니다.
나의 과거를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한 선택에 후회를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바람처럼 흘러가는 어떤 것에 안도하고 싶을 뿐입니다.
언젠가 나중에라도 울분에 차서 글을 쓰게 되어 과거의 글을 스크롤 내리다가 제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참으로 태평한 마음으로 보냈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전혀 태평하지 않습니다. 회사일은 너무나 바쁘고 딸아이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고 다가올 대체공휴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조만간 있을 건강검진에 떨고 있습니다.
내 삶이란 태평하지 않지만 태평스러웠노라라고 말하고 싶기는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더 여유로워 보이고 으쓱할 거 같거든요. 가장 쉽지 않은 건 자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잘 보이려고 과거의 내가 이렇게 글을 씁니다. 나 잘 살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