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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Apr 19. 2024

박용근 작가 연구

4차원 연구소 첫 보고서

4차원 연구소는 지금 연구원 세명, 연구 주체 한 명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선임 연구원은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여 글로만 이루어진 인터뷰를 통해 계획한 연구를 파고 있고요. 두 번째 신 연구원은 정신분석을 토대로 줌 면담을 하면서 연구진행 중입니다. 연구 소장인 저는 브런치 글을 읽으면서 그 안에서 창의성이랑 톡특한 지점 등을 발견해보려 하고요.


우선 연구 주체를 찾아야 했습니다. 브런치 검색 기능을 통해서 "조현병"이랑 관련 있는 작가님들을 수소문했고 그중에 열 분에게 제안서를 드렸는데 박용근 작가님께서 연구에 함께 동참해 주신다고 답변을 주셨습니다.


박용근 작가님 이메일. 감사합니다.


제가 집중하는 방향은 조현 증상 진단이나 치료가 아닌 그 안에 있을 창의성이나 우리 신경증자들은 경험할 수 없는 환상 혹은 특이한 논리 구조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라깡 선생님 말씀을 기반으로 우리랑 다른 어떤 규칙(대타자)이 있는지 그리고 그 대타자를 문신처럼 언어로 몸에 새기면서 어떤 제약을 따르는지를 보고 마지막으로 창의성을 살펴보는 식입니다.


그래서 박용근 선생님 개인사나 증상 정보는 최대한 멀리하려 노력 중입니다. 그런 정보는 오히려 제 작업을 오염시킬 것이지만 그래도 오해가 없기 위해서 몇 가지는 직접 확인받았습니다. 이 점만 숙지하고 연구를 시작하겠습니다.


브런치 고시는 아래 브런치북 내용으로 합격했다고 합니다;

형식은 '에세이 소설'이라고 되어 있으나 모든 사례는 작가님 실제 이야기로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작가님은 아직 공인된 기관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작가님은 자가 진단을 통해서 자신이 보이는 증상이 조현병이랑 비슷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자신이 개발한 방법 (e.g. 자문자답, 몰입, etc)을 이용하여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ast-fantasy


위에 요약 중 가장 특이한 점은 조현병 증상은 스스로는 알 수 없다는 상식을 벗어나 박용근 작가님은 스스로 조현 증상을 판단했다니 이것만 놓고 보면 반대로 그는 조현병자가 아닐 확률이 더 높다는 이야기이고요. 더 큰 문제는 그 판단이 맞다손 치더라도 자가치유란 정말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특이 사항은 조현병자들은 자기가 만든 대타자(규칙)로인해서 새로운 언어관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신경증자들이랑 대화하는데 무척 애를 먹는다고 알고 있지만 박작가님 경우는 우리가 쓰는 언어에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이고 신경증자인 저도 여섯 번 떨어진 브런치 고시를 통과해서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증상이 있으면 신경증자들이 만든 이 세상에서 사는데 무척이나 애를 먹는 경우가 허다한데 지금 전문직 일을 하시며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물론 살면서 마주하는 스트레스나 고민이 없지는 않은데 그 내용은 누구나 공감할 사연으로 지극히 평범한 수준입니다.  


제가 진단을 할 수는 없지만 만약 박작가님이 조현병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면 지금 제 연구는 크게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냥 신경증자가 신경증자를 관찰한 시답지 않은 리뷰 글이겠지요. 만약 조현병 증상을 가진 분이 맞다면 굉장히 독특한 경우로 외계인 혹은 유니콘을 생포한 듯한 기분입니다. 자문자답-몰입-공시성에 대한 브런치북을 요약하면 아래입니다.


가장 감명 깊게 본 챕터는 11 - 다 달라도 다 같은 말


다시 말씀드리지만 박용근 작가님에게 확인한 결과 이 브런치북에 나온 사례들은 모두 실제 겪은 것들이며 특정 가수라고 단순히 표기한 사례도 정확하게 이름이 있는 인물로 글에 밝히지 않았기에 저도 여기에 실명을 넣지 않겠습니다.


제가 지난 시간 주변에서 본 편집증상이랑 작가님 이야기는 어느 정도 비슷한 구조가 있지만 차이도 명확합니다. 우선 단순 망상이라고 하기에는 글로 정리가 잘 된 편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박작가님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프로이트 선생님이 정신분석을 연구하면서 발전하는 과정이랑 비슷한 시간 순서를 보이고 그 중간에 언어가 이미지를 자극하는 설명은 구스타브 르 봉 쎔 <군중심리>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물론 박작가님이 프로이트를 공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작가라면 기술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개념이 명확한 편으로 아마도 프로이트 정신분석을 원래 알던 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아쉬운 것은 대부분 많은 사람들처럼 프로이트를 호기심에 접했다가 그 난해함에 라깡으로 가지 못하고 식겁해서 칼 융 쎔이 말하는 종교 비슷한 개념으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칼 융 역시 티벳불교에 심취하는 과정도 답습하고 있습니다. 박 선생님은 티벳 불교를 언급하거나 사전 지식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삼라만상이 연결된다는 식으로 글이 퍼져나가는 것은 그쪽 논리이고 융 쎔도 적극 빠져 들었던 지점입니다.


프로이트 선생님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로 유대인 혈통이 아님에도 정신분석 학회장으로 까지 만들었던 융.


어린 시절 구금 정신병원에 여러 차례 수감될 정도로 지독한 망상이랑 환청을 겪었던 융 어머님은 어쩌면 융에게 기질로서 그리고 환경 요인으로서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거라는 것이 융 학자들 이야기입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면 환상에 쫓겨 비명을 지르고 마을을 뛰어다니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일곱 살 융이 느꼈던 불안이랑 인생을 향한 슬픔은 감히 계산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의식을 탐구하는 창시자인 프로인트 선생님을 통해 정신분석을 접하고 그 수제자로 명성을 떨치더니 어느 순간 결별하고 분석 심리학이라는 것을 만들어 집단 무의식이라는 세상으로 들어가신 분.


융 쎔이 프로이트 선생님에게 아픈 손가락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융 쎔이 평소에 늘 궁금했고,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는 그 둘 사이 충돌이나 동기도 많은 사람들 상상 속에서나 회자되고 있습니다. 저는 박용근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후반 부에 등장하는 칼 융 동시성 개념이랑 그것을 직접 겪어야 했던 작가로서 고뇌 그리고 신경증자들이 보기에 이상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글을 더 깊이는 풀지 못하는 주저함도 보았습니다.


끝으로 수없는 분석 임상을 겪으며 수많은 조현병자 편집증자 사이에서 평생을 보낸 융은 그들에게서 어머니 모습을 보았을 것이고 그들에게 동일시가 일어나 결국에는 그 세상에 함몰되어 스스로 정신분석가임을 저주하고 떠나 도사道士가 되는 길로 갔던 것이 아닌가 제 나름 상상을 해봅니다.


박 선생님이 겪은 환상이랑 그 안에 자신이 만든 새로운 규칙들은 쉽게 읽히고 논리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에 망상이라기보다는 작가가 만든 세상이라고 보입니다. 물론 박작가님은 그것을 실제 경험했고 그로 인해 증상이나 현실 문제들을 극복한 연구 노트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제가 정신분석가도 아니며 정신분석가라고 해도 글로서 누군가를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더 이상 증상이나 글 속에 환상이 망상에 가까운 지점이 있으며 논리에 허점을 찾아 지적하려는 일은 피합니다.


단지 오랜 시간 한 남자로서 겪은 일들을 오랜 시간 추적해서 여러 각도에서 진지하고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쓴 글임에는 분명합니다. 그 안에는 분명 제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있고 기발한 창의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글을 마치겠습니다. 박용근 작가님 브런치북을 읽는 내내 프로이트 선생님이나 융 쎔 등 거장들이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박작가 스스로 분석하려 노력하고 그 결과에서 논리를 찾아내려는 이야기에서, 영화처럼 보았습니다.


100년 전, 세상으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당하고, 학계에서는 가루게 되도록 까이면서도 그 길을 계속 걸었던 선각자이며 연구자였던 그 분들 열정을 엿본 듯한 경험입니다.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가치는 사랑이면서 몰입이고 천재성이면서 문제 해결력이다.
-박용근




출판사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는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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