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사랑한 선배> 시나리오
어제는 한국에서 CF 제작 일을 하셨던 고객을 만났습니다. 한때는 크게 사업체 운영하셨지만 지금은 형편이 좋지 못해 회계사인 저에게 이런저런 서류를 부탁하러 오셨기에 코가 쑥 빠진 모습입니다.
오시면 보여드린다고 옆에 준비한 제 책을 슬며시 한 켠으로 숨깁니다. 그리고 평소 좋아하시는 영화 이야기나 각별한 친분이 있다는 배우들 일상도 오늘은 묻지 않습니다.
"드림 회계사, 나 많이 힘드네. 서류 예쁘게 좀 부탁해."
숫자를 예쁘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 난감하긴 해도 오랜 인연을 함께한 고객이라 최대한 노력을 해드립니다. 그리고 요즘 뭐가 돈 되는 일이 없냐고 묻기에 교민 사회에서 핫한 아이템을 말씀드립니다.
"최근엔 장애인이랑 노인 복지 기금이 잘 나와요. 관련해서 몇 군데 연락처 드릴게요. 그리고 추가로 공부가 필요하실 거예요. 교육 기관에 한국인 담당자 연락처는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
여러 가지로 신세 많이 졌다고 고개를 푹 숙이고 가시려는데 갑자기 부탁을 드리고 싶어 졌습니다. 지목사님이 말씀하신 [신세 법칙]이 떠올랐지요.
"선생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오, 그래 뭐지? 내가 뭘 도와줄까?"
"제가 출간한 책이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이거 한 번만 읽어 주세요."
굳이 사겠다고 하시는 것은 말리고 재밌게 읽으시면 주변에 지인 감독님이나 작가님에게 추천 좀 부탁드린다고 하자 다시 기를 펴십니다.
"그래 그래. 자기는 나랑 비슷한 면이 많아. 예술가 기질이 있어! 병헌이 내 고등학교 후배라니까. 석규 씨 하고는 골프 많이 쳤고. 석규 씨 사람 좋다고 내가 얘기했지?"
제가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것이 오히려 선생님에게는 큰 기쁨이 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납니다. 설마 무슨 좋은 소식이 올리는 기대하지 않지만 상대를 곤란하지 않게 하는 부탁은 오히려 살면서 잘만 쓰면 큰 자산이 됩니다.
시나리오 쓰기 공부는 한다고 했지만 사실 진도가 별로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시나리오 40편을 모아 놓고 이를 3독씩 독파한 이후에 근사하게 도전할 생각이었지만 작심삼일이라 서 너 편 읽고 멈춘 상태입니다.
힘들게 구한 시나리오이지만 다 된 작품을 거저로 읽다 보니 귀한 줄은 모릅니다. 더구나 공부한다는 사명감이 더해져서 어떤 때는 동태 눈깔로 읽고 앉았습니다. 이따위로 시간을 태울 바에야 잠시 멈추고 직접 써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나름 작가이고 시나리오 형식도 살펴보았으니, 오늘부터는 완성된 내 글 중에 일부를 직접 시나리오로 변환해 보겠습니다. 글이 막히고 깨지는 경험을 보내야, 그때서야, 지금은 안 보이는 시나리오 쓰기 내공이 생기겠습니다.
우선 AI 두 녀석에게 제 글 하나를 주고 시나리오 변환 작업을 요청했습니다. 맘에 들지는 않지만 시나리오 양식에 맞추어서 제 글에 이미지를 입히는 작업을 잘해주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단 몇 분 안에 무료로 작성해 준 결과물이니 저는 사용자로서 이 정도면 만족스러워야 합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AI가 이것도 보려나?) AI에게 받은 결과물은 실망에 가깝습니다. 어느 정도는 고치는 수고가 필요하다 예상은 했지만 손댈 곳이 너무 많으니 조금 하다가 이게 지금 무슨 시간 낭비인가 싶어서 접습니다. 그래, 처음부터 내가 다시 쓰자! 다만 AI가 사용한 시나리오 양식이나 서식 등은 살리면서. 원글은 <날 사랑한 선배>로 했고요. 오늘은 두 가지 AI 결과물을 비교해 보려 합니다.
가정 먼저 고치고 싶은 부분은 [나레이션]인데요. 제 취향은 나래이션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화면 구성이랑 인물들 대화로 극을 이끌어가면서 관객들에게 의도한 바를 이해시키는 능력이 연출이라고 생각해서죠. 아무리 화면 구성만으로 의미 전달이 힘든 상황이라도 그걸 이미지로 풀어내는 것이 잘 쓴 시나리오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관객은 추가 설명 없이 플롯을 따라가기만 해도 극이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 좋게 평가한 <파인> 강윤성 감독은 나래이션을 자주 넣습니다. 특히 <카지노>는 차무식이 어린 시절 회상을 하면서 넣은 나래이션이 길어서 초반에 포기했습니다. 강감독은 화면 디테일 묘사가 뛰어나기에 굳이 나래이션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기에 아쉽고요. AI가 만든 시나리오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자인 제 의도를 모르고 쉽게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래이션을 엄청 깔아 놓았기에 저는 그것들이 다 눈에 걸립니다. 제 개인 취향을 넘어서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아도 이렇게 나래이션이 많다 보니 이건 시나리오가 아니고 제 원글을 얄팍하게 변환 정도한 작업으로 보입니다.
제가 기대했던 결과물은 평어체인 제 글이 배우들 연기나 배경 설정으로 바뀌어 이미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고 싶었는데 전혀 그런 생동감은 없이 뻗뻗하게 죽은 글입니다. 마치 누가 시켜서 억지로 작업한 느낌만 서려있네요. 시나리오도 글이라 그 자체를 읽는 행위 만으로도 재미가 넘치고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제 원글을 뛰어 넘기는 고사하고 시나리오 형식에 맞게 기교만 더해서 양념만 조금 다시 하여 끓인 싸구려 잡탕밥 느낌입니다. 제 기대치가 높아서 그럴 수도 있는데 작가님들이 제 원글이랑 비교해 보셔도 이건 너무 평범하다 싶으실 거예요.
무료 AI에게 원작자를 감동 시킬 마스터피스를 기대한 제 잘못이 크지만요.
두 번째로는 쓸데없이 말 줄임(...)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문제는 다른 기성 시나리오에서도 종종 보는데요. 겸연쩍어하는 배우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 넣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그것은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연기할 배우 몫이니 알아서 하게끔 두거나 굳이 작가가 그 장면을 보고 싶어서 (무슨 중요한 의미가 있거나 뒤에 연결되는 단초가 되어) 넣으려면 차라리 자세하게 연기 조언을 넣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그래서 수시로 나오는 말 줄임은 대부분 빼버렸습니다. 몇 개 살린 것은 연기할 때 참고할 방향성을 넣었고요.
추가로 제가 싫어하는 족보도 없는 한문 표현인 -적的도 다 날렸습니다 (직접적, 관념적 이런 표현들). 이것도 제 글 취향이니 논외로 하죠. 우선 MS Copilot이 만든 시나리오를 먼저 보시죠. 이미 제가 일부 수정한 버전입니다. AI 원글은 아래에 링크에 있습니다.
https://copilot.microsoft.com/shares/7tS8b4cmxN1xZ4hkGntuC
날 사랑한 선배
1부 — 최초의 만족, 최초의 충동
SCENE 1. INT. 내 서재 – 밤
어두운 방. 책상 위에는 오래된 수학 정석, 낡은 노트, 그리고 한 장의 빨간 목도리.
NARRATION (성인 드림, 차분하고 낮게) “인간은 처음 만족을 경험하면 그걸 이미지로 기억한다. 그 이미지는 현실보다 더 선명해서 우리는 종종 과거와 현재를 헷갈리곤 한다.
나는 (드림) 목도리를 손끝으로 쓸어본다. 표정은 씁쓸한 미소. 오래된 기억을 꺼내는 듯.
NARRATION “내 최초의 만족은… 여학생의 로션 냄새였다.”
CUT TO:
SCENE 2. EXT. 인성고 운동장 – 낮 (1990년대)
햇빛이 번들거리는 운동장. 교복 입은 남학생들 무리. 그중 17살 소년 드림은 친구들이랑 포르노 잡지를 돌려보고 있다.
NARRATION “그 시절, 우리 관심사는 대학이 아니었다. 여자였다. 존재는 알지만 실체는 본 적 없는 환상 속 생물.”
친구1이 잡지를 들고 과장되게 감탄한다.
친구1 (흥분, 속삭이듯) “야 진짜 이게 실존한다고?”
드림 (어색한 웃음) “백인 누나들이라며 우리나라 여학생도 이럴까?”
NARRATION “우리는 여자라는 이미지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백인 누나들의 몸이 K-여성의 표준처럼 굳어버렸다.”
친구들은 황당한 도시괴담을 늘어놓는다.
친구2 (진지하게, 허세) “야, 남녀공학 가면 천국이라더라. 전학 간 놈이 그랬어.”
친구3 (비밀스럽게) “요가 열심히 하면 자기 걸 스스로 빨 수 있대.”
모두 폭소. 드림은 웃지만, 눈빛은 공허하다.
NARRATION “이딴 대화가 한심한 줄은 그때도 알았다. 하지만 말이라도 해야 했다. 욕망을 표현하는 것 말고는 그나마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SCENE 3. INT. 드림 방 – 밤
책상 위에 수학 정석. 드림은 책을 펼쳐놓고 멍하니 여학생 교복 치마를 상상한다.
NARRATION “고등학생은 행정상 미성년자였지만 우리 몸은 이미 남자였다. 충동은 수시로 찾아왔고, 나는 그 충동을 달랠 방법을 몰랐다.”
책을 덮는다.
드림 (혼잣말, 지친 톤) “아, 공부가 눈에 들어오질 않네.”
NARRATION “그러다 ,노벨 독서실을 알게 됐다.”
CUT TO:
SCENE 4. EXT. 노벨 독서실 앞 – 저녁
드림은 엄마랑 독서실을 둘러보고 있다. 엄마는 꼼꼼하게 남녀 출입구를 확인한다.
엄마 (안심한 듯) “여긴 남녀 방이 완전 분리돼 있네. 괜찮겠다.”
드림은 속으로 미소 짓는다.
NARRATION “그렇게 보아서는 나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뒤쪽 휴게실에 여학생이랑 만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었다.”
SCENE 5. INT. 노벨 독서실 – 휴게실 – 연속
나는 휴게실을 지나며 슬쩍 안을 본다. 남학생들만 가득. 새로 온 남학생인 나를 향해 싸울 듯이 적대감이 넘쳐흘렀다.
NARRATION “처음 혼자 도서실에 가던 날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CF에서나 보던 여학생들이 하늘 거리는 치마를 입고 깨끗한 로션 냄새를 진동하며 책을 보는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남학생들만 가득했다.”
나는 실망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NARRATION “일주일을 버텼지만 끝내 여학생들은 오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세상이 언제 쉬웠나.”
CUT TO:
SCENE 6. INT. 노벨 독서실 – 휴게실 – 오후
(꽉 막힌 도서실 책상이 답답해서 휴게실에서 책을 보는 장면. 어딘지 있을지 모를 여학생이 몰래 자신을 보는 눈길을 상상하며 공부하는 모습으로 책을 보고는 있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장면이다.) 이때 문이 삐익— 열리며 빛이 들어온다.
여학생 둘이 들어온다. 강은주이랑 강지혜로 두 다 고3이며 하나같이 키가 크고 예쁘다. 갑자기 분위기가 화사해진다. 은주는 날 향해 장난기 가득한 눈. 지혜는 철저하게 차갑고 무관심하게 도도하다. 드림은 얼어붙는다. 고개를 푹 숙인다.
NARRATION “타자랑 관계 속에서 처음으로 내 욕망을 대면한 순간이었다.”
은주는 드림을 힐끗 보며 웃는다.
은주 (장난스럽게, 가벼운 톤) “너 몇 학년이니?”
드림은 당황해 더듬는다.
드림 (작게, 긴장) “아, 네, 저요? 인성고 2학년인데요…(자신감 없이 말을 흐린다)”
은주는 갑자기 빵 터진다.
은주 (배꼽 잡고 웃으며) “푸하하! 내가 언제 니 학교를 물었니!”
지혜는 인상을 찌푸린다. “얘 뭐야” 하는 표정.
NARRATION “왜 은주가 웃었는지 나는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그 웃음이 나를 살렸다.”
은주는 드림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은주 (흥미 가득) “너 똘똘하게 생겼다. 공부 잘해? 반에서 몇 등이야?”
드림은 잠시 고민한다. 원래는 19등인데 잘 보이려고 앞에 1을 빼고 말한다.
드림 (작게, 거짓말) “9등이요…(거짓말이니 아까보다 더욱 자신이 없다)”
은주는 눈을 크게 뜬다.
은주 (진심으로 감탄) “와! 나 살면서 9등 처음 만나봐!”
드림은 얼굴이 붉어진다.
NARRATION “그의 응시는 내 평생 잊지 못할 기적이었다.”
다음은 요즘 밀리다고 위기의식에 빠진 ChatGPT 결과물입니다. 위기를 돌파할 것은 실력뿐이니 누구 작품이 나은지 바로 결과물을 보시죠. 원본은 아래 있으나 역시 그대로 올릴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이것도 제가 살짝 다듬었습니다. 비슷한 문제가 여기서도 발견되어 수정했다고만 말씀드리겠고요. 초기 질문에 연기 지도를 넣어 달라고 부탁해서 첨언받았다는 것이 위랑 좀 다릅니다.
https://chatgpt.com/share/697be16d-1c48-800e-a4d0-c14d55a99012
프롤로그
BLACK.
나레이션 (V.O.) 인간은 최초로 느낀 만족감을 기억한다. 기억은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는 욕망을 부른다. 우리는 과거를 현재로 착각하며 스스로 만든 환상 속에서만 충족하고 산다.
서서히—
1. INT. 인성고 교실 – 낮
교실 안. 남학생들만 가득하다. 창밖에서 햇빛이 번진다.
**주인공(17)**이 창가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
나레이션 (V.O.) 우리 관심사는 대학이 아니라, 보지 못한 세계였다.
책상 사이를 오가며 수군대는 친구들.
친구1 (속삭이며) 야, 전자상가에서 그거 봤냐?
친구2 완전! 다른 행성이더라.
웃음. 과장된 몸짓.
� 연기 지도 – 주인공(고2)
톤: 아직 자신 없는 소년의 낮은 에너지.
눈빛: 멀리 떠 있는 시선, 항상 창밖.
자세: 어깨가 살짝 말려 있음.
속감정: 불안과 호기심이 뒤엉킨 상태.
2. EXT. 노벨 독서실 앞 – 저녁
간판 불빛. 주인공이 숨을 고르며 서 있다.
나레이션 (V.O.) 여학생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 그 하나로 나는 충분했다.
문을 연다.
3. INT. 노벨 독서실 휴게실 – 밤
형광등 불빛. 남학생들만 웅성댄다.
주인공, 실망한 표정.
나레이션 (V.O.) 일주일이 흘렀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4. INT. 휴게실 – 늦은 밤
조용하다. 주인공 혼자 수학책을 푼다.
문이 삐걱—
두 여학생이 들어온다.
강은주(18) — 웃는 얼굴, 자유분방.
강지혜(18) — 무심하고 날 선 눈빛.
순간 정적. 서로 힐끗힐끗.
나레이션 (V.O.) 타자와의 첫 대면. 욕망은 이렇게 시작된다.
� 연기 지도 – 강은주
톤: 장난스럽고 여유로운 고음.
표정: 항상 웃음이 먼저 튀어나옴.
동작: 거리 개념이 없다. 자연스럽게 가까이.
속감정: 상대를 관찰하며 즐기는 타입.
� 연기 지도 – 강지혜
톤: 건조하고 단답형.
눈빛: 위아래로 재는 듯한 시선.
자세: 팔짱, 체중을 한쪽 다리에.
속감정: 흥미 없음.
5. 휴게실 테이블
은주가 의자 끌어당긴다.
은주 너 몇 학년이야?
주인공 (자신 없는 말투로) 2학년이요.
은주 푸하—! 학교는 안 물었는데?
배꼽 잡고 웃는다. 지혜는 눈살을 찌푸린다.
� 연기 지도 – 이 장면
주인공: 웃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 손으로 무릎 쓸어내림.
은주: 웃을수록 더 다가온다.
지혜: 시계를 흘끗 본다.
6. INT. 휴게실 – 계속
은주 너 공부 잘해? 몇 등?
주인공 (잠깐 멈칫) …9등이요.
은주 눈이 커진다.
은주 와! 진짜? 책을 펼친다.
은주 이거 좀 알려줘.
주인공 얼어 있다가 연습장을 펼친다.
나레이션 (V.O.)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 가까이—
� 연기 지도 – 이 장면
주인공: 말할수록 자신감이 미묘하게 상승.
손: 분필 잡듯 허공에 도식 그림.
은주: 고개를 기울이고 턱을 괸 채 응시.
7. INT. 휴게실 – 잠시 후
총무가 들어온다.
총무 떠들지 말고 각자 들어가.
지혜는 바로 일어선다.
지혜 야, 가자. 은주, 주인공을 보며 웃는다.
은주 드림이, 너도.
주인공 당황.
보시는 것처럼 ChatGPT 쪽은 원글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대사나 글도 짧은데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구절절하게 쓴 첫 시나리오보다 더 담백해 보입니다. 장면 디테일은 어떨지 모르나 전달하려는 내용이 꼭 길다고 그 의미가 더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웁니다. 내친김에 다른 스타일로도 부탁해 봅니다. 예술 영화 버전입니다.
프롤로그
BLACK.
숨소리만 들린다.
소년의 호흡.
나레이션 (V.O.) 욕망은 사물이 아니다. 기억된 이미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미지를 현실로 착각한다.
천천히—
소년의 눈이 어둠 속에서 열린다.
� 연기 지도 – 주인공
눈: 깜빡임 최소화. 무언가를 ‘찾고’ 있는 응시.
호흡: 들숨이 길고 얕다.
몸: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불안정한 균형.
1. INT. 교실 – 낮 (슬로 모션)
남학생들만 가득한 공간.
웃음소리 왜곡된다.
창문 너머로 여학생 교복 치맛자락이 지나가는데, 소리는 사라진다.
나레이션 (V.O.) 보지 못한 것은 더 크게 상상된다.
2. INT. 노벨 독서실 – 밤
형광등이 깜빡인다.
소년 혼자 책을 본다.
문— 삐걱.
두 명의 여학생 실루엣.
빛이 과장되게 번진다.
� 연기 지도 – 강은주
등장 순간: 현실 인물이 아니라 ‘기표’처럼 보이도록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미소: 친절보다 포획에 가깝게.
시선: 응시 → 반 박자 늦게 웃는다.
� 연기 지도 – 강지혜
움직임: 은주보다 현실적인 속도.
표정: 흥미 없음.
은주는 환상, 지혜는 현실이라는 대비를 유지.
3. INT. 휴게실 – 클로즈업 연쇄
— 은주의 눈.
— 소년의 손.
— 연습장 위 연필 흔들림.
— 땀 맺힌 이마.
대사는 최소.
은주 몇 학년?
주인공 …2학년이요..
은주 웃는다.
� 연기 지도
주인공: 웃음을 흉내 내려다 실패.
은주: 상대의 당황을 감지하고 즐긴다.
지혜: 이미 떠날 준비.
4. INT. 휴게실 – 수학 설명 장면
소년이 정의를 쓴다.
“집합이란…”
글자가 겹쳐지고,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반복된다.
은주의 얼굴이 겹쳐진다.
나레이션 (V.O.) 나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 연기 지도 – 이 장면
주인공: 설명보다 ‘반응 확인’이 더 중요.
말 끝마다 은주를 본다.
은주: 노트를 안 보고 얼굴만 본다.
이렇게 대략 살펴보았는데요. 제가 직접 초안부터 쓴 시나리오는 아니라 애착은 없지만 이렇게 시나리오 형식을 읽고 다듬는 연습이 이 장르에 도전하는데 큰 공부가 됩니다. 몇 번 더 연습해 보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시나리오 좀 읽고 내공이 쌓이면 그때는 정말로 처음부터 제가 그려내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추신 1
김혜정 작가님이 지난 글이 재미있다고 하셔서 2편도 이렇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드님께서 벌써부터 시나리오를 쓰신다니 혹시 제 글이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도 하면서요.
추신 2
친구 문감독 말로는 작가는 시나리오를 쓰는 것까지만 관여할 뿐 연출이나 배우들 연기까지 관여하지는 않는 것이 맞다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미지가 어떻게 표현되었으면 좋을지까지 고려하다 보니 이렇게 써봅니다. 실제로 이렇게 하면 연출하는 사람들은 무척 별로라고 한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