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6만 브런치 작가가 살고 있는 이 세계관에서 삼대장으로 꼽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1. 메인에 걸려 본 작가;
2. 뱃지 받은 크리에이터;
3. 그리고 수익 받을 수 있는 작가
7수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이 좋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자꾸 브런치 홈화면에 메인으로 걸리는 작품들을 보고, 그중 뱃지가 박혀있는 작가님들 이름을 가끔 마주하며, 최근에는 원화W 표시가 있어 브런치로 정말 수익을 만드는 유명 작가님들을 보면 밤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일주일도 못 되어서 2,881명 응모라니..
그러다 지난 8월 21일부터 시작한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특별상을 포함하여 50개 글을 선정하며 그중 상위 열명은 500만 원 상금이랑 종이책 출간 기회도 주어지고 그야말로 이 생태계에 최상위 꼭짓점에 다달하는 자격을 부여받습니다. 6만 명 중에 열명이라, 0.017% 상위권 작가로 공인받게 되는 셈이지요. 무엇보다 50명 안에 뽑히면 위에서 이야기한 삼대장에 한 번에 바로 진입할 것입니다.
엑셀로 긁어서 계산해보니, 어제 저녁 시드니 다섯 시 기준으로 2,881편이 이미 응모를 마치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주일도 안되어서 삼천편이 모였는데 앞으로 응모는 8주가량 더 남았고 작년에는 1주 연장했으니 얼마나 더 추가 작품이 모일지 가늠하기도 힘듭니다.
결국 이것도 시험이라 분명 채점 기준이 있을 것이며 지난 대회 자료를 살펴보면 지금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답이 있을 것 같아서 10회 대회를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허남설 작가님 글은 다른 출판사랑 재계약 성공했다는 것 같습니다.
우선 열개 글을 살펴보면 각자 분야가 겹치지 않는 것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뽑으려는 노력을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추가 40개 글들 중에는 비슷한 것이 있겠지요. 더 자세한 심사 기준 등을 분석하려면 심사평을 다 읽어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수상 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기존 문학상에 뽑히는 문예 글들이랑은 좀 다르게 '브런치'스러운 글들로 보였고요. 다른 점이 있다면 흔히 보이는 브런치 글들보다 확실히 정보 정확성이나 글에 힘, 완성도 등등이 높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목은 섹시한데 막상 읽어보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글들이나 기발한 제목을 뽑느라 체력이 소진되었는지 막상 글은 매가리가 없던 글들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수상 작가님들 다른 글을 보면 '이게 난 더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공이 높은 글들도 보이니 심사 위원들이랑 나랑 이렇게 차이가 있구나 싶으면서 내가 응모한 글들이 순간 떠올라 불야 불야 다시 가서 마사지를 좀 했습니다만 영신통치 않습니다.
브런치 작가 중에 나처럼 이렇게 진심으로 현재 활동하는 사람이 10%라 본다면 6천 명가량입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독자들이 250명 정도 모인 단톡방 분위기로, 그중에 95%는 이번에 응모할 것으로 예측하면 5,700명가량 작가들이 전자책을 보낼 것이며 작년 기준 한 작가당 1.6권에 책을 보냈으니 올해도 그렇다면 9,120편 이상 응모작이 올 거라 보입니다.
만 권이라 치고 제가 두 권 응모했으니 50권 안에 들어갈 확률은 1%입니다 (i.e. 50 /10,000 X2). 지금껏 제가 도전한 그 어떤 시험보다 어렵네요. 어렵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일본 사법시험 합격률이 3%이고 기네스에 오른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검도 8단 시험 합격이 1% 정도라 하니 가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에 지금 우리는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무모해 보이는 막대한 경쟁이 나에게 지금 행복을 주는 것은 로또랑 다르게 이것은 운보다는 내 실력에 의지한다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결과가 주는 낙방 효과는 그저 일상 다반사로 작은 추억거리지만 만약 50명 안에 들게 된다면 위에서 열거한 로또에 당첨되고 검도 8단을 받은 듯 기쁠 것이니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장사입니다.
물론 테슬라 4860 배터리가 2차 전지 시장에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노심초사하며 K배터리 주식을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그런 돈 안 되는 일에 시간 쓸 바에 호주 희토류 광산 정보 좀 달라, 내가 관심 있는 회사 재무제표 좀 봐달라고 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브런치 세계관을 설명하는 나는 정신 못 차린 어린애 혹은 사회 부적응자입니다. 하지만 신경 안 씁니다. 주식 시장 실패보다 우리 실패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전하고 만약 성공한다면 그들 성공에 비할 수 없이 행복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