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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Sep 04. 2023

변태 탄생 1/4 -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정신분석

 Die ›kulturelle‹ Sexualmoral und die moderne Nervosität (1908) 

우리말 번역: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 문명 속의 불만 - 김석희 옮김 (열린 책들, 2012) 발췌


단 한 줄도 버릴 것이 없다는 프로이트 저작 중에 백미는 <꿈 해석> (1900)이라고 하지만 막상 읽어 보면 어려운 수준을 넘어 과연 번역한 사람도 이해를 했을까 싶을 수준에 비문인 듯 비문 아닌 외계어를 읽는 느낌입니다. 그렇다 보니 프로이트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 처음 입문서로 <꿈 해석>을 선택하고 100장 정도 읽다가 포기하는 것을 흔히 봅니다.


반면에 제가 꼽는 프로이트 최고 논문이 아래 요약한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입니다. <정신분석 입문>보다 재미있고 무엇보다 짧아서 좋습니다. 프로이트 주장에 굳이 찬성하지 않는 분들도 읽어 볼만한 내용으로 프로이트 핵심은 Sex가 아니라 '상식'이라는 느낌도 받습니다. 내용도 재미있고 한 번에 다 정리하기에는 많기에 이번 논문은 여러 번 잘라서 올리겠습니다.


<성욕에 대한 논문 세편>에서도 누누이 거론된 논문이고 그것을 다시 요약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성욕을 억제할수록 문명이 발달한다는 슬픈 반비례 관계를 증명하는 글이고요. 그로 인해 우리 현대인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신경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래 역시 제가 이해하는 방식대로 다시 쓰며 요약한 글이니 더 궁금하신 분들은 꼭 원저작을 읽으시길 바랍니다. 특히 100년 전 성인지 감수성 등 지금이랑 너무 맞지 않는 부분은 거의 원작 훼손에 가까울 정도로 제가 손을 보았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Christian von Ehrenfels에 따르면 성도덕은 <자연 성도덕>이랑 <문명 성도덕>으로 나뉜다. <자연 성도덕>은 건강이랑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문명 성도덕>은 거기에 순응하는 인간이 강력하게 문화를 창조하도록 자극을 주는 성도덕으로 어떤 민족이 가진 특성이랑 문화 성취는 이 두 가지를 비교함으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문명 성도덕>은 개인에게 문명 발전을 위해 <자연 성도덕>을 희생할 것을 강요하기에 건강이랑 생산력이 손상되기 쉽고 결국 문화를 발전시키려는 목표도 위태로워지는 역효과를 낳기에 <문명 성도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문명 성도덕>은 남자들 성생활에 맞추어 여자들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가하고 일부일처제의 혼인 관계를 떠난 성교는 모두 금지하는데, 남성은 여성보다 자기 유전자를 더 많이 뿌리려는 성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회에서는 남성이 외도하는 것에 관대한 <이중> 윤리를 설파한다. 이렇게 하면 진리랑 정직, 인간성에 대한 사랑을 한정된 수준 이상으로 끌어 오릴 수 없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진실 은폐랑 거짓된 낙천주의, 속이는 기만행위를 유발하게 마련이다. <문명 성도덕>은 그보다 훨씬 나쁜 역효과도 갖고 있다. 바로 일부일처제를 찬미함으로써 <생식 능력에 따른 도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변태 탄생2에서).


현대 신경증 확장이랑 근본 원인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논할 것인데 현대 사회에서 급속히 증대되고 있는 신경병도 그 원인을 더듬어 올라가면 결국 문명 성도덕에 이른다. 신경증 환자들은 종종 '우리 가족은 타고난 재능 이상으로 대단한 인물이 되고 싶어 했기에 모두 신경증 환자가 되어 버렸다'라고 하소연하는데 문명 요구랑 그 자신이 가진 소질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을 질병 원인으로 제시한다. 


또한 거칠지만 활기찬 가정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순박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대도시로 이주하여 잘 정착한 가정 아이가 짧은 기간에 높은 문화 수준으로 내몰리는 경우 신경증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관찰하며 신경병이 늘어나는 것이 현대 문화생활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에 이루어진 놀라운 성취,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진 발견이랑 발명,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진보, 이런 것들은 엄청난 정신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유지되기에 현대 생활에서 신경병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생존 경쟁에서 개인 능률에 대한 요구는 크게 늘어났고, 개인은 모든 정신력을 동원해야만 겨우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동시에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개인 욕망이랑 요구도 모든 계층에서 크게 늘어났다. 과거에는 사치랑 전혀 무관했던 계층에도 유례없는 사치가 확산되었다. 


기진맥진한 신경은 더욱 강한 자극이랑 더욱 짜릿한 쾌락을 통해 기력을 되찾으려 하지만 오히려 더욱 피곤해질 뿐이다. 현대 문학, 음악, 연극, 미술, 공연은 정욕이랑 관능을 자극하며 쾌락에 대한 갈망을 부추기고 도덕 원칙과 이상을 모조리 경멸하도록 조장한다. 가령 도착 성행위나 혁명에 심하게 관련된 인물이랑 주제를 독자들에게 제시하며 심지어 불쾌하고 끔찍한 혐오감을 주는 광경도 만들어 내놓는다.


이처럼 늘어난 사회, 경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경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함에도 기력을 회복할 기회마저 충분히 갖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 만으로 신경 장애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전에 '신경질'이나 '신경과민'같은 모호한 상태에도 주목해야 한다. 바로 <문명 성도덕>이 문명 민족들 성생활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형태로 변형되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뒤에서 이런 현대 사회 문명 발전이 신경증 원인이 아니라고 뒤집어 지기에 길게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이 부분은 여기서 줄입니다. 결론은 <성 억압>이 문제라니 더 이상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임상 관찰에 따르면 신경성 질병은 <신경증Neurose>랑 <정신 신경증Psycho-Neurose>으로 나눌 수 있다. 본래 신경증에서는 신체 기능이나 정신 기능에 나타나는 모든 장애/증세에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런 장애는 어떤 신경독을 지나치게 섭취했거나 상실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랑 똑같다. 흔히 <신경 쇠약>으로 분류되는 이런 신경증은 유전 요인이 없더라도 성생활이 저해받으면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문명이 주는 억압보다 <성 억압>이 신경증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 


신경증을 해결하기 위한 정신분석 등장

정신 신경증 경우에 유전 영향이 더 두드러지고, 그 원인을 알아내기가 더 어렵지만 정신분석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우리는 이런 증세들(히스테리, 강박증 따위)이 마음에서 유래되었으며 (i.e. 심인성心因性) (억압된) 무의식에서 관념화된 컴플렉스로 말미암아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신분석은 또한 무의식 속 컴플렉스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고, 컴플렉스는 대부분 Sexual한 내용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 주었다. 


컴플렉스는 충족되지 않은 성 욕망에서 생겨나며, 그것은 또한 좌절된 욕망을 상쇄하는 일종에 대리 만족을 나타낸다. 따라서 우리는 정신 신경증 경우에도 성생활을 저해하고 성행동을 억압하거나 그 목적을 왜곡하는 모든 요소를 발병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신경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두 가지 원인(유전이랑 성억압을 말하는 듯)에서 생겨나는 장애를 양쪽 다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독성 신경증 (유전)과 심인성 신경증 (성억압)을 이론상 구분하는 작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문명이 가하는 억제

대부분 우리 문명은 본능 억제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문명 속) 인간은 누구나, 무언가 하고 싶은 욕구(주로 sex)나 공격성을 띄는 보복을 포기해 왔다. 개개인들 이런 양보가 모여서 물질이나 정신문명이 생겨났다. 각 개인으로 하여금 권리를 포기하게 만든 것은 우선 생활 속 절박한 필요 때문이지만, 에로티시즘에서 유래한 가족 의식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근친금지가 문명 발달에 또 다른 요인-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해 못한 문장입니다). 


이런 권리 포기는 문명이 발전하는 동안 한 걸음씩 전진해 왔다. 그리고 종교는 그 한 걸음 한 걸음을 지지했다. 본능 충족을 개인이 포기할 때마다 그것은 신에게 제물로 바쳐졌고, 그렇게 모인 공유 재산은 <신성한> 것으로 선언되었다. 너무 강한 소질로 본능 억제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랑 맞서는 범죄자나 무법자가 된다. 사회 지위가 높거나 비범한 능력을 갖고 있어 위인이나 영웅이 된 사람은 예외다.


고등 동물 가운데 성 본능이 가장 강하게 발달한 동물은 아마 인간일 것이다. 인간 성 본능은 동물 성 본능이랑 결부되어 있는 발정 주기를 거의 완전히 극복했기 때문에, 어떤 동물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데에는 여지가 없다. 인간의 끊임없는 성 본능은 문명 활동에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성 본능이 갖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 덕택이다. 


승화 vs 고착

인간 성 본능은 그 대상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고, 이처럼 대상이 바뀌어도 그 강도는 사실상 거의 줄어들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초 성대상을 대신하는 것은 더 이상 성대상이 아니지만, 정신 속에서는 최초 대상이랑 관련되어 있다. 최초 성대상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이런 능력을 승화Sublimation라고 하는데 성 본능이 문명에 대해 갖는 중요성은 바로 이 승화 능력에 있다. 


이와는 반대로 성 본능이 유난히 집요한 고착 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 최초 성 대상에 지독하고 애절하게 집착하는 것은 성 본능을 문명 발전에 전혀 이바지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병으로 만들 뿐 아니라, 때로는 변태라고 불리는 것으로 타락한다. 성 본능 강도는 원래 사람마다 다를 테고, 승화에 적합한 성 본능 비율도 사람마다 다양하다. 성 본능 가운데 어느 정도가 승화되어 다른 목적에 쓰일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우선 각자가 타고난 소질인 듯하다. 그 밖에 지능이나 경험 등이 성 본능을 승화를 성공시키는데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런 승화 과정을 무한하게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직접 성 만족은 대부분 유기체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최소한'이란 범위는 개개인마다 다르고 이것마저 거절/좌절되면 기능 장애랑 불쾌감 때문에 병으로 분류되는 증상이 일어나게 된다.  





우선 이 정도로 <변태 탄생> 1부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논문을 다 섯번 정도 읽습니다. 그래도 좋고 새롭게 이해하는 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동안 공부하면서 쌓인 내공 덕인가요? 자주 이 논문을 읽다보니 이렇게 이론 정리만으로 끝내기보단 이 내용을 원액으로 창작 글을 써보고 싶어요. 문명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슬픈 변태가 탄생하는 과정이랑 지금 껏 없던 매력 넘치는 변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거죠. 


모두들 사랑하며 이만총총.






추신:

40 - 101 - 202

오늘은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글 40개, 구독자님 100명을 돌파했어요. 너무도 기쁘지만 제 주위에 브런치 세계관을 진지하게 이해하는 분은 없기에 이렇게 '근친교배'하듯이 이곳에 자축 글을 남깁니다. 언제나 제 글이 브런치라는 세계관을 넘어 진짜 세상에서, 진짜 글이 될까요? 


백 한분에게 받은 사랑이랑 관심 격려를 생각하면 여기서 구독자가 더 늘면 앞으로 이런 글을 40개는 더 써야 한다고 계산하니 아이고, 여기까지만 하자 싶습니다. 지난 40개 글로 거의 바닥이 긁히고 있습니다. 


백 한분을 존경하고 구독합니다. 101-202 딱 두배 입니다. 작가님들을 사랑하는 제 마음 크기도 받은 것에 두 배라는 수치상 증거로 남깁니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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