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자신의 엄마가 달팽이를 닮았다고 말한다
제가 이 매거진에서 어떤 얘기를 하고 있냐고요? 엄마와 저의 삶이요, 시시한 삶. 우리의 시시한 삶에 뭐가 있냐고요? 사랑이요, 시시한 사랑들이죠. 그리고 열망, 시시한 열망에 대한 얘기. 저는 알아요, 시시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그래서 왜 이 매거진을 별로 읽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장 자끄 상뻬의 <풀리지 않는 몇 개의 신비> 속 구절을 제 마음에 맞게 바꿔 써보았습니다.)
[엄마의 시]
뉘엿뉘엿 해 질 무렵
배춧잎 위에서
맨몸 기우뚱 기우뚱
제자리걸음하는 달팽이,
무거운 짐일랑 제발 내려놓으시지
내 등 뒤 따라오는 여든 살 어머니
몇 발자국 앞에서 뒤돌아보면
뒤로 가는 듯 멈추어 선 듯
한술 더 떠 제자리에 주저앉는다
어깨의 짐 제발 내려놓으시지
푸른 잎맥 가파른 비탈 오르는 달팽이처럼
자꾸 웅크려드는 몸은
어쩌자고
평평한 바닥에서마저 계단 오르듯 숨차하는데
평생 끌고 온 무거운 사랑 저 봇짐부터
텅텅 비워내시지
[딸의 이야기]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시장 좌판에 도라지 콩 우엉 고구마 과일 등을 내놓고 파신다. 그리고 나의 엄마는 그런 자신의 엄마를 도와드리고 있다. 난 엄마가 시장에서 일하는 게 싫은데, 좀더 편한 일을 했으면 하는데. 엄마 역시 자신의 엄마에 대해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거겠지.
외할머니에게는 손녀인 우리보다 자신의 딸인 엄마가 더 우선일 것도 같다. 언젠가 여름날의 일이다. 동생이 “엄마는 왜 이렇게 날 못생기게 낳았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묻자 우리를 그저 사랑하는 엄마는 말씀하셨다.
“못생기긴. 엄마보다 훨씬 이쁘다!”
그때 옆에 있던 외할머니가 엄마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뭐가 어때서.”
풋. 그래. 외할머니에게 자신의 딸인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존재겠구나. 우리 엄마에게 딸들인 우리가 그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