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가 이 매거진에서 어떤 얘기를 하고 있냐고요? 엄마와 저의 삶이요, 시시한 삶. 우리의 시시한 삶에 뭐가 있냐고요? 사랑이요, 시시한 사랑들이죠. 그리고 열망, 시시한 열망에 대한 얘기. 저는 알아요, 시시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그래서 왜 이 매거진을 별로 읽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장 자끄 상뻬의 <풀리지 않는 몇 개의 신비> 속 구절을 제 마음에 맞게 바꿔 써보았습니다.)
[엄마의 시]
기와집 지붕 위의 먼지가
한 장의 기와를 노래한다.
액자 안에 갇힌 먼지는 액자만 한 가슴으로
또 갇혀 있는지도 모르고
자유롭게 노래 부른다.
호주머니 안의 먼지는
호주머니 안의 체취를 맡고
전깃줄에 쌓인 먼지
전류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벽장 틈새의 먼지
밤새워 나무를 갉는 쥐의 울음을 듣고
아버지 신발 안의 먼지
아버지의 땀을 먹고 자란다.
그대 손금 안의 먼지는 오늘도
하얗게 부서지며
날갯짓하지 못하는 가난함을 굴리고
먼지 안의 먼지는 온통 먼지뿐인 세상을
먼지로 휘감고
춤추는데...
들어라!
먼지의 노래를.
보아라!
먼지의 춤을...
똑바로 알아라!
먼지가 지배하는
먼지들의 세상을...
꿈을...
자유를....
밥을..
사랑을...
[딸의 이야기]
엄마는 기억할까.
이십대 초반, 시골집에 내려왔다가 나는 다시 학교로 엄마는 언제나처럼 일터로 가기 위해 함께 나왔던 어느 겨울날.
버스 뒷좌석에 엄마와 나란히 앉았을 때, 엄마는 문득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숙녀의 손이 이렇게 거칠어서 어쩌나.”
아르바이트가 일상이 되어버린 대학생 딸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묻은 엄마의 그 말.
엄마 손이 더 거친데 뭐, 이런 거친 손이 진짜 아름다운 손이지 뭐 하며 우린 미소와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고는 괜히 말없이 창밖을 보는데 겨울 오전의 햇살이 참 환했다.
그땐 괜찮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가끔 그 순간이 떠오를 때면 왜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까.
춤을 추는 먼지야말로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