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 같다
이 매거진 속 이야기들은 제가 혹은 누군가 겪은 일에서 출발합니다. 아, 물론 상상 속에서의 일도 포함합니다. 그렇기에 소설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저는 소설이라고 부를 거예요. 뭐, 그냥 그렇다고요.
아빠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추측하게 된 건, 아빠의 카톡 프로필 사진 때문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우리를 혼자 키운 아빠는 언젠가 우리 남매를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아서(그것도 둘 다 못 나온 사진으로 말이다) 면박을 받은 이후로는(그 옆 메시지는 ‘내 존재의 이유들이 어느새 이렇게 다 컸다!!’였는데도 그랬다) 주로 산책길에 찍은 풍경이나 등산모임 때의 사진으로 해놓으셨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본인의 얼굴 사진을 해놓았는데 몇 번 보면서 저 사진을 찍어준 건 누구일까, 싶어졌다.
며칠 전 선글라스를 쓰고 아주아주 환하게 웃고 있는 아빠의 얼굴 사진과 그 옆 메시지로 ‘당신이 날 웃게 하네요’라고 적힌 걸 본 순간 난 아빠에게 여자가 생긴 걸 확신했다.
아, 그러고 보니 선글라스에 희미하게 사진 찍어주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잘 보이진 않지만 고와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아빠의 연애라.. 아빠의 존재의 이유가 아빠 자신이 된 것 같아서 반갑고 다행이었다. 얼마 안 있어 조만간 아빠의 프로필 사진에서 아빠와 아빠의 여자친구를 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