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거진 속 이야기들은 제가 혹은 누군가 겪은 일에서 출발합니다. 아, 물론 상상 속에서의 일도 포함합니다. 그렇기에 소설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저는 소설이라고 부를 거예요. 뭐, 그냥 그렇다고요.
11월의 늦은 밤이었다. 같이 살던 친구가 붕어빵을 사오라고 했다.
집으로 가는 길. 포장마차들은 많았지만 떡볶이 튀김 순대 꼬치 들은 있어도 붕어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집 근처에 다다랐을 무렵. <붕어빵 4개 천원>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트럭이 보였다. 그러나 이미 장사는 다 접은 것처럼 보였다.
네 살 정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함께 어묵을 먹고 있었다.
-저기요, 장사 끝나셨어요? 지금 붕어빵 안 되나요?
정리를 하고 있던 사람, 그러니까 아이의 아빠이자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의 남편일, 그리고 붕어빵 트럭의 주인일 남자가 나를 보았다.
-싸 놓은 건 있는데요, 차갑지는 않은데, 뜨겁지도 않아요.
이미 밖으로 나와 있는 붕어빵들은 없었고 붕어빵이 담겨 있는 듯한 흰 봉투 두 개가 덩그러니 있었다.
-천 원어치만 주세요.
남자는 내게 흰 봉투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이거 2천 원어치인데 그냥 천 원에 가져가세요.
-네, 고맙습니다.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붕어빵을 기다리던 친구가 봉투를 열더니 말했다.
-어, 9마리네?
그랬다. 붕어빵은 모두 9개였다. 2천 원어치이면 8개여야 하는데 마지막이라서 덤으로 하나 더 넣어놓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나는 붕어빵 9개를 천 원 주고 산 거다.
젊은 부부가 만든,
팥이 잔뜩 들어 있는(아마도 마감하느라 남은 팥을 다 넣은 모양이지),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던,
붕어빵 9개.
물론 마감이니까,
어차피 남으면 별 소용 없을 테니까,
그 부부가 내게 붕어빵 9개를 천 원에 준 것은
크게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그러나 분명 온기가 느껴지던,
속이 꽉 찬 붕어빵 같은,
뭐 그런 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 조그마한 여자아이,
엄마와 아빠의 일터에 늦은 밤 나온,
아마도 낮에는 놀이방에 가거나 할머니와 있었거나 했을,
저녁 일찍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났을 것 같은,
잠시 후 엄마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엄마 품에 안겨 잠들 것 같은,
그 여자아이의 존재만으로 내겐 대단한 친절을 베푼 거다.
사랑스러운 아이는 눈에 담는 것만으로 순수한 기쁨을 느끼게 하는 법이니까.
사소하지만 생각보다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 그런 일상의 기쁨을 그 가족은 내게 건네준 거다.
아마 그들의 삶도 그들이 내게 건넨
붕어빵 같을 것이다.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그러나 분명 온기가 느껴지는,
속이 꽉 찬 붕어빵 말이다,
천원에 9개인 붕어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