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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각지쟁[蝸角之爭]

by 호야아빠
와각지쟁[蝸角之爭]: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운다는 뜻으로, 아무 소용도 없는 싸움을 말한다.



“전하께선 달팽이란 미물을 아시겠지요?”


“알다마다요.”


“그 달팽이의 왼쪽 뿔에 촉씨(觸氏)라는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 만씨(蠻氏)라는 나라가 있는데, 양쪽이 영토 분쟁을 일으켜 격하게 싸우는 바람에 전사자가 수만 명에 이르고, 도망가는 적을 추격한 지 보름만에야 겨우 싸움이 멎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믿으시겠습니까?”


“원, 그런 터무니없는 엉터리 이야기가 어디 있소?”


“그러시다면 이번에는 사실에 비유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이 우주의 사방 위아래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오.”


“물론입니다. 우주에는 끝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만일 정신을 무한한 공간에 두어 노닐게 하면서 이 유한(有限)한 땅덩이를 내려다본다고 할 때, 나라 따위는 있을까 말까 한 아주 작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렇겠지요.”


“그 나라들 가운데 위라는 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대량(大梁)이라는 서울이 있으며, 그 서울의 대궐 안에 전하가 계십니다. 또 한쪽에는 제나라가 있고 그 임금으로 위왕이 계십니다. 그렇다면 우주의 무궁함에 비추어 볼 때 전하와 위왕이 전쟁하는 것이나 ‘달팽이 촉각 위의 촉씨와 만씨가 싸우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대진인은 거기까지만 말한 다음 자리를 떴고, 혜왕은 제나라와 전쟁할 생각을 버렸다.


[네이버 지식백과] 와각지쟁 [蝸角之爭] (고사성어 따라잡기, 2002. 5. 15., 구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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