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낯선 곳으로 가는 것.
여행이란 나에게 그런 의미다.
모르는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도카니 홀로 있는 것.
그래서 언제나 나에게 여행은 용기였다.
섣부르게 할 수 없는 일.
그런 내가 용기 내어 겁도 없이 덜컥 해외여행을
계획했더랬다.
호기롭게 자유여행을 준비하며
여행책자를 사고 블로그를 읽어보고
동선을 짜고 교통편을 알아보면서
참,
국내도 안 다녀본 내가 해외를 계획하다니 무슨 용기가
흘러넘쳤던 걸까?
그런 와중에 운명의 장난처럼 코로나가 터졌다.
국제적인 질병에 속수무책 발이 묶였다.
무기력함.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재앙에
참 무기력하다는 걸 느꼈던 그 시간,
그렇게 나의 여행은 사라졌다.
그 여행과 함께 내 용기도 사라졌다.
내가 아는 곳을 벗어난다는 것, 모르는 것을 안 해본 것을 한다는 것을 더 두려워하기
시작했으니..
그런 코로나 시국의 와중
나는 내 인생에서 너무나도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암흑기를 만났고
그 암흑기는 나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멈춰있는 내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한 내가
후회로 남기 시작했고,
그 후회의 반복이 더 무서워졌다.
움직이자.
달라지자.
그렇게 나의 여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가볍게 국내 여행부터.
꽃피는 계절, 꽃을 보러 가볍게 떠나는 여행에서부터
시작했다.
낯을 가리는 나를 버리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여행,
벚꽃이 만발했던 그 여행부터 조금씩 나에게 여행의
의미가 달라졌다.
그 이전 여행이 커다란 산과 같았다면
그 이후 여행은 작은 동산이 되었다.
물론, 시작은 버겁고 어려웠다.
이전의 내가 하지 않았던 것을 한다는 건 나를 계속
움추러들게 했다.
하지만, 그 시작이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들을 한다는 것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되었고
더 보고 싶다는, 더 가고 싶다는 열망을 만들어 냈다.
나 홀로라도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었다.
거창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된다.
소소함이 주는 즐거움을 알아가게 되었으니까.
여행을 통해 나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안에 새로움이 쌓이고,
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용기가 쌓이고 있다.
이제 시작된 나의 여행, 내 삶을 만끽해 보려 한다.
" 삶이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속의 한 구절처럼 여행과도 같은 삶을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