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것

시간의 수레바퀴는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by 장작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3학년(30대), 4학년(40대), 5학년(50대)……. 앞의 숫자가 달라질수록 내가 살아온 날들이 점점 늘어간다. 그리고 굳이 내가 바라지도 않는 변화가 몸에 나타나기도 한다.


아내는 가끔 내 머리를 보면서 흰머리보다 검은 머리를 세어야 될 정도라며 농담을 한다. 그리고 장모님은 새치 커버 기능이 있는 샴푸를 사용해 보라고 하시기도 했다. 그런 기능성 샴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살다 보면 본래 나한테 필요 없던 것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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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할 때 앳된 소년의 모습이었던 메시도 어느새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여전히 그는 필드 위에서 멋진 슈팅을 하고, 주위 동료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다. 게다가 3년 전의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그의 오랜 꿈 중 하나였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네 번의 도전 만에 만져 볼 수 있었던 월드컵 우승컵. 그가 기뻐하는 모습에 나의 입꼬리도 살며시 올라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도 전성기 시절에 비해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 나이가 들고, 게다가 수비보다 공격에 더 집중하면서부터 수비 가담이나, 경기 전체를 뛰는 활동량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운동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몸이 가지고 있는 운동 능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를 테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능력이라든가, 보다 강하게 슈팅을 때릴 수 있다든가, 높은 공을 상대 선수보다 더 많이 따낸다든가, 혹은 상대방의 강한 어깨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든가.


하지만 신체를 활용한 운동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경기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도 있다.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는 넓은 시야, 정확한 패스 능력, 주변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 수비수 한 두 명쯤은 쉽게 제칠 수 있는 개인기를 가지고 있다면 신체를 활용한 운동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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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리오넬 메시가 그렇다. 내가 어릴 적에 축구를 볼 때 많은 프로축구 선수들이 30대 중반의 나이가 넘어가면 은퇴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체계적으로 몸관리를 하면서 꾸준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 가는 선수들이 많다. 메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는 매 경기 득점에 성공하면서 조국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26년에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도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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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무색게 하는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브라질 국적으로 첼시FC에서 뛰었고 지금은 브라질의 플루미넨세에서 뛰고 있는 ‘티아고 실바’다. 그는 84년생으로 메시보다 3살이 더 많다. 그러므로 현재 나이는 41살이다. 그가 첼시에 올 때, 1~2년 정도 경기에 출전하다가 은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리 높은 실력을 보여준 선수였다고 할지라도 프리미어리그는 거칠고 빠르며 적응하기 힘든 무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아고 실바는 그런 나의 걱정을 비웃듯이 매 경기 선발 출전하면서 첼시 FC에서 중요한 선수로 자리 잡았다. 주장 완장을 차고 뛰었던 경기도 많았다. 때로는 너무 많이 뛰는 것 같아서 안쓰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이도 있으니, 지치지 않도록 출전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해 주고 싶은데, 승리를 하고자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도 티아고 실바를 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좋은 위치 선정을 바탕으로 상대팀의 패스를 적절하게 끊어내는 능력이 있고, 수비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방에 있는 우리 팀 공격수들에게 전달해 주는 장거리 패스도 정확했다.


다른 축구 선수들이 은퇴를 하고 다른 길을 찾아갈 나이에 그가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에서 주전 수비수로 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다. 그는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를 입에 대지 않는다. 금주와 금연은 기본이다. 게다가 철저하게 식단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근육과 체력 회복을 위해서 매일 2시간씩 산소 테라피를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리오넬 메시, 티아고 실바도 결국 나중에는 은퇴를 하며 프로 선수로써 경력을 마감할 것이다. 그리고 은퇴 후 다른 길을 찾아가겠지. 아무리 자기 관리가 철저하더라도 인간은 노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많은 머리카락 중에 하얀색이 점점 늘어난다. 대학시절, 며칠 동안 게임 방에서 밤을 새도 끄덕 없었는데, 이제는 하루만 밤을 새더라도 빌빌댄다. 30대에는 병원이라는 곳을 자주 가본 적이 없어서 때때로 보험을 괜히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미리 보험 들어 두길 잘했다고.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이가 들고 늙어간다. 우리가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노화도 마찬가지다. 노화가 가장 슬프게 다가올 때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다.


축구 선수들은 더욱 슬플 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능력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무조건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능력,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가속능력, 공중에 뜬 볼을 쉽게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점프력, 특정 상황에 보다 빠르게 반응하게 해주는 민첩성 등은 중요하다. 결국 축구는 경기장에서 몸으로 하는 것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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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들이 꾸준히 운동하며 신체 기능의 노화를 방지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영원할 수는 없고, 결국 신체 능력을 떨어지게 된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피츠제럴드의 소설 제목처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만, 우리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수레바퀴와도 같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노화’라는 앞에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보다 많은 경험을 통해 지혜로워질 수 있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무언가가 우리의 시야에 들어올 수도 있다. 게다가 누군가 보면 지루하다고 할 수 있는 생활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낼 수도 있다.


20여 년 전 20대 초반이었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척 다르다. 같은 ‘나’이지만, 동시에 다른 ‘나’이기도 하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변했다. 그리고 나는 그때의 ‘나’도 좋지만, 지금의 ‘나’도 좋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날수록 더 변해갈 것이라 생각한다. 20년이 지난 후에 ‘나’도 지금의 내가 그런 것처럼 ‘나’를 좋아했으면 한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자신의 변한 모습을 인정하며,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늘 지금의 나를 먼저 사랑하게 되면, 나이 든다고 슬프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꼭 노화가 우리 삶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동안 쌓은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베풀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때, 머리에 새치가 늘어갈지언정, 우리 삶 자체는 반짝반짝 빛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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