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運七技三), 그래도 우리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
어릴 적 읽었던 <삼국지>를 다시 읽었다. 책 속에 나오는 여러 문구 중에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었다. 쉽게 말해, 전투에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은 늘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패배하고 돌아온 아군 장수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을 때 하는 말이다. 어떤 실수나 잘못은 흔히 있을 수 있으니 이에 대해 더 이야기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게다가 때때로 '행운'이라는 것이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누구나 지는 것보다 이기기를 원한다. 축구도 똑같다. 경기를 시작하면서 ‘오늘 경기 꼭 이겨야지’ 하는 다짐을 하는 선수들이나 감독은 있어도 100% 패배를 생각하며 경기에 나서는 이들은 없다. 그래서 경기를 준비하는 감독과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상대팀을 분석한다. 그들이 우리를 상대로 어떤 식으로 경기를 할 것인지 생각해 보고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안도 살펴본다. 그리고 훈련을 하면서 경기에 대비한다.
하지만 경기에 대한 준비가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경기를 다 이길 수는 없다. 이기는 경기도 있고 지는 경기도 있게 마련이다. 팀이 가진 기량을 100% 다 발휘하고, 준비했던 대로 경기를 잘했는데도 경기에 질 때도 있다.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이럴 때가 있다.
‘아, 잘 찼는데 저 공이 어떻게 골대를 맞고 나오나’
‘아, 기가 막힌 골이었는데 오프사이드였다니, 정말 간발의 차이인 거 같은데.’
깻잎 한 장 차이로 공이 골대에서 빗나가고, 엄지발가락 하나 때문에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되기도 한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말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런 장면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몇 차례 더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경기에서 패배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를 해 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실수는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리한 상대팀이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득점하는 데 성공한다면 경기를 질 수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게 되면 한 끗 차이로 득점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옆으로 찼으면 어땠을까, 조금만 더 늦게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선수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 순간에도 좋은 판단을 통해서 멋진 움직임과 슛을 시도했음을 알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때로는 ‘행운’이라는 요소가 승부의 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상대팀은 다소 실력은 아쉽더라도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렸을 뿐 아니라, 우리의 멋진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는 행운을 누렸다. 아무리 뛰어난 팀이라 할지라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마음먹은 대로 이기기 힘들 수도 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노력이 아니라 운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이와 관련된 설화가 하나 있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비가 자신은 계속 낙방하는 데 주변에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은 급제하고, 결국에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패가망신하고 말았다. 그 선비는 옥황상제를 찾아가 그 이유를 물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에게 술내기를 시킬 텐데, 정의의 신이 술을 더 마시면 선비가 옳은 것이고, 운명의 신이 많이 마시면 세상사가 그런 것이니 선비가 인정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선비도 이에 동의했다. 결과는 정의의 신이 3잔, 운명의 신이 7잔이었다. 결과를 보여 주며, 옥황상제는 세상의 모든 일은 정의에 따라 행해지는 것보다는 운명의 장난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더 많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30%의 이치도 필요하므로 행운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며 선비를 꾸짖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안 좋은 일이 모두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때로는 행운이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11-12 시즌의 첼시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런던까지 찾아가서 첼시의 축구 경기를 보고 왔던 그 시즌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첼시는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는 로프터스 로드에서 QPR과의 원정 경기를 봤는데 첼시는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전술적인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젊은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감독과 함께 치르는 첫 시즌이었다. 직전 시즌에 FC포르투를 이끌었던 그는 포르투갈 리그 우승, 포르투갈 컵 우승, UEFA 유로파리그 우승과 같은 업적을 이뤄내며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는 잉글랜드에서 고전했다. 우선 프리미어리그 성적이 좋지 못했다. 자신의 전술에 선수들을 끼워 맞추려는 것처럼 보였고, 일부 선임 선수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와중에 팀성적도 계속 떨어졌다. 2012년 3월 5일 결국 그는 감독직에서 경질되고 말았다.
그의 뒤를 이어서 감독을 맡게 된 이는 로베르토 디 마테오. 첼시에서 선수 생활을 했었고,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가 감독이 되면서 수석코치로 첼시로 돌아온 이였다. 사실 감독으로서 경력도 없었으며, 그는 해당 시즌 말까지만 맡게 될 임시 감독이었다. 솔직히 아무런 기대가 되지 않았다. 첼시에게는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을 할 가능성이 남아 있었지만, 나는 그가 아무런 탈없이 무난하게 시즌을 마치는 것만으로도 성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짓말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이탈리아의 나폴리, 포르투갈의 벤피카,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전 상대는 독일의 FC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당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FC바르셀로나에 대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이었다. 게다가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을 이끄는 좌우 윙어 아르옌 로벤과 프랑크 리베리는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경기는 시종일관 바이에른 뮌헨의 우세로 진행되었다. 첼시는 바이에른 뮌헨의 공세를 막느라 바빴다. 90분 경기 중 대부분의 시간을 수비하는데 써야 했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았다. 공격수들도 후방으로 내려와 수비수들을 도왔다. 제일 앞에 있는 선수가 뚫리면, 그다음 선수가 나서고, 다시 한 명이 제쳐지면, 또 다음 선수가 뮌헨의 공격을 막아섰다. 그러나 마지막 수비수까지 뚫렸을 때에는 골키퍼가 뮌헨의 슈팅을 걷어 냈다. 간간히 첼시도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후반전 초반에 프랑크 리베리가 슛으로 골키퍼 체흐가 지키던 골문을 열었다. 그러나 다행히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골로 인정되지 않았다.
연장전 후반 바이에른 뮌헨은 첼시를 무너뜨릴 기회를 만났다. 수비 상황에서 디디에 드록바의 파울로 페널티 킥을 얻은 바이에른 뮌헨. 아르옌 로벤의 슛이 들어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르옌 로벤이 보다 더 침착하고 정확하게 찼다면 골키퍼가 막아내기 힘들었을 것이고, 첼시의 우승도 물거품이 되지 않았을까.
연장전도 다 끝나고 있었던 승부차기에서 슈바인슈타이거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은 장면도 첼시에게 행운이 따른 장면이었다. 슈바인슈타이거의 슈팅은 훌륭했다. 하지만 체흐는 공을 향해 최선을 다해 손을 뻗었고, 공을 간신히 손가락 끝으로 터치할 수 있었다. 약간 방향이 바뀐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져 나가 버렸다.
그 경기에서만도 첼시에게는 수많은 위협과 난간을 마주했다. 선제골을 내주기도 했고, 종료 3분 전까지 1:0으로 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끝난다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운도 따랐다. 4년 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첼시를 빗나갔던 행운이 그날은 첼시의 편이었다. 바에이른 뮌헨은 수많은 찬스를 갖고도 이를 날려 버렸다. 반면 첼시는 그 수많은 공격을 막아 냈을 뿐 아니라 후반 88분 처음으로 찾아왔던 코너킥 기회를 골로 연결했다. 코너킥에서 후안 마타가 띄워 준 공을 드록바가 몸을 비틀면서 머리에 맞춘 공이 골이 되었던 것이다.
오래전 그날 첼시에게는 운이 있었고,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운이 없었다. 그럼에도 물론 운이 전부는 아니다. 옥황상제가 선비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첼시도 많은 노력을 했다. 수많은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 시도를 무위로 돌려버린 것은 분명 첼시가 잘한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때때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세상이 그대를 속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래도 운은 꾸준히 노력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에게 다가간다고 생각한다. 결국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하늘에서 보내주는 햇빛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운칠기삼. 운이 70, 노력이 30. 그래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결국 행운도 찾아오고 성공도 찾아온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